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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여름을 견디는 사랑





“사랑은 참 이상해.” 소피아가 말했다. “사랑은 줄수록 돌려받지 못해.” “정말 그래.” 할머니가 말했다. “그럼 어떻게 하지?” “계속 사랑해야지.” 소피아가 위협하듯이 말했다. “더욱더 많이 사랑해야지.” 할머니는 한숨을 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할머니.” 소피아가 말했다. “가끔은 내가 이 고양이를 미워한다는 생각이 들어. 더이상 얘를 사랑할 힘이 없는데, 그래도 계속 얘 생각만 나.” (토베 얀손, ‘여름의 책’, 2019년 민음사 펴냄)

여름이 오면 수박이나 냉면을 먹듯이 나는 ‘여름의 책’을 찾아 읽는다. 흰 하마를 닮은 ‘무민’ 캐릭터의 창조자, 토베 얀손은 무겁고 복잡한 인생사를 하얗게 빨고 바삭바삭하게 말려 책갈피마다 널어두었다. 소녀 소피아와 할머니는 섬에서 여름을 난다. 담백하고 단출한 일상이 펼쳐질 것 같지만, 쑥쑥 자라는 중인 소피아에게는 외딴 섬에서도 온갖 일들이 일어난다. 소피아는 섬에서 사랑에 빠진다. 게다가 그 대상은 도무지 속을 알 수 없고 제멋대로인 고양이 마페. 소피아는 마페를 사랑하지만, 마페는 좀처럼 ‘내 고양이’로 길들여지지 않는다.



소녀와 고양이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보며, 우리는 끝내 ‘돌려받지 못한’ 숱한 사랑에 한숨짓게 된다. 사랑할수록 바라는 것은 많아지지만, 그럴수록 우리는 돌려받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이 엉뚱하고 귀여운 사랑 이야기 속에서 어른들은 문득 뒤통수를 맞듯이, 후덥지근하고 숨 막히는 사랑의 갑을관계를 돌파해내는 소녀의 용기와 마주하게 된다. 돌려받지 못할수록 더욱 사랑하겠다는 것, 상대가 미워질 만큼 사랑해보고, 사랑할 힘이 없을 때에도 계속 사랑하기로 결심하는 것. 사랑은 ‘여름의 일’이어서, 타버릴 듯 뜨겁다가 돌연 소나기가 내리고 천둥번개가 치며 한 사람으로 하여금 종잡을 수 없는 계절을 살게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이 일을 그만둘 수 없다. 사랑은 결국 ‘사람의 일’이기도 하니까. /이연실 문학동네 편집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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