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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돌2.0] “왜 사람들은 ‘뱀파이어’에 열광 할까요”

동대문도서관이 마련한

박일아 연구원의 ‘뱀파이어로 철학하기’

서울 경희고 학생들 대상으로

뱀파이어 탄생 배경을 이해하는 시간 가져

박일아 한국영상자료원 겸임연구원이 지난 26일 서울 경희고에서 열린 강의에서 뱀파이어 캐릭터의 탄생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백상경제연구원




지난 26일 오후 7시. 서울 경희고등학교 시청각실에는 35명의 학생들이 모였다. 다른 학생들은 모두 집으로 돌아간 늦은 시간이었지만 평소 학교 수업시간에서는 들을 수 없는 특별한 강의가 열렸기 때문이다. 강의 주제는 ‘뱀파이어로 철학하기’. 학생들의 흥미를 불러 일으킬 만한 내용을 고민하던 학교측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선택한 주제다. 예상은 적중했다. 학생들은 수업 내내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이 강의에 집중했다.

강의를 맡은 영화전문가 박일아 한국영상자료원 겸임연구원이 “뱀파이어 관련 영화, 책, 웹툰, 웹소설 중 하나라도 본 사람 있나요”라고 묻자 대부분의 학생들이 “예”라고 대답했다. 박 연구원은 “뱀파이어는 수백 년 동안 사람들이 열광하는 캐릭터 중 하나”라며 “뱀파이어의 캐릭터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이해하면 앞으로 뱀파이어 관련 콘텐츠를 더 깊고 풍성하게 즐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연구원은 “뱀파이어의 캐릭터는 신화에서 출발한다”고 말하며 그리스 신화의 라미아(Lamia)와 수메르 신화의 릴리투(Lilitu)에 관해 설명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리미아는 헤라(Hera)의 질투로 자식을 모두 잃고 젊은 남성을 유혹해 정기를 빨아먹는 악령으로 변한다. 수메르 신화의 릴리투도 올빼미와 사자를 거느리며 남자를 유혹하고 그들의 피를 빨아먹는 불임의 악마로 등장한다. 이런 신화 속 모습들이 타인의 죽음으로 생명을 연장하는 뱀파이어의 캐릭터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

박 연구원은 “이 같은 신화 속 이야기와 죽음에 대한 집단 공포를 만든 14세기 중반 유럽의 흑사병, 이후 몇몇의 역사 속 인물들의 캐릭터가 섞이고 더해져 뱀파이어의 캐릭터가 구체화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렇게 완성된 뱀파이어의 캐릭터는 수많은 소설과 영화, 연극 속에 등장하게 됐다”며 존 폴리도리의 단편 소설 ‘흡혈귀(1819)’와 브램 스토거의 장편 소설 ‘드라큘라(1897)’, 프리드리히 빌헬름 무르나우 감독의 최초의 드라큘라 영화 ‘노스페라투(1922)’를 소개했다.



뱀파이어 캐릭터가 꾸준한 대중의 관심을 받는 것에 대해 박 연구원은 “신화와 여러 가지 역사적 사건을 통해 인간에게 내재된 죽음이나 두려움, 악의 모습을 형상화 한 게 뱀파이어”라며 “인간의 내면적 공포를 외면화 시켜 나온 캐릭터인 뱀파이어는 사람들을 감성을 자극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동대문도서관이 마련한 박 연구원의 ‘뱀파이어로 철학하기’ 강좌는 ‘고인돌2.0(고전·인문아카데미2.0: 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의 프로그램의 하나로 개최됐다. ‘고인돌2.0’은 서울경제신문 부설 백상경제연구원과 서울시교육청 도서관 및 평생학습관이 2013년부터 함께한 인문학 교육 사업이다. 성인 중심의 인문학 강좌로 시작한 ‘고인돌’은 지난해부터 명칭을 ‘고인돌2.0’으로 바꾸고 서울 전역의 중·고등학교와 연계해 강연을 하고 있다. 역사와 건축, 경제, 과학, 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의 총 56개 강좌로 구성된 올해 제9기 ‘고인돌2.0’은 특히 교과목과의 연계성을 높여 청소년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원격 강의 등 비대면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강의에 참여한 경희고 1학년 윤성찬 군은 “뱀파이어 캐릭터 뒤에 이렇게 많은 스토리가 있는지 몰랐다”며 “특히 최초의 뱀파이어 영화 ‘노스페라투’가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강의를 기획한 진대영 경희고 영어교사는 “뱀파이어라는 주제를 통해 학생들의 상상력을 키우는 좋은 시간이었다”며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인돌 2.0은 올 11월까지 80여개 중·고등학교를 찾아가 청소년들의 인문학의 사고를 높이기 위한 강연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이효정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원 hj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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