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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실종된 조세원칙 바로 세워야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與 '상위 2% 종부세'는 기준없어

징세자 의사 따라 오락가락 우려

국민 98 대 2로 양분 사태 피하려면

조세는 명확·상세하게 규정해야





세금은 나라 살림을 위해 꼭 필요한 만큼만 최소한으로 징수해야 한다. 증세가 불가피하면 충분한 논의를 바탕으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지대할 뿐만 아니라 자칫 잘못하면 국가 위기로까지 내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의 세금 정책을 보면 매우 위태롭다. 조세법률주의와 조세 평등 원칙이 지켜지고 있는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종합부동산세를 둘러싼 갈등은 공동주택 공시가격 급등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시가격은 세금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재산세·종부세·증여세는 물론 건강보험료의 산정 기준이다. 공시가격 급등은 곧바로 개인이 내야 하는 세금 증가로 이어진다. 올 해 전국적으로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19.08% 급등했다. 가장 많이 오른 세종은 70.56%나 뛰었다. 이로 인해 종부세 납부 대상이 크게 늘었다.

공시가격 9억 원 기준으로 상위 1% 정도에게 부과하던 종부세가 공시가격 급등으로 서울 아파트 4채 중 1채가 내야 하는 보통세가 돼버렸다. 납부 대상자의 절반이 1주택자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갑작스런 증세로 민심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자 더불어민주당은 당론으로 종부세 과세 기준을 공시가격 9억 원에서 공시가격 상위 2%로 결정했다. 이것으로 성난 민심이 수습될 수 있을까. 나머지 98%는 어떠한 마음일까.



과거 상위 1%는 공시가격 9억 원을 기준으로 선별한 결과 상위 1% 정도에 해당된 결과였다. 그러나 이번에 민주당이 제시한 상위 2%는 기준이 없다. 줄을 세워 위에서부터 2%에 해당하는 선까지 종부세를 부과하겠다는 논리다. 공시가격으로 어느 선까지 부과 대상이 될지 전혀 알 수 없다. 고무줄 기준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렇다 보니 세금 징수에 있어 예측이 불가능하다.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조세 부과의 4원칙을 제시했다. 공평의 원칙, 확실의 원칙, 편의의 원칙, 징세비 최소의 원칙이다. 자유·평등의 관념에 따라 국민은 누구나 그 능력에 따라 비례적으로 세금을 내야 하며, 세금은 간단하고 명료해야 하고, 이러한 사실이 징세자의 의사에 따라 좌우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스미스가 주장한 조세 부과 원칙의 관점에서 보면 ‘2% 종부세’는 공평하지도 않고, 확실하지도 않으며, 납세자에게 상당히 불편할 뿐만 아니라 징세비도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세금은 간단하고 명료해야 하지만 불확실성이 크고 징세자의 의사에 따라 오락가락하고 있어 매우 위태로운 상황이다.

우리는 조세법률주의와 조세 평등 원칙에 근간을 두고 있다. 다의적이고 추상적인 규정으로 국민의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침해하면 안 된다. 조세에 관한 사항은 법률에 명확하고 상세하게 규정해야 한다. 현재 조세체계가 어떠한지 따져봐야 한다. 더불어 종부세가 집값 안정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던 역사적인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부유세에 해당하는 종부세를 꼭 부과해야겠다고 하면 차라리 재산세와 통합해 고가 주택 구간에 대한 세율을 강화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그리되면 적어도 국민을 98 대 2로 양분하는 사태는 피할 수 있다.

프랑스의 ‘창문세’와 명나라의 마지막 황제 숭정제 사례는 사람들이 수용할 수 없는 증세의 끝을 보여준다. 돈이 필요했던 프랑스 정부는 창문 신설에 대해 세금을 징수했다. 그 결과 창문이 사라졌다. 숭정제는 세 번에 걸쳐 증세를 강행했지만 죽을 때 모든 세금을 폐지하라고 했다. 국가 운영을 위해 적당한 세금은 필요하다. 그러나 과하면 끝은 비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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