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항해 2년 만에 소재·부품·장비 분야에서 자립을 이뤘다고 자평했다. 다만 반도체 장비 등 일본이 우위를 갖는 산업은 여전하고 소부장 분야에서 대일적자도 이어지고 있어 지나친 자화자찬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2일 서울 삼성동 한국무역협회에서 열린 ‘대한민국 소재·부품·장비 산업 성과 간담회’에서 “지난 2년 일본의 수출 규제와 코로나 위기를 연이어 겪으며 우리는 ‘위기에 강한 대한민국’의 저력을 증명해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어 “국내 산업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100대 핵심 품목에 대한 일본 의존도를 25%까지 줄였다”며 “시가총액 1조 원 이상의 소부장 중소·중견기업이 13개에서 31개로 크게 늘었고 소부장 상장 기업 매출액도 다른 업종의 두 배 가까운 증가율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나아가 ‘소부장 자립’의 길에 기업인들이 선두에 서야 한다며 정부도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다. 세부적으로는 ‘소부장 2.0 전략’을 토대로 ‘소부장 으뜸기업’ 100개를 육성하고 글로벌 생산 허브가 될 ‘5대 첨단특화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산업계와 외교가에서는 우리나라가 벌써부터 축포를 터뜨릴 시점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올 1~4월만 해도 소재·부품 대일 교역은 59억9,6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7억900만 달러 증가한 액수다. 우리나라의 올 1분기 반도체 장비 수입액도 48억7,000만 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지만 반도체 장비의 국산화율은 20%대 수준에 머물고 있다.
문 대통령이 이날 한일 갈등을 표현한 부분도 경색된 양국 관계의 해법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부담을 준 게 아니냐는 평가도 제기됐다. 문 대통령은 “기습 공격하듯이 시작된 일본의 부당한 수출 규제 조치에 맞서 ‘소부장 자립’의 길을 걸었다”며 한일 갈등의 원인 제공자로 다시 한번 일본을 지목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해서도 외교적인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핵심 소부장에 대해서는 자립력을 갖추고 특정 국가 의존도를 낮추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전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문 대통령이 2019년 외교안보 참모들의 ‘외교적 방법에 의한 한일 관계 해결’ 건의를 거절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크게 분노하며 참모들을 질책한 뒤 소부장 독립 승부수를 던지라고 직접 지시했다는 회고였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