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중소기업이 체불 임금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에서 빌린 돈이 역대 최대치로 급증했다. 정부가 파산 기업을 대신해 근로자에게 임금·휴업수당·퇴직금을 지급한 체당금(替當金)도 역대 최대치다. 문재인 정부 들어 지난 4년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다 코로나19의 여파까지 겹치면서 중기의 임금 지급 여력이 현저하게 떨어진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체불 청산 지원 사업을 통한 기업 융자액은 지난해 192억 4,000만 원으로 2011년 사업 신설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5년 36억 6,500만 원에서 5년 만에 5배 이상 뛰었다. 지원 사업장은 같은 기간 141곳에서 512곳으로 4배가량 늘었다. 올해 1~2월 기업 융자액과 지원 사업장은 33억 6,200만 원, 104곳으로 현 추세라면 올해 다시 최대치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근로복지공단은 일시적인 경영난으로 임금 체불이 발생한 300인 이하 사업장에 자금을 지원한다.
기업 융자액이 급증한 시기는 최저임금이 급등한 시기와 일치한다. 최저임금은 2018년 16.4%나 급등했다. 같은 기간 기업 융자액은 3배, 지원 사업장은 두 배 넘게 급증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기업의 임금 지급 능력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최저임금 급등의 여파는 체당금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체당금 지급 규모는 2016~2018년 3,700억 원선에서 2019년 4,598억 8,000만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는 이보다 26%나 크게 늘어난 5,796억 9,000만 원이었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체불 청산) 지원 사업 결과는 코로나19 사태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 고려돼야 할 점이 기업의 임금 지불 여력이라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라며 “특히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달리 숙련자와 비숙련자의 연봉 차이가 작은 만큼 최저임금이 오르면 근로자 전체 임금을 상승시키는 결과를 낳는다”고 말했다.
/세종=양종곤 기자 ggm11@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