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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NG전환 손실 혈세로 메워..."석탄발전, 지역·신기술 고려 점진적 폐쇄해야"

[脫석탄 속도조절론 부상]

발전5사, 총부채 33조2,926억

전환비용 회수 못하면 더 악화

"친환경 아닌 혐오시설로 낙인"

대구시도 찬성서 반대로 돌아서

이산화탄소포집 기술 등 활용

석탄발전 수명연장 방안도 필요

'합천LNG복합발전소설립 반대운동본부'가 지난 13일 경남 합천군청 앞에서 쌍백·삼가면 일대에 추진 중인 LNG·태양광발전단지 계획 철회를 요구하며 문준희 합천군수의 태만한 협상 태도를 규탄하는 상복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구시는 지난 3월 액화천연가스(LNG) 복합 화력발전소 건립을 반대한다는 공식 입장을 냈다. 그간 한국남동발전은 석탄발전소를 폐지하고 대구에 1,120㎿ 규모의 LNG발전소 건립을 추진해왔으나 앞서 반대 입장을 밝혔던 대구시 의회에 이어 대구시까지 제동을 걸면서 신설 계획은 사실상 좌초됐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추진 초기에는 친환경 발전이라는 판단 아래 주민 동의를 전제로 찬성했으나 시대적 과제인 탄소 중립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아 반대 입장으로 정리했다”고 말했다. LNG발전소가 하수처리장, 쓰레기 소각장처럼 혐오 시설로 낙인찍히면서 공공 발전사의 석탄발전을 LNG발전으로 대체하겠다는 정부 계획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한층 커지고 있다.

정부는 기존 석탄발전이 위치한 곳의 여유 부지를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나 고려해야 할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LNG 발전소 한 기(1,000㎿ 기준)를 설립하는 데 드는 비용은 1조 원에 달한다. 발전사로서는 향후 전력을 팔아 전환 비용을 메워야 하는데 수익과 직결되는 연료비를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쉽지 않다. 석탄발전총량제 등 탈석탄 정책으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하는 상황에서 경영 불확실성이 한층 커진 것이다. 발전원 전환에 따라 유휴 인력을 재배치하는 것도 만만찮은 과제다.

그럼에도 정부는 오는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한다는 목표에 맞춰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의 상향을 검토하고 있어 석탄발전 퇴출 움직임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 공공 발전사의 재무 담당 임원은 “석탄발전을 줄여가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현실적인 문제를 고민하기 앞서 목표가 우선 제시되는 게 문제”라며 “부지나 비용, 인력 전환 문제를 두루 고민한 다음 목표를 세우지 않으면 현장의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무더기 적자’ 공공발전사...사업비용 감당 가능할까

현행 제도는 발전사들의 사업 전환 비용을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발전사가 비용을 회수하는 길은 전력을 판매해 수익을 올리는 길밖에 없다. 전력 거래 가격은 용량요금(CP)과 계통한계가격(SMP)으로 구성되는데 CP가 고정적인 만큼 SMP의 향방이 발전사의 수익을 좌우하게 된다. 문제는 SMP가 국제 연료 가격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에 현시점에서 발전사가 수익을 회수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SMP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발전사로서는 전환 비용을 오롯이 자체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석탄발전 위주의 공공 발전사 5곳의 재정 상황은 정부의 탈석탄 정책 여파로 해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5개 발전사는 2018년 182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고 지난해는 3,610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폭을 키웠다. 발전 5사의 총부채는 33조 2,926억 원에 달하는데 전환 비용을 회수하지 못하면 ‘그림자 부채’인 발전사의 빚은 더욱 불어날 수 있다.

다만 사업 전환 비용을 충분히 회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신설 LNG발전소의 경우 가스공사와 장기 연료조달 계약에 묶여 있지 않고 연료를 직도입할 수 있기 때문에 수익 확보가 한층 수월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연료비 단가 경쟁력을 높인 신규 진입 발전사들은 SMP 변동에 좌우되지 않고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력 전환 압력 가중

공정 간소화에 따른 인력 문제도 풀어야 한다. 석탄발전 공정을 살펴보면 우선 야적장의 석탄을 갈아 터빈으로 보내면 터빈에서 전기를 생산(발전)한다. 남은 찌꺼기는 탈황·탈질 설비와 전기집진기를 거쳐 연돌로 내보낸다. 하지만 LNG발전소는 가스를 주입하기 때문에 석탄발전소와 달리 연료나 찌거기 처리 과정이 없어 인력 감축이 불가피하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신재생에너지 등 신사업을 강화한다면 발전사에 한해서 유휴 인력 이상의 일자리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LNG발전으로 전환 시) 민간 정비 업체의 일감이 대폭 줄어 유휴 인력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석탄발전소의 폐지에 따른 지역경제 침체는 물론 근로자의 일자리 감소 등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발전 회사와 함께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발전 고려한 점진적 폐쇄로

2050년 탄소중립을 내건 정부가 탄소 감축 목표치를 올려잡을 경우 수명이 남거나 건설 중인 석탄발전소에 대한 폐쇄 압력도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부지 확보 문제와 비용 등을 감안해 최신 탄소 절감 장치를 갖춘 설비에 대해선 수명을 보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석탄발전이라는 이유로 조기 폐쇄를 단행하기보단 이산화탄소 포집(CCS) 등 탄소 절감 기술을 활용해 혹시 모를 전력 수급 문제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CCS는 화석연료의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90% 이상을 포집한 후 압축·수송해 저장하는 기술을 말한다. 한 발전업계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로 비즈니스모델을 전환하고 있지만 아직 안정적인 수익 사업으로 키우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며 “기존에 수주한 석탄화력 발전 사업까지 막힌다면 그 자리는 기술력이 낮은 중국 기업들이 가져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세종=김우보 기자 ub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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