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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필순 “노래엔 자기만의 향기 있어…힐링 되는 앨범 되길”

정규 11집 '페트리코'로 자연 예찬 메시지 이어가

"코로나로 소통 줄어든 대신 작업할 시간 많아져"

정규 11집 ‘페트리코’를 발매한 가수 장필순. /사진 제공=도이키뮤직, 김도태 작가




“주르륵 빗줄기 하나에 / 또르르 구르는 흙먼지 / 아침을 걷는 빗방울 / 하나둘 멜로디 될 때 / 포로로 펼치는 꽃잎은 / 초록의 노래에 답하고” (페트리코)

지난 11일 발매된 장필순의 정규 11집 ‘페트리코’(Petrichor)의 수록곡들을 듣다 보면 자연의 어딘가에 홀로 놓여 있는 것 같은 분위기에 취하게 된다. 영어로 ‘비 오기 전, 비 온 후 특유의 상쾌하고 흙냄새 같기도 한 비의 냄새’라는 의미의 앨범 제목부터 자연 친화적이다. 동명의 타이틀곡은 가사 뿐 아니라 멜로디, 사운드까지 전체적으로 빗방울 떨어지는 아침 풍경을 연상시킨다. 장필순은 최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노래에는 자기만의 향기가 있지 않은가”라며 “비가 오기 시작하며 나는 내음이 앨범에 담긴 노래들과 닮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05년 제주도에 정착한 이후 음악적 일정이 있을 때만 잠시 서울을 왕래하는 생활을 계속하고 있어 인터뷰는 부득이 서면으로 진행됐다.

장필순과 그의 동반자 조동익이 함께 만든 이번 앨범은 전체적으로 깔린 나지막한 포크 음악의 느낌 위에 각종 전자음이 꾸며낸 소리가 몽환적이면서 겸허한 느낌을 선사하고 있다. 첫 곡 ‘안개오름’부터 차분한 분위기 속에 웅장한 전자음이 휘몰아치다가 어느 순간 장필순의 목소리만 남아 홀로 꿈속에 있는 듯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스스로 나무라고 생각하며 불렀다는 또 다른 수록곡인 ‘숲의 레퀴엠’은 한 자리에 서 있는 나무가 겪는 희로애락을 묘사하면서도 남아 있는 희망을 얘기한다. 앨범 속에서 그는 때로 자연 속에서 구원 받는 느낌을 묘사하고, 사람과 사람 사이 소박한 사랑을 노래하기도 한다. 장필순은 가슴 속, 머릿속에서 힐링이 될 수 있는 앨범이 되길 바라면서 작업을 했다고 말한다.

정규 11집 ‘페트리코’를 발매한 가수 장필순. /사진 제공=도이키뮤직, 김도태 작가


장필순은 제주에 정착한 이래 꾸준히 자연의 아름다움을 예찬해 왔다. 집에 시계를 놓지 않고 해 뜨고 지는 시간에 맞춰 움직인다는 그는 도시 한복판에서 한 발 물러난 삶, 자연 속의 생활을 노래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그는 “시골사람으로 살다 보니 도시 사람에 대해 벽을 치는 의미를 알 것 같았다. 항상 너무 보챈다”며 “너무 앞서가려 하는 사람들이 자연을 망가뜨려 왔다”고 돌아봤다. 그는 그저 자신의 목소리로 제주의 자연과 같은 소중한 것들을 얘기할 수 있어서 감사할 뿐이다.

정규 11집 ‘페트리코’를 발매한 가수 장필순. /사진 제공=도이키뮤직, 김도태 작가




그는 예전부터 과작(寡作)의 뮤지션이었다. 대표작인 5집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가 나온 1997년 이래 25년이란 기간 동안 장필순이 내놓은 정규 앨범은 고작 6장이다. 평균적으로 5년 안팎의 간격을 두고 앨범이 나온 셈이다. 하지만 지난해 3월 셀프 리메이크 앨범, 올 1월 고(故) 조동진 추모 앨범을 낸 데 이어 정규 11집까지 1년이 조금 넘는 기간 정규작만 3장을 냈다. 코로나19 때문에 관객들과 소통할 시간이 없어진 대신 작업할 시간이 많아진 덕분이라고. 그는 “그간 표현하고 싶었던 생각들을 담아가다 보니 계속 앨범이 나온다”고 했다.

최근엔 SBS의 음악 다큐쇼 ‘아카이브K-동아기획편’에서 조동진의 ‘제비꽃’을 부르는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과거 동아기획 소속 가수들의 앨범마다 코러스에 참여할 정도로 핵심 멤버였던 그는 당시 동아기획에 대해 “즐거운 파티처럼 음악 자체로 기쁨이 되었던 시절”이라고 돌아봤다. 이어 “지금 대중음악도 어떤 무게에 짓눌리지 않고 그저 음악을 즐기고 진심을 전하며 나누는 분위기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필순은 조동익과 함께 지금도 다음 앨범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다음 앨범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다시 나오게 될지는 모른다. “부지런히 좋은 음악을 남기는 뮤지션이 되겠다”는 그는 언제 앨범을 내야겠다는 생각 없이 단지 둘이 함께 준비해 왔던 프로젝트들을 꾸준히 작업하며 만들어낼 뿐이다.

정규 11집 ‘페트리코’를 발매한 가수 장필순. /사진 제공=도이키뮤직, 김도태 작가


/박준호 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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