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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보다 무서운 심부전…위험인자 관리가 ‘생명줄’

피로감·호흡곤란·다리 부종 등이 주요 증상이지만

발병 인지 쉽지않아 당뇨·고지혈증 등 미리 관리를

암환자는 심부전 전문의 진료와 항암치료 병행해야

윤종찬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가 1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서울성모병원에서 심장 모형을 들고 심부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성형주기자




심부전(心不全)은 심장의 기능이 떨어져 몸 전체로 혈액을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는 상태를 일컫는 말이다. 단일한 질병이라기보다는 고혈압, 협심증·심근경색증 등 관상동맥 질환, 심근병증, 심장판막 질환 등 다양한 심장 질환으로 발생하는 일종의 증후군이다. 모든 심장 질환의 ‘종착역’이라고도 할 수 있다.

자동차로 치면 엔진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엔진이 고장나면 차가 제대로 달리지 못하고 그대로 멈춰 서 버리 듯 1분 동안 60~80회 펌프질을 통해 온 몸에 혈액을 보내는 심장 기능에 이상이 발생하면 그만큼 치명적일 수 밖에 없다.

실제 심부전은 암보다도 사망율이 높다. 심장의 펌프 기능 수행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인 좌심실 박출률이 감소한 심부전의 경우 진단 받은 지 1년 이내에 4명 가운데 1명이 사망한다. 5년 이내에는 2명 중 1명이 목숨을 잃는다. 5년 이내 사망률이 5대 암으로 분류되는 위암(26%), 대장암(24%)의 2배 정도 되는 셈이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심부전 전문가인 윤종찬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최선의 심부전 예방법은 위험인자 관리라고 강조한다. 윤 교수는 1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고혈압, 관상동맥 질환, 심근병증, 심장판막 질환 등 심부전 선행 질환과 고지혈증·당뇨 등 만성 질환, 음주·흡연 등 생활 습관, 항암 치료 등이 모두 심부전 위험인자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과거에 비해 심부전에 쓸 수 있는 약제가 상당히 많아졌고 시술·수술법도 매우 발달해 적절히 잘 치료 받으면 일상 생활에 큰 지장 없이 오래 살 수 있게 된 게 사실이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부전은 말기로 진행할 수록 예후가 급격히 나빠지고 치료 비용도 커지는 만큼 진행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심부전은 후기가 되면 고형암보다도 예후가 더 나쁘기 때문에 말기가 되기 전에 예방을 잘 하도록 하는 게 세계적인 치료 트렌드”라고 말했다.

심부전의 주요 증상은 호흡 곤란, 다리 부종, 피로감 등이다. 이런 증상이 나타날 경우 이미 ‘C 단계’에 해당된다. 심부전은 △심장의 구조적인 변형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고혈압이나 당뇨와 같은 심부전 위험인자를 갖고 있는 ‘A 단계’ △구조적 변화는 나타났지만 증상은 없는 ‘B 단계’ △심부전 증상이 발생하는 C 단계 △여러 가지 치료에도 반응이 없는 말기인 ‘D 단계’ 등 크게 4 단계로 나눠볼 수 있다.

문제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A~B 단계는 물론 증상이 발현되는 C 단계에 접어 들어서도 심부전을 인지하기가 쉽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윤 교수는 “심부전이 의심되면 의심 정도에 따라 심전도·흉부 X선 검사, 심장 초음파, 혈액 검사 등을 하게 된다”며 “검사 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심부전의 전형적 증상이나 징후가 있는 지 파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비전문가와 일반인이 보면 심부전 증상은 다른 호흡기 질환이나 비만 증상 등과 잘 구분이 되지 않는 게 사실”이라며 “피로감, 호흡 곤란 등의 증상은 신장이나 폐가 좋지 않아도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라고 덧붙였다.

윤종찬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성형주기자




윤 교수가 인터뷰 동안 심부전 위험인자를 가진 환자는 정기적으로 심부전 전문가를 만나야 한다고 수 차례 강조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심부전을 잘 극복하기 위해서는 위험인자 관리와 조기 치료가 중요한데 순환기내과 전문의 등 심부전 전문가가 환자 케이스 별로 다를 수 있는 관리와 치료를 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고혈압이나 당뇨 약 중에는 심부전 진행을 늦추거나 예방에 도움이 되는 약도 있다”며 “하지만 환자마다 잘 듣는 약제가 다를 수 있어 ‘어떤 케이스에 어떤 약을 써야 한다’는 식으로 공식화할 수는 없다. 환자와 심부전 전문가가 상담을 통해 장기적 계획을 세우고 다양한 치료 옵션 중 가장 효과적 옵션을 찾아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암 환자의 경우 반드시 심부전 전문가의 정기적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윤 교수는 강조했다. 그는 “암 환자는 심장에 부담을 주는 항암·방사선 치료를 받게 된다”며 “그렇기 때문에 암 환자는 상대적으로 심부전에 많이 노출되게 된다. 암 치료가 환자의 심장에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판단에 따라 서울성모병원은 위험인자가 많은 혈액암·유방암 환자 등을 대상으로 순환기내과 등이 참여하는 다학제 치료를 실시하고 있다. 심부전이 나타나지 않도록 하거나 심부전이 나타나더라도 조기에 관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윤 교수는 “암 환자는 암이 커지거나 재발할 수 있기 때문에 항암 치료를 충분하게 받아야 한다”며 “그런데 심장의 상태를 체크하지 않고 암 치료만 하다 보면 암이 아니라 나빠진 심장 때문에 환자가 사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균형 잡힌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심부전 치료는 크게 약물 치료와 시술 및 수술 치료로 나뉜다. 약제는 앤지오텐신 전환효소 억제제, 베타차단제 등이 있는데 치료 초기 증상이 개선되더라도 병의 경과를 좋게 하기 위해서는 약물 복용을 꾸준히 해야 한다. 심부전을 일으키는 원인 질환에 따라 관상동맥 스텐트 삽입술이나 판막 시술과 같은 내과적 시술이나 외과적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또 동반한 부정맥 질환의 유형에 따라서는 심장 재동기화 치료나 삽입형 제세동기 삽입술 등의 시술도 이뤄진다. 말기 환자를 대상으로는 심장 이식 수술과 좌심실 끝 부분을 잘라낸 뒤 보조 장치를 붙이는 ‘좌심실 보조장치 삽입 수술’ 등이 고려된다.

윤 교수는 “치료에 반응이 없고 심부전 증상이 심한 D단계 환자의 경우 심장 이식 수술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 있고 이식 수술을 받기 어렵다면 심장 펌프 역할을 돕는 장치를 몸 안에 넣는 좌심실 보조 장치 삽입 수술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윤종찬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가 1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서울성모병원에서 심장 모형을 들고 심부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성형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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