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북의 실향민들은 부산 피란 생활 중 전분을 구하기 어려워지자 미군 배급 밀가루로 국수를 만들어 먹었다. 이 국수는 만들어주는 삯만 받았다고 해서 ‘삯국수’로 불리다 밀냉면에서, 다시 밀면으로 불리게 됐다. 밀면은 부산을 대표하는 향토음식 중 하나다.
부산은 6.25전쟁으로 임시 수도이자 피란길의 종착지가 됐다. 흥남 철수와 1.4 후퇴로 피란민이 몰려들면서 부산의 인구는 급증하기 시작했고,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사람들로 부산 만의 새로운 문화가 싹트기 시작한 것도 이 때부터다.
국립민속박물관이 부산시와 공동으로 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Ⅰ에서 '부산, 바다와 뭍의 나들목' 특별전을 개최했다. '2021 부산민속문화의 해'를 맞아 마련된 이번 전시는 그동안 잘 몰랐던 진짜 '부산'을 만나는 자리다. 문화재를 포함한 관련 유물 및 수집 자료와 사진, 영상 320여점을 통해 부산의 역사를 들여다볼 수 있다.
1부 '사람·물자·문화의 나들목, 부산'은 조선시대 통신사와 왜관(倭館)을 통해 일본과 교류했던 시절부터 최초의 근대 개항장이 되어 근대문물을 받아들이고, 피란민을 수용하며 수출무역의 거점 도시로 성장하기까지의 부산 근현대 역사 전반을 다루고 있다.
개항장의 실상을 보여주는 감리서 서기 민건호의 일기 ‘해은일록(부산광역시 유형문화재 제187호)’, 6·25전쟁 피란수도 당시 생활사 자료, 이북 피란민이 창안한 밀면 제조 도구, 실향민이 그린 ‘고향 지도’ 등을 볼 수 있다. 조선시대 대일 교류를 보여주는 자료로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조선통신사행렬도’도 최초로 공개된다.
부산하면 흔히 바다를 떠올리지만 조선시대까지 부산 사람들은 대부분 낙동강과 수영강을 따라 펼쳐진 평야에서 농사를 짓고 살았다. 한해 농사의 풍년과 평안을 기원하는 '탈놀음'과 농사공동체의 노동요에서 비롯된 '농청놀이'가 부산의 농경문화를 보여준다.
2부 '농경문화와 해양문화의 공존, 부산'에서는 농경문화와 해양문화를 간직한 부산 사람들의 삶과 민속을 소개한다.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동래야류 탈’과 ‘수영야류 탈(부산광역시 민속문화재 제16호)’ 등 부산지역 전통 탈과 '수영야류(국가무형문화재 제43호)’, ‘동래야류(국가무형문화재 18호)’ 등 탈놀음을 증강현실(AR)로 체험할 수 있다. 해양문화로는 수군과 어민이 함께 하는 멸치후리질을 보여주는 ‘좌수영어방놀이(국가무형문화재 제62호)' 관련 자료와 영상이 전시된다.
부산 여성의 삶도 조명한다. 제주를 떠나 물질을 가는 출향 해녀의 거점이었던 영도의 ‘부산 해녀’, 망치로 배에 낀 녹을 ‘깡깡’ 소리 내며 떼어내는 ‘깡깡이아지매’,부산의 아침을 깨우며 재첩국을 팔던 ‘재칫국아지매’, 어시장의 ‘자갈치아지매’ 등 관련 자료와 생생한 인터뷰를 전시장에서 만날 수 있다.
전시는 오는 8월까지이며, 9월14일부터 12월5일까지는 부산박물관에서 이어진다.
/최성욱 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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