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집' 김지석이 정소민의 칭찬 한마디에 춤추는 고래가 됐다. 과연 그가 조금씩 피어나고 있는 사랑도 자각할 수 있을지 기대감이 커진다.
지난 30일 방송된 JTBC 수목드라마 ‘월간 집’(극본 명수현/연출 이창민) 5회에서 나영원(정소민)은 유자성(김지석)의 특집 기사를 떠맡았다. 자성이 ‘잡지의 날’ 행사에서 경영인상을 수상하게 됐다는 소식을 까맣게 모르고 있던 편집장 최고(김원해)가 점수를 따기 위해 ‘대표님 특집 기사’를 맡긴 것이다. 그런데 지난 밤 사과로 껄끄러웠던 관계를 푼 줄 알았던 자성이 또다시 쪼잔한 뒤끝을 부리기 시작했다. ‘내 집 마련 왕소금 카페’에서 ‘자성TV’ 구독을 취소하고 다른 채널로 갈아타려 한다는 영원의 글을 봤기 때문이다.
자성의 속을 알 수가 없어 혼란스럽던 영원은 특집 기사에도 답답함을 느꼈다. 그의 비서부터 오피스텔 경비원까지 주변 사람들을 인터뷰했지만, 아예 묵비권을 행사하거나 불만 성토만 할 뿐이었다. 진짜 문제는 ‘잡지의 날’ 행사가 끝난 후 터졌다. 라이벌 잡지사 ‘그린 하우스’의 ‘월간 찌라시’란 조롱도 모자라, “그동안 열심히 노력한 나 자신에게 이 모든 영광 돌리겠다”는 자성의 자아도취 수상 소감에 경악한 ‘월간 집’ 식구들은 자성이 제안한 회식을 상갓집 핑계로 빠져나갔다. 그리고는 따로 모여 “돈밖에 모르는 사람”, “제 잘난 맛에 사는 사람, “직원들 생각은 1도 안 하는 사람”이라며 뒷말을 늘어놓았다. 같은 시각 옆방에서 신겸(정건주), 장찬(윤지온)과 함께 식사 중이던 자성이 듣고 있는 줄 몰랐기 때문이다.
인생의 해답은 책 안에 있다고 생각하는 자성은 그 길로 서점에 갔다. 다른 건 몰라도 “일할 맛 안 나게 하는 사람”이란 건 그냥 넘길 수 없었던 그의 눈에 책 한 권이 들어왔다. 그리고 직원들 일할 맛 나게 하는 리더로 거듭나기 위해 ‘즉각적으로 칭찬한다’는 그 책의 조언을 따랐다. 엘리베이터에 30분 동안 갇혀 있어 지각했다는 최고에게는 끈질긴 인내심을, 근무 시간 중 SNS와 청약 홈페이지를 보고 있던 남상순(안창환)에겐 멀티태스킹 능력을, 책상이 지저분한 여의주(채정안)에겐 업무에만 매진하는 열정을 칭찬했다. 그가 불같이 화를 낼 거란 예상과 달리, 이상한 칭찬을 퍼붓는 상황이 ‘월간 집’ 식구들에겐 해고 전 밑밥처럼 들렸다. 그래서 미친 듯이 일을 하게 만드는 뜻밖의 효과를 가져왔다. 이 사실을 모르는 자성의 눈엔 진짜 그 책의 제목대로,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만드는 것처럼 보였지만 말이다.
반면 영원은 자성이 반대했던 소외 계층의 집 인테리어 기획 기사의 주인공을 찾아갔다가 뜻밖에 사실을 알게 됐다. 자성이 직접 찾아와 월셋집 인테리어는 결국 집주인만 좋은 일이기 때문에 반대했다고 사과하며, 아이와 함께 더 나은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직업 훈련이나 돌보미 서비스 관련 정보까지 챙겨줬다는 것. 과거 직원들이 반대 시위를 한 것을 알면서도, 이들 모두를 해고하지 않는 조건으로 ‘월간 집’을 인수했다는 교열 담당 수정(이정은)의 이야기까지 듣게 된 영원은 그제야 “인정머리라곤 하나도 없어 보이고, 냉정하고 차갑고, 근데 겉으로만 그렇지 속은 여리고 따뜻한 사람”이라고 유일하게 자성에 대해 다르게 말했던 신겸의 인터뷰가 떠올랐다.
집은 살아봐야 제 얼굴이 보이고, 사람도 겪어봐야 제 얼굴을 알 수 있다. 영원은 비로소 “웅장한 저택이 여러 사람의 보금자리인 셰어 하우스일지도 모르는 것처럼, 유자성 대표 역시 겉보기엔 쉽게 다가갈 수 없을 만큼 차가워 보여도, 그 이면에는 누군가를 품어줄 수 있는 따뜻한 면모를 갖고 있다”는 특집 기사를 완성했다. 그리고 미화해서 쓸 필요 없다는 자성에겐 “있는 그대로 쓴 거예요. 대표님 정말 좋은 분 맞아요”라는 칭찬을 전했다. 그런데 진기한 광경이 펼쳐졌다. 영원의 한 마디에 넋을 놓았던 자성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한 것. “나빵원 그 여자 칭찬 한마디에 내가 고래가 된 거야?”라고 정신을 차리긴 했지만,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영원을 신경 쓰고 있는 마음도 곧 자각할 수 있으리란 기대가 커진 엔딩이었다.
또 배우 이정은이 제주도에 2개월째 살고 있는 교열 담당 수정으로 특별 출연한 에피소드는 특별한 웃음을 선사했다. 수정은 “이효리처럼 살고 싶어서” 제주도에서 채식에 요가도 하며 힐링 천국을 꿈꿨지만, 자신에겐 이상순이 없다는 사실만 자각했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그곳에서 외로움에 몸부림쳤고, 결국 제주도 집을 팔고 서울 컴백을 위해 부단히 애쓰고 있었다.
한편 JTBC 수목드라마 ‘월간 집’ 6회는 1일 오후 9시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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