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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불기소된 기획부동산 고소, 'LH 의혹'발 재수사로 재판에··· 피해자 “꿈 아니고 현실 맞는지”
항공사진에 표시한 경기도 성남시 금토동 산73번지./자료=네이버지도




“희망이 보입니다. 갑자기 살아나서요. 낙심하고 포기하고 있었는데요. 이게 정말 저에게 좋은 기회인가 싶기도 하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갈까 두렵기도 합니다. 제 인생에 최고 힘든 사건이었습니다.”

‘지분 쪼개기’ 기획부동산 피해자 이모씨는 최근 서울경제와 통화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씨가 사기와 불법 다단계 혐의로 고소한 기획부동산 케이미경매 대구지사 관련 인물들이 최근 재판에 넘겨진 데 대한 소감이다.

대구지방검찰청 부동산 투기사범 전담수사팀(부장검사 고형곤)은 지난달 31일 대구지사장을 구속기소하고 임원 13명을 불구속기소했다. 또 지난 10일에는 케이비경매의 수뇌부 황모 회장과 노모 총괄사장, 이모 사장을 불구속기소했다. 천안지사장도 구속기소하고 지사 임원 5명을 불구속기소했다. 또 서울 화곡·구로·홍대·주안·군자지점 지사장과 임원 등 6명을 불구속기소했다.

수뇌부 3명은 개발 가능성이 없는 토지를 염가에 매입한 후 개발 가능성이 있는 것처럼 속여 피해자 230명으로부터 매매대금 합계 86억 원 상당을 편취한 혐의(사기)를 받는다. 또 직급에 따라 판매수당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790억 원 규모의 무등록 다단계판매업을 영위한 혐의(방문판매법 위반)를 받는다.[참조 기사 ▶ ‘790억 다단계’ 기획부동산 케이비경매 임원 32명 기소]

이씨는 최근 이같은 기소 소식을 전달받기 전까지 자포자기 상태였다. 앞서 이씨가 고소한 사건은 검찰에서 불기소 처분이 났고, 이에 고등검찰청에 항고했으나 이 역시 기각됐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2일 검찰이 이씨가 고소한 사건이 기소됐다고 갑자기 통보해온 것이다. 이씨는 당시 기소 사실이 믿기지 않은 나머지 “이것이 꿈이 아니고 현실이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항고까지 기각됐던 이씨 사건이 재기 수사를 거쳐 기소된 경위는 다음과 같다. 앞서 이씨는 기획부동산 케이비경매 대구지사에서 2018년6월~2019년1월까지 5회에 걸쳐 약 8,000만원어치의 토지 지분을 매입했다. 이후 이씨는 각 토지가 규제나 경사도 등의 이유로 개발이 어렵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또 공시가격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싼 금액에 샀다는 사실도 알아차렸다. 이씨가 산 토지 중엔 공유인수가 4,800명에 달하는 경기도 성남시 금토동 산73번지 지분도 있다.[참조 기사 ▶ 해발 540m 청계산 주인 4,800명의 속사정은]

지난해 9월 대구지검이 불기소 처분한 뒤 보내온 통지서. /사진=피해자 이모씨 제공


이에 이씨는 대구지사 관련 인물 4명을 사기 등 혐의로 고소했다. 그러나 대구지검은 지난해 9월 불기소 처분을 했다. 토지 개발 가능성과 관련해 기망 행위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였다.

이씨는 이에 불복해 대구고등검찰청에 항고를 했다. 결과는 기각이었다. 이씨는 또 다시 불복해 법원 재정신청을 할 지 고민했다. 그러나 인용 가능성과 비용 등이 우려해 그만두었다. 이로써 이씨가 구제 받을 방법은 사실상 사라진 상태였다.



하지만 뜻밖의 반전이 생겼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이 그 계기였다. 해당 의혹이 불거진 뒤인 지난 3월30일 대검찰청은 ‘부동산 투기근절 총력 대응’ 지시를 내렸다. 최근 5년간 처분된 부동산 투기 관련 사건을 전면 재검토하라는 지시도 담겼다.

이에 따라 대구지검은 기처분된 부동산 투기 관련 사건을 점검하던 중 케이비경매 관련 불기소 처분 사건 18건과 수사 중 사건 5건을 확인했다. 검찰은 이후 전국에서 관련 사건을 이관해오고 또 불기소 처분 사건을 재기하면서 수사에 착수했다. 이 수사가 최근 기소로 결론난 것이다. 즉 이씨 사건은 불기소 처분 사건 18건에 포함되면서 기사회생한 것이다. 앞서 이씨가 고소하면서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혐의를 입증하기에 불충분했는데, 23개의 고소 사건을 종합해보니 혐의를 뒷받침할 정도의 증거가 나와 기소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2일 대구지검이 기소 처분한 뒤 보내온 통지서. /사진=피해자 이모씨 제공


이씨는 이번 기소로 사기 피해액을 돌려받을 수 있으리란 희망이 생겼다고 한다. 검찰로부터 배상명령신청을 하라는 안내를 받으면서다. 검찰은 이번 사건에서 피해자로 특정된 사람들에게 배상명령신청 안내를 돌린 것으로 보인다.

배상명령신청은 형사사건 피해자가 형사법원에서 범죄행위 유발 손해에 대한 민사적 배상명령을 받아낼 수 있는 제도다. 피해자에게 신속 간편하게 보상을 받도록 해주기 위하여 마련됐다. 배상명령이 기재된 유죄판결문은 민사판결문과 동일한 효력이 있어 강제집행을 할 수 있다. 1심 때 유죄판결 선고 때 배상명령도 내려진다.

배상명령은 민사 절차를 생략할 수 있다는 점에서 피해자에게 유리한 것으로 분석된다. 기획부동산 사기 사건에서 피해자들은 통상 민사 절차를 통해 피해액 회복을 도모한다. 피의자를 고소하면서 재산에 가압류를 걸어둔다. 이후 피의자가 기소되고 1심에서 유죄가 나오면 이를 근거로 당사자에게 매매계약 취소나 부당 이득 반환 소송을 건다.

기획부동산 임직원들이 배상명령이 나오는 1심 선고 전 죄책을 줄이기 위해 합의를 시도해올 가능성도 있다. 앞서 케이비경매 창원지사 관련 고소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창원 중부경찰서는 케이비경매 수뇌부가 범죄 자산을 처분하지 못하도록 140억원 상당의 추징 보전을 해놓은 상태다.

이씨는 최근 배상명령신청을 완료했다. 그는 오는 7월 열리는 재판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씨는 “신용회복위원회에 돈을 내고 있는 상황이어서 민사를 시작하기에도 부담감이 컸는데 다행”이라면서 “앞서 고소하면서 변호사 사무실에 돈을 낸 것도 할부금으로 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돈을 얼마나 돌려받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면서도 “피해 보상이 잘 이루어지길 기도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에서 유죄가 나오면 이씨뿐 아니라 다른 기획부동산 피해자들이 고소한 사건의 기소 가능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전국 단위의 ‘지분 쪼개기' 기획부동산 조직을 규명해 재판에 넘긴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케이비경매와 함께 우리경매, 코리아경매 등 거대 기획부동산 조직은 지난 몇년 간 연간 수천억원어치의 토지 지분을 팔아왔다. 검찰 관계자는 “재판에서 유죄가 나오면 같은 유형의 기획부동산 고소 사건에 대한 수사 및 혐의 적용이 전보다 수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권형 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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