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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남철수 영웅' 러루 선장, 가톨릭 聖人 반열 오르나

1만4,000여명 피란민 구해

美현지 주교회 추대 움직임

레너드 러루 선장/사진 제공=국가보훈처




한국전쟁 당시 1만 4,000여 명의 피란민을 구한 ‘흥남철수작전’의 영웅 메러디스 빅토리호의 레너드 러루(사진) 선장을 ‘성인(聖人)’으로 추대하기 위한 움직임이 미국에서 진행되고 있다.

18일(현지 시간) 미국의소리에 따르면 미국가톨릭주교회의는 지난 17일 열린 춘계 총회 화상 회의에서 현재 ‘하느님의 종’ 지위에 있는 러루 선장을 ‘시복(諡福)’으로 높이기 위한 국내 절차에 들어가는 안건을 99%의 찬성으로 의결했다. 가톨릭교회는 탁월한 덕행이나 순교로 신자들에게 귀감이 되는 이들을 ‘하느님의 종’과 ‘시복’ 등의 절차를 거쳐 ‘성인’으로 추대한다. 러루 선장은 2019년 ‘하나님의 종’이 됐다.

러루 선장은 1954년 마리너스라는 이름으로 성 베네딕트 수도원에 입회해 47년간 수사로 지내다 2001년 타계했다. 주교회는 “선원으로서 러루 선장이 보여준 영웅적인 행동과 이후 천주교 수사가 된 뒤 보여준 수도자로서의 청빈과 순명의 삶은 시복과 시성(諡聖) 절차로 이행하기에 충분하다”고 밝혔다.

러루 선장은 1950년 12월 진행된 흥남철수작전의 영웅으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인물이다.



그해 9월 15일 인천상륙작전 이후 38선을 넘어 파죽지세로 북진하던 유엔군과 한국군은 갑작스러운 중공군의 참전으로 수세에 몰리자 12월 15일부터 24일까지 흥남에서 배로 군인과 피란민, 군수 물자를 남쪽으로 이동시킨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제는 턱없이 부족한 선박이었다. 당시 흥남 부두에 정박해 있던 7,600톤급 화물선 메러디스 빅토리호도 탑승 정원은 60명 수준에 불과했다. 부두를 가득 메운 피란민들을 보고 러루 선장은 싣고 있던 무기와 물자를 모두 버리고 최대한 많은 사람을 태우라는 명령을 내렸다. 16시간이나 이어진 승선 끝에 빅토리호는 정원의 230배나 되는 1만 4,000여 명을 태우고 23일 남으로 출항했고 25일 단 한 명의 희생자도 없이 거제도 장승포항에 무사히 도착했다.

러루 선장은 생전에 흥남철수에 대해 “황량하고 차가운 한국의 바다 위에 하느님의 손길이 우리 배의 키를 잡고 계셨다”고 회고했다.

당시 빅토리호 1등 항해사였던 일했던 로버트 러니 전 미 해군 제독은 “러루 선장은 자유를 갈구하는 피란민을 외면할 수 없었고 결국 옳은 선택을 했다”며 “그는 진실성을 지닌 매우 훌륭한 선장이었고 최고의 지도력을 갖춘 인물”이었다고 평했다.

/곽윤아 기자 o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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