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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삼성은 지금 ‘실패’ 하고 있는가

윤홍우 산업부 차장

산업부 윤홍우 차장




“실패는 삼성인에게 주어진 특권으로 생각하고 도전하고 또 도전하기를 당부합니다.”

지난 2012년 고(故) 이건희 회장은 신년사에서 ‘실패’라는 화두를 꺼냈다. 철저한 성과주의를 표방해온 삼성에서 실패는 익숙지 않은 용어였다. 하지만 이 회장은 삼성의 또 한 번의 도약을 위해 실패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때라고 촉구했다.

삼성은 그 이후 실제 도전적인 경영을 펼쳤다. 방산과 화학 계열사를 매각해 사업 구조를 재편하고 ‘루프페이’부터 ‘하만’까지 다양한 글로벌 기업들을 사들였다. 잠재력 높은 기업 인수를 놓치는 등 실패도 있었다. 다만 사법 리스크가 덮치기 전까지 삼성의 변화는 역동적이었다.

현재 삼성의 모습은 어떨까. 실적만 놓고 보면 ‘관리의 삼성’은 여전하다. 미국 반도체 공장이 문을 닫는 쇼크 속에서도 삼성전자는 1분기 9조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스마트폰사업부에서만 4조 3,900억 원에 달하는 이익을 거둬들였다.

하지만 시장의 평가는 후하지 않다. 1분기 삼성은 애플보다 1,700만 대나 많은 스마트폰을 팔고도 매출이 애플의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혁신의 상징인 고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경쟁력이 흔들린다는 신호다. 삼성이 올 들어 무선사업부에 대한 대대적인 경영 진단을 실시한 것은 내부의 위기감을 보여준다.



글로벌 전쟁터가 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분야에서는 1위 TSMC가 되레 삼성의 초격차 전략을 펼치고 있다. 투자 규모와 기술력 모두 추격자인 삼성을 앞지른다. 니혼게이자이는 최근 두 회사의 격차가 애플(TSMC에서 반도체 생산)과 삼성의 스마트폰 경쟁력 차이로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재계에서는 삼성이 ‘전문 경영인의 함정’에 빠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숫자는 그럴싸하지만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의미다. 최근 삼성전자 일부 사업부에서는 과도한 원가 절감 목표를 두고 직원들의 원성이 높아진다고 한다. 전문 경영인이 숫자에 집착하는 이상 삼성답지 않은 경영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나서 인수한 하만의 실적 악화는 삼성 ‘리더십의 위기’를 보여주는 뼈아픈 장면이다. 전기차 시대가 성큼 다가왔는데 디바이스의 강자인 삼성의 전장 사업이 주춤하고 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전문 경영인은 다른 계열사와 시너지를 내는 경영은 하지 못한다”면서 “하만은 인수 주체가 사라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수감 중인 이 부회장의 석방이 이 모든 문제의 해법이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미중 갈등 속에서 백악관에까지 초청되는 한국 대표 기업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내부가 정체되고 있다면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이 문제는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고 이 회장은 2002년 사장단 회의에서는 “10년 후 무엇으로 먹고살 것인가를 생각하면 등에서 식은땀이 난다”고 했었다. 고인이 지금 살아계셨다면 당장 2~3년 후 삼성만 생각해도 등골이 오싹할 것 같다.

/윤홍우 기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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