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게임 속 캐릭터를 활용한 굿즈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게임업계가 ‘짝퉁과의 전쟁’에 나서고 있다. 콘텐츠·굿즈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브랜드의 품질을 떨어뜨리고 사업성을 갉아 먹는 짝퉁 상품을 근절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판단한 것이다. 과거에 등장했던 다양한 캐릭터 관련 굿즈들이 짝퉁 상품들 때문에 고전하다 결국 사업을 접은 경우가 많았던 만큼 철저한 법적 대응력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쿠키런: 킹덤’ 개발사 데브시스터즈는 지난 달 지적 재산권(IP) 신사업을 이끌 ‘쿠키런키즈’와 ‘마이쿠키런’ 2개 법인을 설립했다. 또 최근 불법 제작·유통 상품 제보를 바탕으로 포털 쇼핑 채널에 판매 중지 신고를 접수했다. 데브시스터즈는 최근 쿠키런 캐릭터 인형 등을 내놓는 등 굿즈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데브시스터즈 관계자는 “과거에는 경고하는 정도로 대응했지만 이제는 확실한 대응 매뉴얼을 마련하고 모니터링 인력도 충원해 법적 조치를 강화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넥슨 역시 올 초 법무팀을 중심으로 IP 침해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넥슨 관계자는 “기존 IP사업팀에 더해 올해 별도 TF를 조직했다”며 “여름부터 외부 업체와 협업해 IP 무단 도용을 단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게임업계가 짝퉁과의 전쟁에 나선 가장 큰 이유는 게임 속 캐릭터를 활용한 굿즈 사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캐릭터 산업 시장 규모는 지난 2018년 기준 약 12조 2,070억 원으로 연평균 7.8%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개별 기업들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스마일게이트는 최근 첫 자체 제작 캐릭터인 ‘스마일펫’을 내놓으며 캐릭터 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넥슨은 올해부터 ‘카트라이더’ 캐릭터를 활용한 굿즈 사업을 라인프렌즈와 함께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메이플스토리도 지난해 팝업스토어를 선보였고 앞으로도 자체 제작 굿즈 혹은 브랜드 협업을 선보일 예정이다. 넷마블은 온라인 판매 강화를 위해 지난해 ‘넷마블스토어’ 홈페이지를 리뉴얼했다. 넷마블 관계자는 “마스크부터 에코백, 의류, 전자기기까지 다양한 굿즈를 판매 중”이라며 “상시 오프라인 굿즈 매장 설립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엔씨소프트도 올해 초 ‘리니지2M’ 캐릭터에 기반한 ‘도구리’ 브랜드를 내놨다.
앞다퉈 굿즈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게임업계에게 가장 큰 위험요소는 짝퉁 제품이다. 브랜드의 ‘얼굴’ 역할을 하는 캐릭터를 불법적으로 활용하는 가품이 성행하면 본래 캐릭터의 가치가 크게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짝퉁 캐릭터 굿즈 사업은 적은 비용으로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어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기존 해외 명품에 집중됐던 가짜 상품이 최근 굿즈 영역까지 침투하고 있는 추세다. 가품이 늘어나며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 온라인 위조 상품 신고 건수(1만 2,767건)는 전년 동기(4,194건)보다 204.4% 폭증했다. 실제 넥슨 ‘메이플스토리’를 쇼핑몰에 검색하면 딱지부터 의류까지 불법 상품 수백 종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데브시스터즈 관계자는 “포털에서 ‘쿠키런 케이스’를 검색하면 800개가 넘는 상품들이 검색되지만 모두 불법 제품”이라며 “굿즈 사업은 물론 IP 경쟁력 확대를 목표하고 있는 만큼 불법 상품에 강력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정다은 기자 down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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