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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가 터서 주전 등 무더기 출토 미스터리...재활용 위해 묻어뒀나

[인사동서 조선 금속유물 발굴]

소승자총통에 새겨진 명문 통해

1588년 이후 매장된 사실 확인

부피 큰 유물은 잘린 채로 발견

임진왜란 때 묻었을 가능성도

매장문화재 조사 기관인 수도문물연구원 관계자가 29일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서울 공평동 유적에서 발굴된 조선 전기 금속활자 1,600여 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조선 초기의 금속활자를 포함해 동종, 총통 등 금속 유물이 대량으로 출토되면서 그 경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에 발굴된 유물은 조선 전기 금속활자 1,600여 점을 포함해 자동물시계 부속품인 주전, 천문시계인 일성정시의(日星定時儀), 화포인 승자총통(銃筒) 8점, 동종(銅鐘) 1점 등으로 문화재로서의 가치 뿐만 아니라 그 규모에 있어서도 유례 없는 성과로 평가되고 있다.

한글 금속 활자가 담겨 있었던 도기 항아리.


자동 물시계에서 시간을 알리는 장치를 작동시키는 주전으로 추정되는 동 제품은 잘게 잘린 상태로 발견됐다. 동그란 구멍이 여러 개 있고 '일전'(一箭)이라는 글씨를 새긴 동판, 걸쇠와 은행잎 형태 갈고리가 결합한 구슬 방출 기구로 구성된 것이 '세종실록'에 나오는 주전 관련 기록과 일치한다는 평가다. 낮에는 해시계로, 밤에는 별자리를 이용해 시간을 가늠하는 도구로 쓰인 일성정시의는 '세종실록'에 1437년 4개 제작됐다는 기록이 있지만 전래하지 않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일부가 발견됐다. 총통은 16세기 후반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동종은 '가정십사년을미사월일'(嘉靖十四年乙未四月日)이라는 글자가 있어 1535년 4월에 제작됐음이 확인됐다.

조선 중종~선조 때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총통(銃筒)류.


이들 유물의 발굴 현장은 서울 종로구 인사동 79번지로 종로2가 사거리의 북서쪽, 조선 한양도성의 중심부에 해당되는 곳이다. 조선 전기까지는 한성부 중부 견편방(堅平坊)에 속하며, 주변에 관청인 의금부와 전의감을 비롯해 왕실의 궁가인 순화궁, 죽동궁 등이 자리했었다. 남쪽으로는 상업 시설인 시전행랑이 있던 운종가도 위치해 있었다. 이 일대에서 조선 시대 유물이 잇달아 출토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유물이 발굴된 장소는 고고학적으로 큰 의미를 둘 만한 장소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매장문화재 조사기관인 수도문물연구원의 오경택 원장은 "이번에 발굴된 금속활자 등은 일반인들이 접하기 힘든 유물"이라며 "발굴 현장은 일반 시내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민가가 위치했던 자리로 관청이나 궁궐과 관련된 기록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는 점에서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발굴 당시 금속활자와 주전 등 동으로 만든 유물은 깨진 항아리 안에 담겨 있었고, 그 주변으로 상대적으로 크기가 큰 동종, 동판, 일성정시의, 총통이 매장돼 있었다. 금속 활자 외의 유물들은 모두 잘게 자르거나 분질러 적당한 크기의 파편 형태로 만든 상태로 매장된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활자는 비교적 온전한 형태를 갖추고 있었으나, 일부는 불에 타 엉겨 붙어 있는 상태였다.

문화재청은 활자 등을 담은 항아리를 기와 조각과 작은 돌로 괸 것으로 봤을 때 누군가 인위적으로 이 곳에 묻은 것으로 보고 있다. 유물이 매장된 시기는 발굴된 유물 중 가장 늦은 시기에 제작된 소승자총통에 새겨진 명문을 통해 1588년 이후라는 사실만 확인된 상태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모든 상황을 종합해 볼 때 1588년 이후 매납되었다가 잊혀져서 다시 활용되지 못하고 오늘날까지 묻힌 상태로 유지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매장된 시기를 봤을 때 임진왜란, 병자호란 등을 앞두고 매장된 것이 아닌가 추정된다. 종로 일대에서는 과거에도 도기 등이 대량으로 발굴되는 사례가 종종 있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유물 매장 형태를 봤을 때 누군가 의도적으로 금속품을 모아 고의로 묻은 뒤 추후 재활용하려 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유물 중 금속활자를 제외하고 모두 파편 형태로 발견됐다는 점이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한다. 오 원장은 "동종, 총통 같은 금속은 당시로선 구하기 어려운 값비싼 금속이었다"며 "추후 녹여 재활용하기 위해 모아두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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