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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철의 철학경영] 항상 가보지 않은 길을 가라

<148> 선택의 기준

전 연세대 교수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모든 인생은 항상 선택의 연속

때늦은 결정보다 나쁜 건 없어

적적한 타이밍에 결정 내리고

혁신으로 새로운 길 만들어야

김형철 전 연세대 교수




숲속 길 걷는 것은 생활의 큰 활력소다. 걷는 것 자체가 좋다. 허리가 아플 때 살살 걸어 보라. 그러면 편안해진다. 특히 숲 속 길을 걸으면 따가운 햇살을 피할 수 있어서 좋다. 상쾌한 공기가 좋다. 발에 자극이 가서 새로운 생각이 막 떠오른다. 호젓한 곳에서는 음악을 듣는 호사를 누릴 수도 있다. 좋은 사람과 같이 걸으면 그만이다. 그런데 어느 날 숲 속 길을 걷는 데 두 갈래 길이 나타난다. 하나는 길이 반듯하고 사람이 많이 다닌 곳 같다. 또 하나는 풀이 무성하고 사람이 좀 덜 다닌 길이다. 여러분은 어느 길을 택하겠는가. ‘가지 않은 길’이라는 시에서 로버트 프로스트는 후자를 택한다. 그리고 말한다. 그 선택 하나가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고.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태어나서 죽을 때 까지 수많은 선택을 한다. 결혼을 할 까 말까 고민하는 젊은이가 요즘 심심찮게 눈에 띈다. 정말 달라진 것이다. ‘라떼 이즈 호스’ 시절에는 ‘언제 결혼할 것인가. 누구랑 할 것 인가’에만 고민이 집중돼 있었다. ‘결혼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는 말이 있다. 한 철학자의 조언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면 하고 후회하는 것이 낫다’다. 왜? 그러면 경험이라도 생기고 교훈도 얻고 성숙할 기회도 생기니까. ‘실컷 고생해 놓고도 아무 것도 배우지 못하는 것(困而不學·곤이불학)’만 경계하면 된다. 이것은 결혼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닌 보편적 법칙이다. 단 예외가 있다.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인 말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말이 주된 교통 수단이던 시절이 있었다. 한 때 맨해튼에 있던 말의 숫자가 70만 마리에 이르렀다고 한다. 당연히 골치덩어리는 말똥이다. 냄새가 코를 찌르고, 튀기면 옷에 묻고,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었다. 그런 추세가 계속되면 길이 말똥으로 1미터 이상 쌓일 것이라는 추산이 나왔다. 그 예측은 맞았을까. 자동차가 등장하니 마차의 숫자가 점점 줄어 들기 시작한다. 말똥이 쌓이는 것 대신 매연에 시달리기 시작하지만, 그래도 과거보다 훨씬 낫다. 이제 당신은 마차를 계속 탈 것인가, 아니면 자동차로 갈아 탈 것인가. 자동차가 다니던 시절에도 여전히 말을 타고 다니는 사람은 있었다. 이제는 승마가 체력 단련을 위한 용도로 국한되었지만. 이제 곧 전기차가 길거리에 넘쳐 날 시점이 온다.



레코드 판을 듣던 시절은 낭만 그 자체였다. 25분마다 판을 뒤집는 수고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바늘이 검은 비닐 판에 파인 홈을 긁으면 기가 막힌 베토벤 첼로 소나타 3번이 흘러 나온다. 비 오는 날 방에서 바흐의 무반주 첼로를 들으면 마음이 차악 가라앉는다. 그러다가 카세트 테이프가 나왔다. 이제 걸어 다니며 음악을 즐길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CD가 나오니 음질이 깨끗하다. 좀 너무 인공적이긴 하지만. 이제 아예 디지컬 음원을 듣게 되니 가게에 CD를 사러 갈 필요도 없다. 인터넷이 터지는 곳이면 어디서나 음악을 소비할 수 있다. 그런데 아직도 LP를 찾는 사람이 있다. 아날로그 소리가 디지털 소리보다 더 ‘인간적’이란다. 하기야 인간의 고막이 아날로그이긴 하다. 여러분은 어떤 길을 가겠는가.

미국 유학 시절 중고책을 사 모으는 것이 큰 낙이었다. 한 때 1만 권에 육박했던 장서는 이제 거의 다 없고 200권 남짓 남았다. 중간 중간에 나보다 그 책을 더 필요로 하는 제자들에게 주었다. 퇴임하면서 문과 대학 도서관에 다 기증했다. 그리고는 이제 종이책을 잘 사지 않는다. 연구실이 없어지면서 집에 책 둘 공간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요즘 책은 현직일 때보다 더 많이 읽는 것 같다. 옛날에 별로 공부를 안 했다는 이야기다. 이제 e북으로 본다. 눈이 좀 아프다. 감촉이 종이책만 못하다. 그러나 언제 어디서나 들고 다닐 수 있고 태블릿 하나에 1만 권 아니라 10만 권도 넣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e북의 길을 선택했다. 그래도 종이책은 당분간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비행기가 나와도 기차 배 버스가 여전히 다니는 것처럼.

이럴까 저럴까 헷갈릴 때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의 조언에 귀를 기울여라. 성급한 결정을 연기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잠을 푹 자고 일어나 결정해 보라. 너무 고민하지만 말고 적절한 타이밍에 결정을 내려라. 때 늦은 결정보다 더 나쁜 것은 없다. 후회가 적을 쪽으로 결정하는 것도 정신 건강에 좋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이 있다. 혁신은 새로운 길을 내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편하게 갈 길을 만드는 사람은 항상 가보지 않은 길을 간다.

/여론독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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