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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休-봉화] 세상과 단절된 그곳에서, 열목어라는 친구를 만났다

■봉화 백천계곡

영양·청송 더불어 봉화 '경북 3대 오지'

백천계곡 트레킹 코스 왕복 7.4㎞ 달해

물소리 귀 기울이며 계곡 거슬러 오르면

숲속 작은 마을에 새하얀 산목련 활짝

1급수에서만 사는 열목어 만나면 행운





백천계곡은 대낮에도 햇빛이 들지 않을 정도로 울창한 숲에 가려져 있어 신비감을 더한다. 태백산 정상에서부터 흘러 내려온 계곡물은 한여름에도 20도를 밑돌 정도로 차갑다.




흔히 경북의 3대 오지 ‘BYC(봉화·영양·청송의 영문 앞 글자)’를 이야기할 때 봉화를 첫손에 꼽는다. 국내에 안 가본 곳이 없다는 사람도 여행지로 봉화를 이야기하면 고개를 갸우뚱하기 마련이다. 청송은 사과가 유명하고 영양에는 고추가 있다. 그렇다면 봉화를 대표하는 것은 무엇일까. 굳이 하나를 꼽으라면 세계적인 희귀종 열목어다. 1급수에서만 사는 열목어가 있다는 것은 그만큼 봉화가 청정 자연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코로나19로 중단된 여행이 다시 재개되는 시점, 산과 계곡과 열목어를 한꺼번에 다 만나볼 수 있는 봉화에 다녀왔다.

열목어는 오지인 경북 봉화로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지역의 대표 상징물이 됐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봉화군. 그중에서도 백천계곡이 자리한 석포면 대현리는 태백산으로 이어지는 봉화의 맨 끝자락이다. 백천계곡은 태백산에서 발원한 옥계수가 해발 650m 이상의 높은 고원을 16㎞에 걸쳐 흐르면서 만들어낸 계곡이다. 이 차가운 계곡물이 섭씨 20도 아래에서만 산다는 냉대성 어종 열목어의 서식지다.

깊은 산속에 꼭꼭 숨어 있던 이곳이 외부에 알려지기 시작한 지는 20년이 채 되지 않았다. 지난 2006년 지역 청년회가 면사무소와 함께 산길을 정비하면서 백천계곡을 따라 트레킹 코스가 개설됐고 2016년에는 일대가 태백산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등산객들의 발길이 하나둘 이어지기 시작했다.

백천마을 탐방로 중간에 설치된 숲속도서관은 숲속에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공간이다. 현재 운영이 중단된 상태지만 조만간 다시 문을 열 예정이다.


백천계곡은 태백산국립공원 안쪽 깊숙이 자리하고 있어 찾아가는 길도 만만치 않다. 31번 국도를 타고 넛재를 넘어 대현초등학교를 지나면 불교 사찰 ‘현불사’라고 적힌 안내판이 나온다. 그 길을 따라 차로 곧장 10여 분을 들어가면 현불사를 지나 백천계곡 트레킹 코스가 시작된다. 탐방객들은 백천탐방지원센터로 가기 전에 현불사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걸어서 들어가야 한다.

화전민촌인 백천마을에는 현재 6가구가 살고 있다. 지난 2016년 마을이 태백산국립공원에 편입되면서 집집마다 재미있는 이름을 붙였다.


출발은 화전민이 모여 살던 백천마을이다. 마을은 한때 78가구에 달했지만 1960~1970년대 울진 삼척 무장공비 침투 사건과 화전민 이주 정책으로 현재 6가구만 남아 있다. 백천계곡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지는 마을 탐방로는 데크길로 주민들이 다니던 옛길을 그대로 복원했다. 집과 집을 잇는 구간에는 ‘계곡깊은길’ ‘나무다리길’ ‘산들마을길’ ‘물소리길’이라는 이름이 붙었고 길 중간중간 열목어전망대·숲속도서관 같은 아기자기한 쉼터도 마련돼 있다.

불과 1㎞ 남짓한 마을길은 산책 삼아 걷기 적당한 수준이다. 마을에는 100년 된 제당인 당집, 디딜방아, 숯가마터, 송유 채취터 같은 화전민들의 오랜 흔적이 남아 있고 길가에는 새하얀 산목련(함박꽃나무)이 제철을 맞아 만개했다.



백천계곡은 산목련(함박꽃나무) 군락지다. 올여름 계곡을 따라 걸으면 어른 주먹 크기만 한 새하얀 꽃을 볼 수 있다.


마을을 빠져나오면 숲으로 우거진 산길이 시작된다. ‘계곡깊은길’이라는 철문을 통과하면 초여름에도 서늘한 기운이 느껴질 정도로 어둑어둑한 원시림이 펼쳐진다. 한낮에도 해가 들지 않는 계곡의 바위는 검푸른 이끼로 뒤덮여 있다. 주변 소음이라고는 계곡 물소리와 새소리가 전부다. 여기서부터는 휴대폰도 먹통이다. 세상과 단절된 공간으로 들어온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백천계곡에서 열목어를 볼 수 있는 포인트는 입구에 위치한 현불사 연못과 건너편 다리 아래, 트레킹 코스 중간다리 아래다. 이 중에서 방류한 열목어가 사는 현불사 연못을 제외하면 야생 열목어를 볼 수 있는 곳은 2곳이다. 작은 소리에도 예민한 열목어는 보통 바위 틈에 숨어 있다가 조용해지면 모습을 드러낸다. 운이 좋으면 어른 팔뚝만 한 열목어 떼를 만날 수도 있다.

백천계곡 트레킹 코스는 지난 2006년 지역 청년회가 면사무소와 합심해 조성하면서 일반의 접근이 가능해졌다. 그전까지는 백천마을 주민과 일부 등산객을 제외하고는 찾는 사람이 없던 오지였다.


백천계곡 트레킹 코스는 현불사를 기점으로 왕복 7.4㎞로 천천히 걸으면 편도로 2시간 30분 거리다. 코스의 끝은 산중 암자가 길을 가로막고 서 있는 곳이다. 여기서부터 4.3㎞만 더 가면 태백산 천제단이다. 천제단까지는 아니더라도 욕심을 조금만 내면 700m 거리에 있는 수령 300년의 대왕금강송을 볼 수 있다.

봉화 35번 국도 변에 자리한 범바위전망대의 호랑이 조형물. 조선 시대 강영달이라는 인물이 집채만 한 호랑이를 만나 맨손으로 때려잡았다는 곳이다.


무턱대고 계곡물에 들어가는 건 금물이다. 열목어 서식지인 백천계곡은 계곡 전체가 천연기념물 제74호로 지정돼 있기 때문에 계곡으로 내려가는 것 자체가 금지돼 있다. 차가운 물에 몸을 담그고 싶다면 국립공원 밖으로 빠져나와 하류에 마을에서 별도로 만들어 놓은 물놀이장이나 계곡 물줄기가 흘러 들어가는 국립청옥산자연휴양림을 이용하면 된다. 한여름에도 1분 이상 발을 담그기 힘들 정도로 차갑다.

35번 국도를 따라 범바위전망대로 가면 절벽 아래로 낙동강이 굽이쳐 흐르는 그림 같은 풍경을 볼 수 있다. 전망대를 지나는 구간은 미슐랭이 별 한 개를 부여할 만큼 아름다운 길로 평가된다.


봉화에 왔다면 35번 국도 드라이브도 빼놓을 수 없다. 안동 도산서원에서 봉화를 거쳐 태백으로 이어지는 도로는 관광 안내 책자인 미슐랭 그린가이드가 2011년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로 선정한 구간이다. 전체 구간 중에서 특히 범바위전망대는 황우산을 만나 U자로 굽이쳐 흐르는 낙동강을 내려다볼 수 있는 최고의 조망 포인트로 꼽힌다. 전망대 바로 아래는 오르막이 내리막처럼 느껴지는 도깨비도로다. 이 길을 따라 내달리면 한동안 차창 밖으로 그림처럼 펼쳐지는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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