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최영기 칼럼] 고용 없는 경기회복과 고용전략

한림대 경영학부 객원교수

韓 경기 회복 희망에도 고용부진 여전

美선 SOC·직업훈련 등에 2조弗 투자

과감한 재정·일자리 정책으로 대전환

우리도 고용 관점서 경영전략 짜는 등

발상 전환한 한국형 고용 전략 수립해야





백신 접종 가속화와 과감한 확장재정 덕에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가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우리도 수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해 4%대 성장이 가능할 전망이다. 연말 쯤이면 마스크도 벗고 일상을 되찾는다는 희망이 싹트고 있다.

그러나 경기 회복이 고용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지난 5월 한국은행이 올해 성장률을 4%로 상향 조정했다. 고용 총량은 14만명 증가할 전망이지만 고용률은 60.1%로 지난해와 같다. 인구 요인을 뺀 실질 고용 사정은 변동이 없다는 의미다. 내년은 3% 성장에 고용률 60.4%다. 이대로라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 2019년의 고용률 60.9%를 회복하는 시기는 다음 정부 중반쯤 일 것이다. 더구나 디지털 전환과 비대면 서비스 확대로 인한 큰 폭의 직업 변동까지 감안한다면 구조적 실업이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 고용 없는 경기 회복을 피하려면 새로운 발상과 진로를 모색하는 과감한 고용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미국의 최근 고용전략은 우리에게 많은 참고가 된다. 작년 2월 미국의 실업률은 사상 최저인 3.5%로 완전 고용을 자랑했지만 록다운에 들어간 4월에는 14.4%까지 치솟았다. 팬데믹은 미국 노동 시장의 과도한 유연성과 부실한 안전망을 생생하게 드러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정책의 대전환을 시도하며 1930년대 뉴딜 시대를 연상할 정도의 과감한 확장 재정과 일자리 정책을 펼치고 있다. 대대적인 경기부양용 현금 살포에 이어 전후 최대의 재정 투입을 불사하며 고용 창출에 나섰다. 좋은 일자리로 무너진 중산층을 복원하고 심각한 불평등을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지난 3월 발표된 ‘미국일자리계획(American jobs plan)'은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와 그린 일자리, 공립 학교와 직업 훈련에 대한 지원, 보육과 돌봄 서비스 일자리 등 총 2조 달러가 넘는 예산을 투자해 중간 수준의 안정된 일자리를 대량 창출한다는 미국형 고용전략이다. 뿐만 아니라 노동조합이 있어야 좋은 일자리가 된다며 노조 조직화를 지원하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중심의 태스크포스까지 구성했다.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지난 30여년의 정책 기조에 대비되는 놀라운 반전이자 정책 혁신이다.



팬데믹 이전에도 한국의 고용 사정은 좋지 않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2019년 고용률은 미국이나 독일, 일본에 비해 5~10%p 낮고 여성 고용률은 10~15%p 낮다. 고용의 질도 안 좋다. 임시직과 영세자영업자의 비중이 이들보다 2배 내지 4배나 된다. 3년 안에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가는 사람은 20%도 안 된다. 만성적인 고용 부진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 경제의 고질병이 됐지만 역대 정부는 단편적인 고용 대책만 반복했다. 팬데믹 이후 더 큰 고용위기에 빠지지 않으려면 그리고 만성적인 고용 부진을 타파하려면 노동 시장 구조 개혁을 포함한 포괄적인 한국형 고용 전략을 새로 짜야 한다. 기존의 여러 정책 메뉴를 망라해야겠지만 노동 시장 안에서만 답을 찾던 관성에서 벗어나 새로운 발상과 접근도 필요하다.

첫째 기업의 경영전략을 고용의 관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외환위기 직전 500조원에도 못 미치던 국내총생산(GDP)이 4배 가까이 커지고 1인당 국민소득이 3배 넘게 증가했는데도 좋은 일자리는 부족하고 양극화는 심화되는 원인을 노동시장에서만 찾으면 안 된다. 서울대 이근교수 분석에 따르면 한국경제는 1997년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투자와 고용보다는 배당과 자사주매입, 단기 수익을 중시하는 금융주도 시장모델을 너무 열심히 따라가고 있다. 한 예로 2019년 한국의 10대 기업은 당기순이익의 41.3%를 배당했고 미국의 10대 기업은 32.2%를 배당했다. 더구나 상당 규모의 배당은 해외로 유출된다. 이들의 경영전략을 투자와 고용 친화적으로 바꾸려면 고용 유연화가 아니라 경영권 안정이 더 중요하다. 한국의 대표기업들이 주주만이 아니라 종업원과 협력업체, 지역사회까지 고려하는 경영전략으로 갈 때만이 고용위기 극복의 길이 열릴 것이다.

둘째 공공사회서비스를 좋은 일자리의 창출이라는 관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난 20년간 2백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공공사회서비스분야에서 나왔다. 보육과 돌봄, 보건복지와 교육훈련에 대한 정부 지원은 대부분 바우쳐를 통해 민간기업이 서비스를 제공한다. 문제는 이들 일자리가 불안정하고 저임금이라서 기피 직업으로 분류된다는 점이다. 북유럽 모델처럼 이들 서비스를 모두 공공화할 필요는 없겠지만 고용안정과 적정한 인적자원관리(HRM)로 매력적인 일자리로 만드는 쪽으로 서비스 전달체계를 혁신할 필요는 있다.

/여론독자부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