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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도시에서 '이 그림'이 생각났다

[책꽂이]어쩌다 이탈리아, 미술과 걷다

류동현 지음, 교유서가 펴냄

이탈리아 화가 비토레 카르파초의 ‘성십자가의 기적’을 보면 베네치아의 400여 다리 중 맨 처음 지어진 리알토다리의 옛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사진출처=아카데미아미술관




운하가 도로를 대신하는 도시 베네치아. 118개의 섬, 177개의 운하를 잇는 400여 개의 다리 중 가장 오래된 ‘리알토 다리’를 보며 저자는 비토레 카르파초(1465~1525)의 ‘성십자가의 기적’을 떠올렸다. 십자가의 유물 앞에서 아픈 사람이 치유된 일화를 그린 종교화지만 그림을 가로지르는 리알토 다리와 함께 지붕·창 등 건물과 곤돌라까지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어 도시의 옛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림 이야기는 카르파초가 즐겨 쓰던 붉은색과 흰색이 고기와 소스의 색과 비슷해 화가의 이름을 붙인 요리 ‘카르파초’로, 작품이 걸린 아카데미아미술관을 나서면서는 슈베르트의 가곡 ‘곤돌라의 뱃사공’으로 자연스럽게 옮겨간다.



1989년 개봉한 영화 ‘인디아나 존스와 최후의 성전’에서 지하무덤을 탐사하다 쫓겨 광장 맨홀에서 기어나온 인디아나 존스는 “아! 베니스!”라고 감탄사를 던진다. 그 장면을 생생하게 기억하는 저자는 영화의 영향으로 고고미술사학과에 진학해 미술 저널리스트 겸 전시 기획자로 활동하는 류동현 씨. 그가 이탈리아 전역을 꼼꼼하게 돌아보고 완성한 책 ‘어쩌다 이탈리아, 미술과 걷다’에서는 여행자의 감성과 미술 전문가의 식견이 자유자재로 번뜩인다.

파도바에 들러 ‘르네상스시대를 연 화가’ 조토가 그린 스크로베니 예배당의 벽화를 챙겨보는 일은 필수다.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를 떠올리며 두오모를 둘러본 후 들른 우피치 미술관에서, 꽃의 도시 피렌체 그 자체라 해도 될 법한 산드로 보티첼리의 ‘봄’을 곱씹는 일은 당연했다. 패션의 도시 밀라노에서 ‘일상이 화보’인 사람들을 접하다보니 그곳 브레라미술관의 대표 소장품인 만테냐의 ‘죽은 그리스도’나 라파엘로의 ‘성모 마리아의 결혼’보다도 멋진 중세 복장을 확인할 수 있는 프란체스코 하예츠의 ‘키스’가 더 강렬하게 남았다.

프란체스코 하예츠 ‘키스’ /사진출처=브레라미술관




도시와 미술을 엮어 쓴 책은 보통 해당 지역에서 만날 수 있는 작품을 소개하지만 이 책의 경쟁력은 저자의 박학다식함을 무기로 시공을 초월해 끌어오는 미술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셰익스피어가 쓴 ‘로미오와 줄리엣’의 배경이 된 베로나에서는 발코니에서 진하게 키스하는 연인을 그린 프랭크 딕시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등장한다. 이 작품은 영국의 사우샘프턴시립갤러리 소장품이다. 영화 ‘시네마 천국’의 한 장면으로 등장하는 시칠리아의 도시 체팔루의 육중한 바위산을 보며 저자는 입체파(큐비즘)의 창시자 조르주 브라크가 자연을 단순화 해 그린 ‘에스타크의 집’을 이야기 한다. 도시 이름 체팔루의 어원은 깎아지른 듯한 바위곶이라는 뜻의 그리스어 ‘세팔라이디움’이다. 넓은 호수를 품은 차분한 도시 ‘카스텔 간돌포’에 머물면서는 고전주의와 인상주의 미술의 가교 역할을 한 화가 장 바티스트 카미유 코로가 그린 그곳의 시적(詩的) 풍경화를 짚어준다.

이렇게 책은 베네치아,피렌체,로마,나폴리를 비롯해 이탈리아의 도시 35곳을 다니며 이탈리아 화가는 물론 바실리 칸딘스키, 빈센트 반 고흐, 구스타프 클림트 등 다채로운 작가들을 만나게 한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시절이라 해외여행이 쉽지 않은 요즘, 집에 누워서 와유(臥遊)하듯 도시와 미술을 음미할 수 있다는 점 또한 이 책의 매력이다. 2만2,000원.

산드로 보티첼리의 ‘봄’ /사진출처=우피치미술관


/조상인 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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