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파고스 제도의 명물 '다윈의 아치' 바위가 침식작용에 의해 무너졌다.
에콰도르 환경부는 지난 17일(현지시간) 갈라파고스 제도 다윈 섬에서 1㎞쯤 떨어진 바다에 솟아 있던 이 암초의 아치가 무너졌다고 밝혔다. 붕괴의 원인은 자연침식으로 추정된다. 환경부가 트위터에 공개한 사진엔 아치 모양의 윗부분이 사라진 채 두 기둥만 남은 바위를 볼 수 있다.
19세기 영국 생물학자 찰스 다윈의 이름을 딴 이 바위는 아름다운 경관으로 알려져 있다. 갈라파고스의 한 여행사는 트위터를 통해 "안타깝게도 17일 오전 11시 20분 우리 고객들이 눈앞에서 다윈의 아치가 무너지는 일생에 한 번뿐인 경험을 했다"며 붕괴 상황을 전했다.
다윈의 아치 주변은 스쿠버다이빙 명소로도 유명하다. 갈라파고스 제도는 남미 에콰도르 서쪽 해안에서 1,000㎞ 떨어진 태평양에 위치한 고립된 환경 탓에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는 생물 다양성의 보고를 이루고 있어서다. 1978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다윈은 이곳에 서식하는 핀치새를 연구하며 영감을 받아 진화론에 관한 책인 ‘종의 기원’을 쓸 수 있었다.
한편 이번 붕괴가 인간의 활동에 의해 촉진됐다고 보는 관점도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유네스코가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곳 중 하나로 갈라파고스 제도를 지목해왔다고 지적했다. 3개의 해류가 교차하는 길목에 위치한 갈라파고스 제도의 해안선이 엘니뇨 때문에 한층 거세진 태풍에 노출돼 침식이 빨라졌다는 것이다. 엘니뇨는 태평양 바다 수온이 상승하는 이상기후 현상이다.
갈라파고스 제도가 기후변화의 직격탄을 맞자 섬 생태계를 지키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10년 갈라파고스 제도에서 스쿠버다이빙을 하며 환경 다큐를 제작했던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4,300만달러(약 487억원) 기부 약정을 맺고 ‘리:와일드’라는 국제야생보호기구를 출범시켰다.
‘리:와일드’는 디카프리오와 생태계 보전 전문가들, 갈라파고스 국립공원 관련부처, 찰스다윈재단 등이 합심해 설립했다. 4,300만 달러의 기부금은 갈라파고스 제도에서도 54종의 멸종위기종이 서식 중인 플로리아나 섬을 보존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핑크 이구아나 등의 멸종을 막고 번식을 돕는 용도다. 디카프리오는 “갈라파고스를 여행할 때 에콰도르의 환경 전문가들을 만났다. 전세계의 야생동물 수가 줄고 있으며 1백만 종 이상의 종이 멸종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우리가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앞으로 수십년 사이에 지구의 야생 생태계 절반 이상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구가 필요로 하는 영웅(환경 전문가·활동가)들이 이미 있으니 우리 모두 동참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디카프리오는 지금까지 환경 이슈를 위해서만 1억 달러(약 1,111억원)를 기부한 바 있다. 스웨덴의 환경운동가인 그레타 툰베리를 “우리 시대의 리더”라고 칭송하기도 했다.
/박예나 인턴기자 ye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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