국가인권위원회가 고(故) 변희수 전 하사의 성전환 수술 이후 강제 전역 조치를 한 국방부와 육군에 관련 제도를 정비할 것을 권고했지만 육군과 국방부가 수용하지 않았다.
11일 인권위는 “우리 사회가 관련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국방부에 제도 개선을 촉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육군과 국방부의 권고 불수용 사실을 공표했다.
지난해 12월 14일 인권위는 변 전 하사를 강제 전역 조치한 것을 인권 침해로 판단하고 육군 참모총장에게 피해자의 전역 처분을 취소해 권리를 원상 회복할 것을 권고했다. 동시에 국방부 장관에게도 군 복무 중 성전환 수술을 한 장병을 복무에서 배제하는 피해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육군은 지난달 22일 “피해자에 대한 전역 처분은 적법한 행정 절차에 따른 것이었으며, 피해자에 대한 전역 처분 취소 소송이 현재 진행 중”이라는 점을 이유로 인권위에 권고 미이행 사유서를 제출했다. 국방부도 “인권위 결정문의 취지를 존중한다”면서도 “군의 특수성과 국민적 공감대를 고려해 다양한 의견 수렴 및 정책 연구를 통해 제도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인권위는 지난 10일 전원위원회를 열고 육군이 인권위 권고를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아울러 국방부가 제도 개선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이행 계획을 포함시키지 않은 점 등을 이유로 인권위의 권고를 수용하지 않았다고 봤다.
지난해 12월 인권위는 육군과 국방부에 권고를 내리면서 변 전 하사의 강제 전역 처분은 헌법이 보장하는 행복추구권과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국가인권위원회법 25조에 따르면 권고를 받은 관계 기관의 장은 권고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그 이유를 위원회에 통지하고 인권위는 필요한 경우 그 내용을 공표할 수 있다.
/심기문 기자 do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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