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등 세계 주요 반도체 메이커와 정보기술(IT), 완성차 업체 대표들을 소집해 반도체 부족 문제를 재차 논의한다. 미국이 삼성전자 등에 대해 자국 내 투자를 확대하라는 유무형의 압박을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지나 러만도 미 상무장관은 오는 20일 반도체 관련 회의를 주최하기 위해 주요 반도체 기업 등에 초대장을 보냈다. 미 상부무는 초대장에서 “반도체와 공급체인 문제에 대한 열린 대화를 위해 칩 공급업체와 수요기업을 한 데 모으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미국 인텔, TSMC 등 반도체 기업과 구글, 아마존 등 정보기술(IT) 기업을 비롯해 GM과 포드 등 완성차 업체들이 초대장을 받은 기업에 포함됐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번 회의는 반도체를 ‘국가 인프라’로 보는 바이든 대통령 국정 철학의 연장선상에서 분석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월31일 2조2,500억 달러 규모 인프라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이 중 500억 달러를 반도체 산업에 투입하겠다고 밝혔고 이후 지난달 12일에는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주재로 삼성전자와 TSMC, 인텔, 포드 등 19개 기업이 참석한 대책회의가 열렸다. 이어 러만도 장관은 9일 CBS 인터뷰에서 “반도체가 최우선 사안”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의 500억 달러 투자에 맞물려 민간의 500억~1,000억 달러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전후 맥락을 볼 때 러만도 장관이 주재하는 이번 회의에서는 삼성 등 반도체 기업들에 대한 미국 내 투자 확대 요구가 본격적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러만도 장관은 지난 7일 백악관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인프라 관련 장관들을 만난 뒤 “반도체 부족에 대한 장기적 해결책은 중국과 대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미국 내에서 더 많은 칩을 생산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삼성 등 칩 메이커들에 대한 사실상의 투자압박이라는 해석이 나온 바 있다.
/맹준호 기자 nex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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