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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디지털위안화 올인할때 美는 투명성 초점…암호화폐 주도권 美로 넘어가나

■디센터 블록체인 Now

암호화폐 규제 본격화…美·中 '서로 다른 셈법'





지난 2019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공산당 중앙정치국 학습회에 참여해 블록체인 기술을 육성해야 한다고 직접 강조했다. 하지만 2년이 채 지나지 않아 입장을 180도 바꿨다. 암호화폐 거래 및 채굴을 금지한 데 이어 육성 대상이었던 블록체인 기술을 두고 “안정성이 시험대에 올랐다”며 비판한 것이다. 반면 미국은 정부부터 민간까지 암호화폐 산업을 제도권 안으로 편입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암호화폐 규제를 둘러싼 두 나라의 상반된 기조에 따라 앞으로 암호화폐 산업의 주도권이 중국에서 미국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中, 채굴능력 장악 불구 잇따라 금지조치

내년 동계올림픽 DCEP 상용화 앞두고

위안화 국제화·디지털경제 선점 열올려

美, 사업 라이선스 발급 등 제도화 가속

민간 주도 비트코인 채굴자 협회도 꾸려

중국은 2017년 9월 암호화폐상장(ICO)을 통한 자금 조달을 전면 금지했다. 동시에 중국 내 암호화폐거래소를 폐쇄 조치했다. 1년 뒤인 2018년에는 해외 서버를 이용하는 암호화폐거래소 접근도 일부 차단했다. 암호화폐에 강력 대응한 것으로 보이지만 일각에서는 ‘겉과 속이 다른 정책’이었다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가 밖으로는 금지 기조를 유지하면서 안에서는 블록체인·암호화폐 관련 기업 양성에 힘을 쏟았다는 의견이다. 실제로 중국 내에서는 기술 회사를 설립하고 싱가포르 등지에 별도 법인을 만들어 암호화폐를 발행한 기업이 대다수다. 대표적인 예로는 시가총액 29위인 ‘네오’가 있다. 현지에서는 암호화폐를 소개하는 대형 콘퍼런스도 빈번히 개최됐다.

중국이 급격히 입장을 선회한 배경에는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가 있다. 중국은 CBDC에 디지털위안화(DCEP)라는 이름을 붙이고 지난해 선전을 시작으로 쑤저우·상하이 등 주요 도시에서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대중에게는 ‘디지털인민폐(e-CNY)’라는 이름으로 화폐를 유통했다. 단기 목표는 오는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기간 DCEP를 상용화하는 것이다. 동계올림픽이 1년이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이 DCEP를 띄우고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를 죽이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중국 규제 당국 입장에서는 익명성이 보장되고 통제가 불가능한 암호화폐가 눈엣가시일 수 있다. 임동민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 정부에 암호화폐는 위험하고 부담스러운 존재”라며 “컨트롤할 수 없는 암호화폐보다 중국 정부가 주도하는 DCEP 프로젝트를 강화하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앞서 중국 관영매체인 경제참고보는 “암호화폐 불법 투기가 성행하고 투자자에게 막대한 재산 피해를 주고 있다”며 “국가 금융 안정과 사회질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암호화폐를 금지한 또 하나의 이유로는 중국 위안화의 국제화 및 위상 제고가 꼽힌다. KOTRA가 발표한 ‘중국 디지털인민폐 시범 운영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김준기 중국시안무역관장은 “중국은 오랜 기간 인민폐(위안화)의 위상 제고를 위해 노력해왔다”며 “그러나 인민폐의 국제화가 쉽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디지털인민폐의 성공적인 시행이 인민폐 국제화에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각국 중앙은행이 CBDC 연구 및 발행에 집중하는 가운데 디지털 경제에서만큼은 기축통화로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게 중국의 전략이다.



전면 금지라는 중국의 전략과는 다르게 미국은 ‘암호화폐 양성화’에 초점을 맞췄다. 뉴욕주는 2015년부터 암호화폐 사업 면허제인 ‘비트라이선스’를 발급해오고 있다. 암호화폐를 송금·교환·판매하는 모든 사업자는 필수로 비트라이선스를 획득해야 한다. 기존 법 조항에 부합하면 ICO도 승인하고 있다. 2019년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레그(Reg)A+ 조항에 근거해 블록스택의 암호화폐를 통한 자금 조달을 승인했다. 이에 블록스택은 공모 형태로 2,300만 달러(약 256억 원)를 모았다. 노스다코타주 윌리스턴시에서는 암호화폐로 공공요금을 지불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중국과 미국은 최근 암호화폐 채굴 시장에서도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채굴 강국인 중국이 ‘채굴 금지’라는 강력한 규제 카드를 꺼내 든 반면 미국은 민간을 중심으로 채굴을 강화하며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갤럭시디지털리서치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채굴기 연산 능력이라고 볼 수 있는 비트코인 해시레이트의 65.8%가 중국에 분포돼 있다. 지난달 25일 기준 비트코인 채굴 풀 가운데 상위 10곳 중 8곳이 중국계다.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암호화폐 채굴을 강력 규제하기로 결정했다. 탄소 배출 때문이다. 경제참고보는 암호화폐 채굴을 두고 “지방정부의 전력 에너지를 낭비하고 국가의 목표인 탄소 배출 중립을 훼손한다”고 비판했다. 정부 기조에 따라 비트코인 채굴 최대 거점으로 알려진 네이멍구성은 기업 및 개인의 채굴을 전면 금지하는 조항을 공표했다.

미국에서는 마이크로스트래티지를 중심으로 북미 비트코인채굴자협회를 구성했다. 협회는 에너지 사용의 투명성을 높이고 보고 체계를 표준화하는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갤럭시디지털HQ·하이브블록체인·마라톤DH 등 북미 주요 채굴 업체가 구성 회의에 참여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두 국가의 상반된 규제로 암호화폐 채굴 주도권이 미국으로 넘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표철민 체인파트너스 대표는 “채굴 산업이 미국을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며 “중국의 이번 규제는 미국이 채굴 헤게모니를 가져올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표 대표는 “최근 미국은 셰일가스가 풍족해 전기료를 싸게 공급하고 있다”며 “대형 채굴 풀이 미국으로 옮겨가기 알맞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에 유리한 상황을 만든 중국의 속내에 대해 “중국 입장에서는 자국 인민들의 투기를 억제하는 게 더 시급한 문제라 판단한 것”이라며 “위챗페이 등에서 암호화폐 P2P 거래량이 증가하는 것을 보고 취한 조치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노윤주 기자·김정우 기자 daisyroh@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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