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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칼럼] 저출산 시대를 살아가는 법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

급격한 출산률 저하로 지출 약화

인구 증가 정체된 시기 경제정책은

베이비부머 세대 때와는 달라야

폴 크루그먼




최근 노동통계청은 일반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인플레이션 수치를 내놓았다. 그러자 꾸준히 빗나간 인플레이션 전망을 제시해온 이들은 이번에는 정말 늑대가 나타났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그러나 금융시장은 이를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다. 통계청의 발표에 주가는 일단 하락했지만 곧바로 반등하면서 대부분의 손실을 만회했다. 채권 수익률 역시 뉴스가 나온 후 떨어졌으나 장 초반 수준으로 마감했다.

인플레이션 소식에 금융시장이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노동통계청의 발표 내용을 세밀히 분석한 투자자들이 기저 인플레이션의 상승 조짐이 전혀 없다는 사실에 주목한 것이 부분적 이유일 수 있다. 일부에서는 이번 발표가 중고차와 호텔 숙박료 상승을 반영한 데 불과하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코로나19를 기적적으로 몰아내고 있는 상황에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끝나면 미약한 투자 수요로 낮은 금리가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자리 잡고 있다. 저금리 환경의 최대 이유는 급격한 출산율 저하다. 출산율 하락은 한창 일할 연령대에 속한 인구가 둔화하거나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서는 것을 의미한다.

새로운 이슈는 아니다. 미국 인구가 1930년대 이후 최저 성장률을 기록했다는 지난달의 센서스 보고서는 인구 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아는 사실이다. 미국은 상대적으로 뒤늦게 저출산국 대열에 섰다. 일본은 1990년대 중반, 유로권은 2009년 이래 노동 연령대 인구 감소를 겪고 있다. 한 가정 한 자녀 정책으로 이제 중국까지 일본의 길을 따르기 시작했다.

인구 정체나 감소가 경제적으로 큰 문제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제한적인 자원과 심각한 환경 문제에 직면한 탓에 인구 과잉에 대해 엇갈린 해석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인구 증가가 정체된 시기의 경제정책은 성년이 된 베이비부머들로 잠재적 노동 인력이 급격히 늘던 때와는 분명히 달라야 할 필요가 있다.

물론 한 가지 문제가 있기는 하다. 인구 고령화는 은퇴한 노동자 한 명을 부양할 현역 노동자들의 수가 줄어드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일부 재정적인 문제를 일으킨다. 그러나 이런 문제는 종종 과장되곤 한다. 사회보장이 은퇴하는 베이비부머 세대를 제대로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아우성을 기억하는가. 많은 베이비부머들은 이미 은퇴했다. 2025년 무렵이면 근로자 한 명이 감당해야 하는 사회보장 수혜자 수는 더 이상 늘어나지 않을 것이다. 아직 위기의 조짐은 없다.



인구 증가세 감소에는 다른 이슈가 따라온다. 완전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시장경제는 기업들을 설득해 모든 가용 자금을 투자하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투자 수요 중 상당 부분은 인구 증가에 따라 움직인다. 새로 꾸려진 가정은 신규 주택을, 신규 취업자들은 새로운 사무실 건물과 공장 건설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인구 증가세 감소는 지속적인 지출 약화를 초래한다. 1938년 경제학자인 앨빈 한센이 ‘세속적 스태크네이션’이라는 용어로 진단한 현상이다. 래리 서머스는 최근 이 용어와 개념을 부활시켰다. 필자는 그의 판단이 옳다고 생각한다.

세속적 스태그네이션은 분명히 문제일 수 있다. 호경기에 금리를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면 막상 불황이 닥쳤을 때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추가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낼 수 없다. 그러나 저금리 상황은 생각하기에 따라 중요한 정책 기회를 제공한다.

저금리가 지속되면 시중에는 갈 곳을 찾지 못한 자금이 넘쳐 나게 된다. 가구들은 돈을 빌려주고 싶어하지만 기업들은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다. 이 자금을 공공 선을 위해 사용하면 어떨까. 저금리로 대출해 노후한 기간 시설을 재건하고 자녀 세대의 건강과 교육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이렇게 한다면 사회와 미래에 좋은 일이 될 것이고 미래의 경기 침체에 대한 충격 방지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채무 부담을 지적하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연방 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을 백분율로 환산하면 1990년에 비해 두 배나 상승했지만 이자 지급 증가 폭은 그 절반에 불과하다. 바로 이것이 인구 정체의 부산물인 낮은 차입 비용이 하는 일이다.

새로운 행정부의 정책안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바람직한 첫 걸음이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만큼 야심만만한 것은 아니다. 필자가 보기에 조 바이든 행정부는 과도하게 재정 적자를 의식하고 있다. 소요 비용을 어떻게 충당하느냐를 지나치게 걱정한다는 얘기다.

좋든 싫든 인구 성장 둔화 추세는 오랫동안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그 같은 현실을 염두에 둔 경제정책을 생각해야 한다.

/여론독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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