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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 헤이세이 30년…日 사회 덮친 '허무주의'

■일본은 어디로 향하는가

사토 마사루 外 1인 지음, 열린책들 펴냄





현재 일본의 연호는 레이와(令和)다. 일왕의 대(代)가 바뀔 때마다 그 역사를 한데 묶고 연호를 붙여 그 시대를 구분하는데, 나루히토 일왕에게 선위한 아키히토 일왕 시절인 1989~2019년은 헤이세이(平成)를 연호로 썼다. 이 헤이세이 시대는 일본 역사에서 여러모로 의미를 지닌다. 고도 경제성장을 이룬 쇼와(昭和) 시대가 가고, 버블 경제 붕괴와 장기 침체로 인한 패배감과 비관적 정서가 일본 국민들 틈새를 파고든 시기이자, 기억하고 싶지 않은 대형 사건 사고가 유독 많이 터졌던 시기였다.

‘일본은 어디로 향하는가’는 전 외무성 주임 분석관이었던 사토 마사루와 정치 사상사 연구자로서 보수 우익에 속하는 가타야마 모리히데 게이오대 법학부 교수가 헤이세이 30년을 분석한 대담을 엮어낸 책이다. 과거를 읽고 현재를 해석해 위기 탈출의 방법을 찾아내기 위한 두 사람의 대담에는 ‘이만큼 미래에 화근을 남긴 시대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다음 세대에 엄청난 청구서를 떠안게 했다’는 날 선 표현에서 느껴지듯 진영에 상관없이 뼈를 때리는 지적이 이어진다.

책 전반에는 정치를 향한 통렬한 비판이 이어진다. 사토는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실증성과 객관성을 무시하고 자신이 바라는 대로 세계를 이해하는 반지성주의자”라며 “그에게 국가 전략이나 안전 보장, 경제 정책을 요구하는 것은 어물전에서 아스파라거스를 찾는 것과 같은 일”이라고 비판한다. 그럼에도 아베가 ‘일본 최장수 총리’ 기록을 세울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들은 ‘아베 일강(一强)’을 지탱한 것은 그를 향한 탄탄한 지지가 아니라 일본 사회를 뒤덮은 허무주의였다고 주장한다. 2009년 선거에서 54년 만에 정권 교체를 이룬 민주당은 동일본 대지진과 센카쿠 열도 어선 충돌에서의 미흡한 대응으로 국민의 공분을 샀고, 2012년 부활한 자민당 아베 총리의 일강 체제가 형성됐다. 저자들은 “정치에 대한 기대는 환멸로 변했고, 그 환멸이 낳은 것이 니힐리즘”이라고 지적한다. 가장 큰 문제는 불황 속에서 자란 젊은이들이 ‘속았다’, ‘버려졌다’는 패배감에 젖어 들고, 생존을 위해 꿈보다는 조심, 자유보다는 안전을 지향하게 됐다는 점이다.



책은 이 외에도 옴 진리교 사건, 스토커, 재특회(재일교포 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의 모임), 3.11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 등 일본사의 굵직한 이슈와 한일 외교, 대북문제 등도 심도 있게 다뤘다.

찬반 양론이 첨예한 도쿄 올림픽 개최에 대한 진솔한 입장도 내놓는다. “정치가는 올림픽을 개최하면 경기가 좋아진다고 합니다. 하지만 올림픽은 아무리 봐도 불투명한 미래를 속이기 위한 찰나적인 이벤트에 지나지 않습니다.(290쪽)” 2만 2,000원.

/송주희 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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