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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난 사람] 이갈 에를리흐 요즈마 회장 "韓, 실패 두려움 너무 커…기업가정신 키우고 기술 사업화 강화를"

■ 이갈 에를리흐 이스라엘 요즈마그룹 회장

대담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韓벤처, 백조인데 미운 오리로 생각…처음부터 글로벌 겨냥하면 유니콘 가능

이스라엘처럼 학교서 기업정신 배우고 軍서 科技부대 육성 땐 효과 클 것

빠른 사업화·나스닥 상장 위해선 민간 주도로 R&D·창업 생태계 이뤄져야

이갈 에를리흐 이스라엘 요즈마그룹 회장이 지난 25일 서울경제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한국이 과학기술 투자도 많이 하고 제조 능력이 우수해 부럽다”면서 “다만 한국에서 도전 정신이 부족한데 기업가 정신을 키우고 기술 사업화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사진 제공=요즈마




“한국은 기업가 정신을 키우고 기술 사업화를 강화해야 합니다. 특히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 큰데, 제일 중요한 것이 위험과 불확실성을 감수할 수 있는 도전 정신입니다.”

이갈 에를리흐(81·사진) 이스라엘 요즈마그룹 회장은 지난 25일 이스라엘 텔아비브 사무실에서 서울경제와 화상 인터뷰를 갖고 “한국은 연구개발(R&D)에서 R&D로 끝나는데 이스라엘은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두고 R&D에서 기술 사업화로 나아간다”며 이같이 힘줘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이 1991년 소련 붕괴로 인해 현지 유대인 100만여 명이 몰려 경제난에 처했을 때 산업부 수석과학관(장관급)으로서 과학기술 R&D 지원 정책을 펴며 스타트업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실시했다.1993년에는 국부펀드인 요즈마펀드 설립에 깊이 참여하고 1998년 요즈마가 민영화된 뒤 회장을 맡고 있다.

2015년부터 한국과의 상생에 나서고 있는 그는 “세계 기술 흐름이나 시장이 너무 빨리 변하는데 한국에서 창업해 국내 시장 위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이스라엘은 내수시장이 작은 이유도 있겠지만 창업할 때부터 나스닥 상장이나 글로벌 기업으로의 피인수를 염두에 두는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세계 최고의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가진 한국의 벤처기업들이 미운 오리 새끼처럼 한국 시장에만 머무는 사례를 자주 본다”며 “백조처럼 되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대나 KAIST나 교수들이 창업해 아직 나스닥에 상장을 하나도 하지 못해 안타깝다’고 지적하자 그는 “이들이 세계적 기술을 많이 가지고 있지만 이스라엘과 달리 R&D만 하고 기술 사업화가 잘 안된다”며 “해외 기술 흐름을 이해하고 글로벌 투자사들과 협업해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면 유니콘(기업 가치 1조 원 이상 기업)이 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2017년 이스라엘 인수합병(M&A) 사상 최고치인 18조 원에 인텔에 팔린 자율주행 스타트업 ‘모빌아이’를 예로 들었다. 이 회사는 암논 샤슈아 히브리대 컴퓨터과학과 교수가 1999년에 창업해 2014년 나스닥에 상장했다.

요즈마는 최근 KAIST와 공동 기술 사업화 양해각서(MOU)를 맺은 데 이어 와이즈만연구소까지 3자 협력 체계를 구축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모색하기로 했다.



에를리흐 회장은 “이스라엘은 기업가 정신과 산학 협력이 합쳐져 창업 국가가 됐다”며 “대학은 원천기술을 연구하고 기업은 시장이 원하는 것을 잘 알아 양측이 협력해 기술 사업화를 잘한다”고 소개했다. 이어 “물론 대학에서도 창업을 많이 하고 기업에서도 분사한 기술이 굉장히 많아 새로 창업을 많이 한다”며 “400개의 글로벌 기업 R&D센터가 이스라엘에 있는데 이들 기업에서 못쓰고 있던 기술이 창업해 나오기도 한다”고 했다. 그는 앞서 수석과학관을 할 때인 1991년 와이즈만연구소와 히브리대 등 지역별로 24개 인큐베이터를 설립, 교수와 기업인이 제휴해 창업하도록 했다.



그는 “이스라엘은 학교에서 후츠파(히브리어로 담대함·저돌성·뻔뻔함) 정신과 기업가 정신 교육을 하고 군대는 기술 개발을 뒷받침한다”며 “탈피오트나 8200이라는 엘리트 부대가 의료 기기나 사이버 보안 등 워낙 다양한 기술을 개발하는데 이들 부대 출신이 창업을 많이 한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한국도 산학 협력은 물론 교육 혁신, 군대 활용, 글로벌 기업과의 기술 교류 등 개방형 혁신을 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다음에 방한할 때는 기회가 되면 한국의 교육부총리와 국방부 장관을 만나 후츠파 정신과 탈피오트·8200 부대 같은 마인드를 심기 위한 협약을 했으면 한다’고 하자 그는 “한국에서 교과목에 기업가 정신이 편입되면 엄청난 변화가 생길 것이고 군에서도 과학기술 부대를 키우면 시너지가 클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현재 한국 중학교 교과서에 기업가 정신을 간략하게 다루고 있으나 보다 체계적으로 첨단기술의 흐름을 반영하고 기업가 정신도 함양해 공무원이나 의사·대기업만 선호하지 말고 세계로 향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이스라엘은 고교를 졸업하면 남녀 모두 군대(남성 32개월, 여성 24개월)를 가는데 핵심 인재들이 과학기술 부대를 선호해 시험을 치고 들어간다. 그곳에서 파생되는 기술이 많고 창업으로 연계돼 큰돈을 번다”며 “한국도 엘리트 과학부대를 키울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에를리흐 회장은 “해외에서 한류 바람이 거세지만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많이 발전하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며 “글로벌 기업 임원이나 대기업 출신, 교수 등이 스타트업으로 들어가고 있어 대한민국의 미래가 밝다. 의사 중에도 창업에 관심 있는 사람이 서서히 늘어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한국은 닫혀 있는 부분이 있다며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이스라엘은 합작 벤처를 하고 협력하는데 한국은 자신의 기술을 움켜쥐려고 해 개방형 혁신이 잘 안된다”며 “융합해야 헤쳐갈 수 있다. 열린 문화와 마인드가 있어야 세계로 나갈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한국이 정부의 R&D 과제액수(올해 27조 원 이상)와 창업 지원액이 세계 톱클래스 수준인데 이스라엘처럼 혁신 DNA와 도전 정신이 문화로 자리잡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항상 한국에 정부의 창업 지원도 많고 출연 연구소도 많아 놀란다. 다만 혁신 DNA가 사회 전반적인 문화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정부는 기본적으로 민간 주도로 R&D와 창업 생태계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시장 중심의 기술 사업화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이스라엘은 대학과 연구소의 우수한 기술 외에도 기술 기반 벤처·스타트업이 많고 글로벌 기업의 R&D센터만 400여 개가 있다. 이들에게 R&D 지원금을 준다”며 “하지만 인공지능(AI)이라든지 무조건 R&D가 좋고 투자하는 게 아니다. (정보가 전혀 없는) 블라인드 식 R&D를 해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다시 말해 민간 주도의 R&D 지원 체계를 구축해 기술 사업화를 재빨리 해내며 투자도 받고 나스닥 상장도 하라는 것이다.

이갈 에를리흐 이스라엘 요즈마그룹 회장이 25일 텔아비브 사무실에서 본지 고광본 선임기자와 줌 미팅을 통해 창업 국가로 가기 위한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줌 미팅 캡처


그는 ‘너무 응용·개발 연구만 중시하면 기초연구가 소홀해질 수 있지 않느냐. 한국에서는 남들 따라가는 연구(패스트 팔로어)만 하지 말고 선도 연구(퍼스트 무버)를 하는 게 시대정신이다. 기초연구와 응용·개발 연구의 조화를 어떻게 이루면 좋겠냐’고 질문하자 “기초과학은 당연히 중요하고 투자를 많이 해야 한다. 인터넷이나 GPS, 코로나 백신도 기초연구의 산물이다. 요는 기초과학을 사업화로 연계할 수 있는 시스템을 잘 갖추는 것”이라고 해법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한국의 IBS(기초과학연구원)처럼 기초과학을 하는 와이즈만연구소가 있는데 예다(Yeda)라는 기술이전센터를 통해 연구 성과를 글로벌 기업들과 연결한다고 소개했다. 그는 “예다는 이스라엘 기업과 글로벌 기업 출신의 전문가로 돈 되는 냄새를 맡는 데 천부적”이라며 “한국에서도 R&D가 기업과 연계돼야 시너지가 나올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우리 대학과 정부 출연 연구소는 예다처럼 기술이전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능력이 안된다는 점에서 인센티브 시스템이나 조직 민영화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는 “오는 9월 요즈마가 이스라엘 혁신 기술을 제조 능력이 우수한 한국 중견기업이나 대기업, 1차 벤더와 연결하는 ‘이스라엘·한국 혁신센터’를 만들 것”이라며 “이스라엘 기업은 제조 기술이 없어 이스라엘에 R&D센터를 갖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에 많이 팔려 나가는데 제조 능력이 우수한 한국을 부러워한다”고 설명했다.

에를리흐 회장은 ‘한국이 국제 위상이 많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분단국가이자 강대국의 틈바구니를 헤쳐가야 하는 지정학적 위치에 있다. 어찌보면 이스라엘과 비슷한 처지인데 어떻게 보느냐’고 묻자 “한국은 일본과 중국에 끼인 샌드위치 상황으로 부정적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기회가 될 수 있다”며 “한국에는 정부의 R&D와 창업 지원이나 경쟁력 큰 기업 등이 다 갖춰져 있다. 그런데 따로 돌아가는 게 문제다. 개방형 혁신을 하고 시장과 잘 연계하면 더 경제 강국이 될 수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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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년 이스라엘 텔아비브 △히브리대 화학과 학·석사, 경영학 석사(MBA) △나할 소레크 원자력연구센터 연구원 △1984~1992 이스라엘 산업부 수석과학관(장관급) △1991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프로그랩 ‘팁스(Tips) 시작 △1993년 요즈마펀드(국부펀드) 설립 △1996~2002 이스라엘벤처협회 초대 회장 △1998 요즈마펀드(민영화) 회장 △2008~2010 이스라엘 국가연구개발위원장 △2010~2011 Eureka(EU공동연구개발) 재무위원장 △2018~ 서울시 서울국제경제자문단(SIBAC) 위원 △2021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명예특별회원 △1998~ 요즈마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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