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지주사들이 자사 간편 결제의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네이버·카카오페이 등 빅테크에 맞서 개방성을 확대함과 동시에 계열사와 연동해 고객을 빠르게 확보하기 위해서다.
우리은행은 우리은행 거래 실적과 우리페이 계좌 결제 서비스 이용 실적에 따라 최고 연 6.0%의 금리를 제공하는 ‘우리페이 적금’을 출시했다고 24일 밝혔다. 적금 가입 기간은 1년으로 월 납입 한도는 최대 20만 원이다. 금리는 기본 금리 연 1.0%에 우대금리 최대 연 1.0%포인트와 특별 우대금리 최대 연 4.0%포인트를 더해 최고 연 6.0%다. 우대금리는 우리페이 서비스의 결제 계좌와 급여 이체를 우리은행 계좌로 이용 시 제공된다. 특별 우대금리는 우리페이 계좌 결제 서비스로 3개월 내 30만 원을 결제할 경우 2%포인트, 1년에 200만 원 결제 시 2%포인트가 추가된다.
이 같은 금리는 최근 금융권에서 선보인 고금리 특판 상품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SBI저축은행이 오픈 뱅킹 출시를 기념해 최대 연 4%의 ‘행운금리 적금’을, NH농협은행이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NH사랑해요·감사해요 적금’을 최고 연 2.9%에 판매했다.
우리은행이 이처럼 고금리 상품을 출시한 것은 저금리 시대에 안정적인 금융 상품을 찾는 은행 고객을 우리페이에 자연스럽게 연결시키기 위해서다. 우리은행이 우리페이와 연동해 금융 상품을 판매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시장금리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가운데 그룹 내 자회사 간 협업을 통해 고금리 상품을 출시했다”며 “앞으로도 고객에게 많은 혜택이 제공되는 상품과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우리페이에 앞서 신한금융지주의 통합 간편 결제 서비스인 ‘신한페이’ 또한 신한은행과 연계해 모바일 전용 체크카드 상품을 선보인 바 있다. 신한은행 계좌만 있으면 신한은행 페이판 애플리케이션에서 모바일 체크카드를 발급해 실물 카드 없이도 모든 가맹점에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신한페이로 계좌 결제 시 전월 실적과 관계없이 월 최대 1만 원까지 0.2%를 포인트로 제공했다. 신한페이는 신한금융투자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와 연동해 결제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행보가 궁극적으로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에 맞서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간편 결제 시장에서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가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 지주사들이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그룹 차원의 통합 결제 플랫폼으로 시너지를 최대한 모색하면서 동시에 다른 회사와 제휴를 적극 추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간편 결제 서비스 중 핀테크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이용 비중이 지난해 1분기 58.7%에서 4분기 61.7%로 나날이 증가했다.
금융권의 관계자는 “금융사의 간편 결제 서비스가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결국 얼마나 차별화된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지영 기자 ji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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