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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만한 조직·관리 놔둔채 직원만 줄여…'알맹이 빠진' 개혁

[혁신 없는 'LH 혁신방안']

지주사 전환 등 조직개편 미루고

부동산 투기이익환수방안도 빠져

당정 눈치싸움에 쇄신 흐지부지

'공공택지 조사' 국토부 이관 등

"중앙정부 덩치만 커져" 지적도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이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혁신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오승현기자




김부겸 국무총리가 최근까지 한국토지주택공사(LH) 혁신 방안에 대해 “해체 수준의 혁신안이 마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땅 투기 의혹이 불거진 지 3개월 만에 나온 내용을 보면 핵심적인 조직 개편 방안이 제외되는 등 ‘무늬만 혁신’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변죽만 울렸다는 평가와 더불어 조직 분할 논의가 미뤄지면서 혼선만 더욱 키웠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LH 혁신 방안 보니…인력 20% 줄인다=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7일 관계 부처 합동으로 ‘LH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노 국토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부동산 개발 중심인 LH 조직의 DNA를 주거 복지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대대적으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선 LH의 공공택지 입지 조사 업무를 국토부로 이관하기로 했다. 또 다른 공공기관이나 지자체·민간이 수행할 수 있는 기능은 과감하게 축소·이양하도록 했다. 주거복지·주택공급 기능을 제외한 비핵심 기능을 분산해 조직 슬림화에 나서겠다는 구상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시설물 성능 인증 업무는 건설기술연구원, 공동주택 관리 지원 업무는 주택관리협회로 넘긴다. 정부 간 협력 사업(G2G)을 제외한 신규 해외투자 사업도 원칙적으로 중단하고 컨설팅 업무는 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로 넘겨 수행하도록 했다. 이 같은 조치로 전체 20% 수준인 2,000명 이상의 인원을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밖에 전 직원에게 재산 등록 의무를 부여하고 실사용 목적 외 토지 취득을 금지하는 등 투기 방지 대책도 마련했다. 신도시 지정 때 임직원의 토지 보유 정보를 확인해 대조할 수 있는 ‘임직원 보유 토지 정보 시스템’도 도입한다. 외부 전문가가 투기 여부를 감시하는 ‘준법감시관제’도 담겼다. LH의 방만 경영을 개선하기 위해 향후 3년간 임원·고위직의 인건비를 동결하고 과거 비위 행위를 반영해 임직원 성과급을 환수할 수 있도록 하는 쇄신 방안도 포함됐다.





◇해체 수준의 혁신…알맹이 빠졌다=하지만 이번 발표에서 ‘핵심 사안’이라고 할 조직 개편과 투기 이익 환수 방안이 빠졌다. ‘알맹이가 빠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노 장관은 “이르면 오는 8월까지 지주사 전환 등 조직 개편안을 확정하고 이에 필요한 법률 개정·제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논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정부는 토지와 주택, 주거 복지 부문을 중심으로 분리하는 세 가지 대안을 중점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검토안은 토지와 주택·주거복지를 별도 분리하는 1안, 주거 복지 부문과 개발 사업 부문인 토지·주택을 동일한 위계로 수평 분리하는 2안, 2안과 같이 분리하되 주거 복지 부문을 모회사로, 개발 사업 부문을 자회사로 두는 3안이다. 당초 정부는 지주회사안인 3안을 제시했으나 여당이 더욱 명확하게 회사가 분리돼야 한다며 반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장관은 "LH 조직에 견제와 균형 원리가 작동하고 공공성과 투명성이 강화되며, 주거 복지 등 본연의 업무에 충실한 조직으로 거듭난다는 원칙하에 추후 광범위한 의견 수렴을 거쳐 8월까지는 최종안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도 저도 아닌 미봉책만 내놓게 됐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정부는 LH가 주도하는 각종 공급책을 쏟아낸 와중에 과도한 기능 축소로 부작용이 생길까 염려하고 있다. 반면 여당은 LH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감안해 토지·주택 기능을 완전히 분리하는 ‘해체 수준’의 쇄신안을 고집하면서 의견 차를 좁히지 못했다.

여기에 정부로서는 주거 복지 사업에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을 토지·주택 사업으로 충당하는 ‘교차보전’ 구조가 어그러지는 상황도 무시할 수 없다. LH는 주거 복지 사업에서만 매년 1조 5,000억 원 이상의 적자를 보고 있는데 택지 판매 및 주택 분양 등을 통해 적자를 메우는 구조다. 오히려 이번 혁신 방안으로 국토부가 공공택지 입지 조사 업무를 회수하면서 중앙정부의 기능이 커지고 인력만 더 증가하는 결과가 나왔다.

일각에서는 정부와 여당이 서로 ‘눈치 싸움’을 하면서 LH 혁신을 유야무야 넘길 것 같다는 지적도 나온다. 향후 조직 개편안이 마련돼도 국회 입법 절차를 거쳐야 한다. 향후 대선을 앞두고 있어 관련 논의가 흐지부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전체적인 구조개혁의 방향을 설정하지 못하고 ‘앙꼬 빠진’ 개혁안만 내놓았다”며 “구체적인 방안에 따라 빠르게 추진해야 조직이 안정화돼 신도시 공급 대책도 원활히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LH 혁신안을 두고 경남 진주시 지역 정가에서도 “땜질 식 처방”이라며 반대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진주 지역구인 박대출(진주갑)·강민국(진주을) 국민의힘 의원은 “비대해진 LH 조직을 효율화한다는 명분 아래 하루아침에 선량한 직원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면 곤란하다”고 성명을 냈다. 조규일 진주시장 또한 “진주가 심각한 위기에 처하게 됐다”며 혁신안에 반대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진동영 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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