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사칭한 소셜네크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 계정이 해킹된 계정이었던 것으로 20일 나타났다. 윤 전 총장을 사칭한 사람이 로그인한 지역은 중국이었다는 기록도 나왔다.
해당 인스타그램 계정주는 전날 서울경제와의 다이렉트메시지(DM) 대화에서 “최근 누군가 본 계정에 접속했다고 하기에 본 계정 로그인을 시도했으나 로그인되지 않았다”며 “본인 인증 절차를 거쳐 비번을 새로 만들어 들어왔는데 제 계정이 윤석열 명의 계정이었다”고 밝혔다. 현재 계정주는 로그인한 뒤 윤 전 총장 관련 게시물을 모두 삭제한 상태다.
계정주는 이 계정을 1년여간 방치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1년 전쯤 본 계정을 개설했지만 사용하지 않고, 이후 다른 계정을 개설해 사용하고 있었다”며 “며칠 전 본 계정에 누군가 로그인을 하였다는 취지의 보안경고 메일이 와서 이때 과거 본 계정을 개설해두었다는 기억이 떠올랐다”고 설명했다.
계정주는 윤 전 총장 사칭 당시 계정 접속자가 중국에서 로그인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그는 “로그인 기록을 확인해보니 중국에서 이 아이디로 로그인한 기록이 있었다”며 “저는 한국에 살고 있고 외국 나간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 6월14일 알려진 이 계정 소개글에는 “제(윤 전 총장)가 직접 운영하는 계정이다. 개인적인 DM이나 댓글에는 따로 답변 드리지 못함을 양해 바란다. 기타 문의사항은 대변인에게 해달라”고 적혀 있었다. 또 첫 게시물로 윤 전 총장의 서울대 법대 졸업 사진을 올리고 “국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윤석열입니다. 조금 전 국민들과 소통하기 위해 인스타그램 계정을 개설했습니다”며 “부정부패 없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이 때의 초심으로 자유대한민국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겠다. 지켜봐달라. 감사하다. #윤석열 배상.”이라고 말했다.
이날은 마침 윤 전 총장의 대변인이 활동을 시작한 날이어서 인스타그램도 윤 전 총장이 직접 운영하는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그러자 윤 전 총장 측 이동훈 대변인은 이 계정이 알려지자 “윤석열 총장 명의 공식 SNS는 없다”며 “윤 총장 명의 인스타는 저희 캠프와 관련이 없음을 알려드린다”고 밝힌 바 있다. 해명 이후에도 계정이 계속 운영되자 이상록 대변인이 “윤 총장은 아직 어떤 SNS도 개설하지 않았으며, 현재 개설된 윤 총장 관련 SNS들은 윤 총장이나 캠프와 아무 관련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이 계정에는 책 ‘구수한 윤석열’에 쓰인 사진, 윤 전 총장이 ‘연세대 김대중 도서관'을 찾아 찍은 사진 등이 올라왔다. 게시물에서는 고위공직자수사처가 윤 전 총장과 관련된 사건을 입건한 사실을 비판하며 결백을 주장하기도 했다.
계정주는 윤 전 총장의 지지자들로부터 많은 메시지가 들어와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윤석열 지지자로부터 DM이 1,000통 넘게 와 있었다”며 “이 계정 주인이 윤석열이라고 착각한 지지자들로부터 응원 DM이 많이 왔다”고 말했다.
계정주는 해당 계정을 계속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기회에 이 계정 존재를 알게되서 기존 계정과 함께 이 계정도 쓰려고 한다”며 “그래서 이 계정 소개글에도 이 계정을 이제 본계로 쓴다고 써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조권형 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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