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기원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최근 미국 바이든 정부 내에서 ‘중국 우한연구소 기원설’이 다시 수면위로 떠올라 그 귀추가 주목된다.
미 의회전문매체 더힐은 지난 24일(현지시간) 바이든 정부의 고위 관계자, 전문가들 사이에서 코로나19의 기원을 밝히기 위해 더 심층적인 조사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코로나19의 기원과 관련, 세계보건기구(WHO) 전문가 조사팀은 올해 초 우한을 직접 방문해 ‘박쥐와 같은 동물에서 중간 동물 숙주를 통해 인간에게 전파됐다’는 가설이 제일 유력하다고 결론 내렸으며, ‘우한 연구소 유출설’에 대해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평가한 바 있다. 다만 당시 조사팀은 연구소 직원의 우발적 감염을 통해 자연 발생적인 바이러스가 실험실 밖으로 나온 가설만 조사해 이러한 결론을 내렸고, 고의적인 실험실 유출 등은 고려하지 않았다. 즉, 코로나 바이러스의 고의적 유출이나 중국 당국의 은폐 가능성 등에 대한 논란을 불식시키지 못한 ‘반쪽짜리 결론’이 되어버린 것이다.
싱크탱크 애틀랜티 카운슬의 제이미 매츨 선임 연구원은 이날 CNBC에 “세계보건총회(WHA)가 열리는 지금, 미국은 동맹국과 함께 코로나 기원에 대한 전면 재조사를 요구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중국과 (필요하다면) 그 이외의 지역에서 모든 기록, 샘플, 관련자들에 대해 완전한 접근을 허용해 달라고 요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스콧 고틀리브 전 미 식품의약국(FDA) 국장도 같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실험실 유출설’을 뒷받침하는 정황 증거들이 점점 더 불어나고 있다며 재조사 요구에 무게를 실었다.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이자 백악관 의료 고문을 맡고 있는 앤서니 파우치 박사도 최근 비슷한 의견을 피력해 관심을 끌었다. 그는 지난 11일 팩트체크 행사인 ‘유나이티드 팩트 오브 아메리카’에서 “여전히 코로나19가 자연적으로 발생했다고 확신하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사실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이어 파우치 소장은 “확신이 없다”며 “우리 능력이 허용하는 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찾아낼 때까지 계속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코로나19 실험실 유출설’을 단칼에 잘라버렸던 그의 예전 발언들과 비교하면 상당히 주목할만한 입장 변화다.
미 정부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의 이런 견해는 최근 미 정부가 ‘코로나19 실험실 유출설’을 의심케 하는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언론 보도와 맞물려 더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3일 기사에서 미 정부의 비공개 정보 보고서를 인용해 코로나19 첫 발병보고 직전인 2019년 11월, 우한 연구소의 연구원 3명이 병원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아팠다는 정보를 미국이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WSJ은 24일에도 중국 광부 6명이 지난 2012년 4월 박쥐 배설물을 치우러 폐광에 들어간 뒤 알 수 없는 병에 걸렸고, 우한 연구소 학자들이 조사 도중 바이러스를 검출한 것이 코로나19의 기원이라는 의혹을 보도했다.
WSJ 보도와 관련,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24일 브리핑에서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면서도 “우리는 코로나19 기원에 대한 결론을 내리기에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키 대변인은 “다양한 옵션을 들여다봐야 할 필요가 있다”며 “자료도 필요하고, 독립적인 조사도 필요하다. 그것이 우리가 요구해 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연우 인턴기자 yeonwooh@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