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공원에서 술을 마신 뒤 잠이 들었다가 실종된 후 닷새 만에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손정민(22)씨 사건 관련, 서울지방경찰청이 '범죄 혐의점'은 없다는 중간 수사결과 발표를 내놓은 가운데 이번 사건의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네이버 카페 회원들이 '비영리단체' 등록을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3일 헤럴드경제 보도에 따르면 네이버 카페 '반포한강사건 진실을 찾는 사람들(반진사)' 운영자이자 유튜브 채널 '종이의 TV'를 운영 중인 유튜버 박재용씨는 반진사를 지난 1일 '진실을 찾는 사람들'이라는 이름의 비영리단체로 등록을 마쳤다.
이와 관련 박씨는 "단순히 네이버 카페라는 커뮤니티가 아니라 조직적인 단체로서 기능하고 체계적인 활동을 하기 위해 비영리단체로 등록했다"면서 "많은 시민 분들이 반포한강공원 사건에 관심을 가지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지만 시간이 흘러도 그 의혹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더 이상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진실 규명에 힘을 모으기 위한 목적"이라고 헤럴드경제에 전했다.
비영리단체의 이름을 '반진사' 대신 '진실을 찾는 사람들'이라고 한 것과 관련, 박씨는 특정 지역의 이름이 단체명에 포함될 경우 주변 주민들에게 불편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 "단체는 손정민 씨 사망 사건에 대해서만 활동을 집중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반진사' 회원들은 이번 정민씨 사건을 두고 '범죄 혐의점'은 없다는 서울지방경찰청의 중간 수사결과 발표에 대해 정민씨와 함께 술을 마신 친구 A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하고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내자동 서울경찰청 앞에서 '고 손정민군 사건 관련 CCTV 원본 전체 대공개 및 핵심 인물 동석자 A에 대한 거짓말 탐지기 조사 요구'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27일 경찰이 발표한 중간수사 결과를 들으며 수사과정의 공정성과 합리성에 강한 의구심과 우려를 가지게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진사는 정민씨 사망사건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사람들이 만든 네이버 카페로 지난달 16일 만들어진 후 지금까지 3만3,000여명이 가입했다.
그러면서 반진사 회원들은 "A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하고 조사해야 하는 수많은 근거가 있음에도 경찰은 아직까지 A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수사하고 있다"면서 지금이라도 당장 A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적극적으로 수사하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이들은 "A씨에 대한 거짓말 탐지기 조사 및 사건과 관련된 모든 폐쇄회로(CC)TV 원본 전체에 대한 대국민 공개를 강력하게 요청한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홈페이지에 수사 상황을 올리며 궁금하거나 요구할 사항이 있다면 연락을 달라고 했다"면서 "충분히 소통하겠다는 취지로 수사상황을 게시한 만큼 해당 창구를 활용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경찰청은 지난달 27일 중간 수사결과 브리핑을 통해 'A씨가 숨진 정민씨와 함께 한강에 입수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에 대해 "A씨가 정민씨 실종 당일인 지난달 25일 오전 4시 42분께 귀가할 때 탔던 택시 기사는 당시 'A씨의 옷이 젖어 있었는지 제대로 보지 못했으나, 운행을 마치고 내부를 세차할 때 (A씨가 탔던) 차량 뒷좌석이 젖어있지 않았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은 같은 날 홈페이지에 23쪽 분량의 한강 대학생 사망사건 관련 수사 진행사항을 공개했다. 문서에 따르면 정민씨가 평소 물을 무서워해 스스로 물에 들어갈 이유가 없다는 정민씨 아버지의 주장에 대해서도 경찰은 "손씨가 해외 해변이나 국내에서 물놀이하며 찍힌 사진과 영상 등을 확보했다"며 "정확한 입수 경위에 대해선 계속 확인 중"이라고 했다.
경찰은 아울러 한 목격자가 당일 오전 2시 18분께 정민씨와 A씨의 모습을 촬영한 사진을 근거로 'A씨가 누워 있던 손씨의 주머니를 뒤적였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사진을 경찰에 제출한 목격자는 A씨가 자고 있던 손씨 옆에서 짐을 챙기고 손씨를 흔들어 깨우는 장면이라고 진술했다"고 반박했다.
/김경훈 기자 styxx@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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