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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현장에서] 콜롬비아 디아스포라의 명암

추종연 주콜롬비아대사

추종연 주콜롬비아 대사




미국 대통령 선거를 하루 앞둔 지난 2020년 11월 2일. 콜롬비아 최대 일간지 ‘엘 티엠포’에 도널드 트럼프와 조 바이든 후보자의 호기 넘치는 사진이 들어간 전면 인터뷰 기사가 나란히 실렸다. 두 후보 모두 콜롬비아계의 근면함을 칭찬하고 콜롬비아와의 관계가 대중남미 관계의 초석이라고 강조했다. 남의 나라 신문이 미국 대선 경쟁의 장이 된 이유는 간단하다. 플로리다가 최대 경합주 가운데 하나이고 그곳에 콜롬비아계 주민이 많이 살기 때문이다.

미국 내 히스패닉은 6,000만 명으로 이는 대략 전체 인구 5명 중 1명꼴이다. 나아가 높은 출산율로 이들의 인구 비중은 계속 커지고 있다. 플로리다주에 거주하는 310만 명 히스패닉 가운데 콜롬비아계는 28만 명이지만 그 수가 10여 년 전에 비해 100% 이상 증가하면서 콜롬비아의 존재감을 부각하고 있다. 또 마이애미에서 콜롬비아 카르타헤나까지 비행기로 세 시간도 채 안 걸린다. 히스패닉이 미국 정치에 상수(常數)가 된 지 오래다. 민주주의에서 투표권은 곧 힘이기 때문이다. 중남미 사람들에게 마이애미는 파라다이스로, 그곳에 고급 주택을 소유해야 부자 소리를 듣는다. 플로리다주 정부도 투자 유치에 적극적이다. 부동산에 주세(州稅)를 부과하지 않으며 10만 달러가 넘는 부동산을 구입할 경우 50%까지 융자를 해준다. 마이애미가 중남미의 섬이 된 것이다.



1970년부터 지금까지 670만 명의 콜롬비아인이 해외로 이주했다. 해외에서 출생한 자녀들까지 포함하면 콜롬비아와 한국의 해외 동포 규모는 비슷할 것이다. 출처마다 통계의 차이가 있지만 베네수엘라에 95만 명, 미국에 79만 명 그리고 스페인에 36만 명이 산다. 20세기 중반에는 많은 콜롬비아인이 베네수엘라로 이주했다. 당시 베네수엘라는 국내총생산(GDP) 세계 4위의 석유 부국이었다. 또 두 나라는 스페인 식민지에서 독립했을 당시 ‘그란콜롬비아’라는 같은 나라에 속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반대로 500만 명이 넘는 베네수엘라인들의 엑소더스가 벌어지고 있다. 베네수엘라인 170만 명이 콜롬비아에 유입됐고 베네수엘라에 정착했던 콜롬비아인들도 고국으로 돌아오고 있다.

콜롬비아인의 해외 이주는 내전이 피크에 달했던 1995년부터 14년간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2000년부터 2006년까지 북부 지방 농민들이 베네수엘라로 대거 탈출했고 2007년에만 55만 명이 나라를 떠났다. 지금도 23개국에 걸쳐 50만 명의 콜롬비아인이 국제사회 보호 시스템에 등록됐다. 그들은 보복의 두려움 또는 무장 단체에 의한 징집을 피하기 위해 도피를 선택했다. 이 같은 위협의 대상과 성(姓)이 같은 이유만으로 30~40명에 달하는 가족 전체가 해외로 도피하기도 했다. 콜롬비아에서는 우익 민병대와 좌익 게릴라 등 불법 무장 단체뿐만 아니라 공권력에 의한 위협도 만연했다. 그들은 생명을 부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모국을 떠났고 낯선 환경에서 각고의 고생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주자들은 자기들만의 안위를 위해 고향을 버렸고 그동안 호의호식했다는 곱지 않은 국내 시각을 마주했다.

그러나 이제 콜롬비아에서 원유 수출에 이어 두 번째 외화 수입원은 해외로 이민한 콜롬비아인들의 본국 송금액이다. 해외 이민자들은 2020년 69억 달러를 본국에 송금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경제 사정이 어려워졌음에도 불구하고 송금액은 2019년보다 2.5% 증가했다. 이는 외국인 직접 투자액 67억 달러보다도 더 많고, 콜롬비아 커피와 꽃 수출액을 합친 41억 달러보다 훨씬 많다. 반세기 내전의 슬픈 역사가 만들어낸 콜롬비아 디아스포라가 지금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돼 모국에 커다란 돕는 손길이 된 것이다. 디아스포라란 본래 팔레스타인을 떠나 세계 각지에 흩어져 유대교의 규범을 유지하며 사는 유대인을 지칭하는 용어로, 이제는 본토를 떠나 타지에서도 고향의 규범과 관습을 유지하는 민족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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