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예측 없는 결정'이 가져온 혼란

서지혜 바이오IT부 기자

지난 2일 오후 질병 당국은 브리핑을 통해 “4일부터 코로나19 잔여 백신 접종을 위한 예비 명단에는 60세 이상 고령층만 이름을 올릴 수 있다”며 “그래도 잔여 백신이 발생할 경우 카카오·네이버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60세 이하 연령대도 예약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당초 만 30세 이상이면 누구나 병원 예비 명단을 통해 잔여 백신을 접종할 수 있었던 방침을 변경한 것이다. 발표 직후 일선 병원에서는 예비 명단의 60세 이하 대상자에게 연락해 취소를 통보했다.

하지만 정부는 2일 오후 밤 10시 돌연 기자들에게 보도 참고 자료를 메일로 보내 “변경된 잔여 백신 지침을 오는 9일까지 유지한다”고 알려왔다. 공식 발표 이후 슬그머니 지침 변경을 통보한 것이다. 2일 밤부터 3일 오전까지 관련 보도가 나오면서 예약이 취소된 사람들 중 취소된 예약을 다시 되돌릴 수 있는지 여부를 묻는 전화가 병원에 쇄도했다. 이로 인해 일부 병원은 업무에 지장이 생겼지만 정부는 오전까지 이 같은 상황에 대한 별도의 지침도, 공식 발표도 하지 않았다.



이 같은 사태는 질병 당국의 ‘예측 없는 정책 결정’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질병관리청은 예비 명단을 9일까지 유지하기로 한 배경에 대해 “의료 기관이 이미 예약해둔 사람에게 취소하게 하는 것도 불편하고 예약된 사람도 불편함이 있는 것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애초에 ‘4일’부터 시행한다는 지침을 결정하면서 예약 취소로 인한 혼선이 빚어지는 당연한 상황을 예상하지 못한 걸까.

‘선 발표, 후 수습’으로 시행된 정책의 책임은 결국 현장 의료진이 지게 된다. 하반기까지 접종이 진행되면 접종 순서와 절차·방법 등을 둘러싸고 다양한 잡음이 나올 수 있다. 접종 대상자들은 이를 병원에서 묻고, 따지고, 확인할 것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무책임한 발표는 현장에 혼란만 가져온다. 지금이라도 당국은 다양한 변수를 예상하고 리스크 관리에 나서야 한다.

/서지혜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