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매각이 최종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을 앞두고 있다. 그동안 두 차례 매각에 실패한 KDB산업은행은 자회사인 KDB인베스트먼트를 통해 제약 없이 매각을 끝내려 했다.
대우건설 매각은 부동산 시행사 DS네트웍스가 사모펀드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와 손잡고 비공식적으로 인수 의향을 타진하면서 시작됐다. 민간에서 기업을 매각할 때도 인수할 생각이 있는 쪽과 사전에 어느 정도 조건을 맞추는 일은 흔하다. 그 자체는 문제라 할 게 없다. 2조 원이나 되는 기업을 사면서 당연한 수순이다.
그러나 그때부터 이미 업계에는 KDB인베스트먼트가 특정 후보를 낙점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DS네트웍스 컨소시엄 외에도 국내외 다양한 사모펀드와 건설사가 KDB 측에 인수 생각을 내비쳤다. 하지만 DS네트웍스와 중흥건설을 제외한 대부분은 KDB인베스트먼트가 매각 의사가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인수 후보들은 대우건설의 부실 사업장이나 인력 구성 등을 가장 궁금해 했다. 보통은 예비 입찰과 본입찰을 거치며 투자설명서나 각종 자료를 온라인으로 공개하는 데이터룸 실사, 경영진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이런 내용을 확보한다. 하지만 후보들은 KDB 측이 기본적인 투자설명서도 없이 인수에 참여하기 위한 기밀유지협약(NDA)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물론 영업 비밀에 해당하는 정보까지 줄 수는 없지만 민간에서도 이번처럼 비공개로 일관하는 사례는 드물다는 게 인수 후보들의 지적이다. 한 사모펀드는 컨설팅 회사를 고용해 해외 사업장을 실사하는 등 공을 들이다가 지나친 비공개와 특정 후보 낙점설에 인수를 포기했다. 또 다른 사모펀드는 “민간에서 500억 원짜리 기업을 팔 때도 이렇게 꽁꽁 감추지 않는다”면서 본입찰 전날 스스로 인수 의사를 접었다.
논란은 여전하다. 본입찰 후 후보 간 가격 차이가 예상보다 벌어지자 더 써낸 중흥건설이 인수를 포기하겠다고 버텼고 가격을 떨어뜨리기 위한 재입찰을 실시했다. 중흥건설이 인수한다면 가격을 낮춰주기 위한 요식행위였다는 낙인을 찍을 것이고 DS네트웍스가 인수한다면 내정설은 사실이라는 비난이 나올 것이다. KDB인베스트먼트는 이를 의식한 듯 5일 기자 간담회를 자청했다. 인수 참여자에게는 극도의 비밀을 유지하다 문제가 생기자 외부에 해명하겠다는 처사가 얼마나 많은 공감을 얻을지는 의문이다.
공적 자금이 들어간 대우건설 매각을 민간처럼 철저한 비공개로 진행하겠다는 것 자체가 욕심이다. 하물며 민간보다도 더 원칙 없이 밀어붙인다면 비판을 피할 수 없다. 10년 넘게 주인 없는 대우건설 내부에는 산은과 가까운 임원 따라 줄을 서는 사내 정치가 극심하다고 한다. 대우건설 구성원들은 앞으로 몇 년을 더 정치 바람에 휘둘릴지 불안해 하고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