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정치 행보에 나선 지 일주일도 안 돼 거센 검증에 직면했다. 장모가 국비 부정 수급을 징역형을 받으며 이른바 ‘처가 리스크’를 법원에서 인정한 꼴이 됐고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윤 전 총장이 압력을 가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윤 전 총장이 정치권의 공세에 방어막이 될 수 있는 국민의힘 입당마저 미루면서 야권 내에서도 불만이 커지는 상황이다.
입을 닫고 있던 윤 전 총장은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각종 의혹에 반발하며 정면 돌파를 택했다. 윤 전 총장의 정치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관측이 나온다.
양자대결서 처음 與 이재명에게 밀려
정치 선언 사흘 만에 ‘장모 법정 구속’
도덕성 검증 논란에 지지율도 흔들려
정치 선언 사흘 만에 ‘장모 법정 구속’
도덕성 검증 논란에 지지율도 흔들려
4일 여론조사기관 글로벌리서치가 뉴시스의 의뢰로 진행한 여론조사(6월 30일~7월 2일·성인남녀 1,000명)에서 윤 전 총장이 양자대결에서 여권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뒤처졌다.
이 지사와 윤 전 총장 간 양자대결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지사의 지지율은 44.7%로 36.7%를 기록한 윤 전 총장보다 앞섰다. 격차는 8%포인트로 오차범위(±3.1%포인트) 밖이었다(자세한 결과는 글로벌리서치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윤 전 총장이 지지율 양자대결에서 이 지사에게 오차범위를 벗어날 정도로 차이가 난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지난 2일 윤 전 총장의 장모 최모씨가 요양급여 부정수급으로 법원에서 징역형을 받자 도덕성 논란이 일었는데, 이후 지지율에서 이 지사에게 크게 밀린 결과가 나왔다.
장모 징역형 선고, 尹 과거‘압력’ 의혹도
尹 “강한 유감”에도 정치력 시험대 올라
尹 “강한 유감”에도 정치력 시험대 올라
윤 전 총장은 이른바 ‘처가 리스크’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정해진 정치 행보를 걷겠다는 입장이다. 검사 시절 수 차례 좌천과 징계에도 굴하지 않고 다진 돌파력을 정치 무대에서도 발휘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장모가 법정 구속되는 상황에서도 김영삼 도서관과 박정희 대통령 기념재단을 연달아 방문한 행보는 윤 전 총장이 이 사안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윤 전 총장의 의지와는 달리 의혹이 계속되는 점이다. 장모에 징역형이 선고되자 윤 전 총장이 지난 2012년 이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까지 추가로 제기됐다.
윤 전 총장은 이 사건과 관련해 “누구도 법 적용에는 예외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추가 의혹이 제기되자 “검사의 징계는 검사징계법에 따라 혐의를 관보에 빠짐없이 게재한다”는 반박 자료를 냈다. 윤 전 총장이 2013년 받은 징계가 이 사건에 압력을 가해서가 아니라 당시 국정원 댓글 사건에 항명했다는 사유라는 설명이다. 윤 전 총장 측은 이 의혹을 제기한 정 모씨가 무고와 명예훼손 등 ‘거짓말 범죄’로 실형과 벌금형을 수 차례 받은 일을 알리며 “객관적 자료나 확정 판결에 반하는데도 검증 없이 보도한 것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권은 추가 의혹 제기를 멈추지 않을 태세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윤 전 총장을 향해 “스폰서 검사 같은 느낌”이라며 낙인 찍기에 나섰다. 여권은 부인 김경희씨의 주가 조작 사건을 이미 도마 위에 올렸고 윤 전 총장이 검찰총장 재임 시절 터졌던 ‘라임·옵티머스 금융사기’ 사건과 관련해 부실수사를 했다는 의혹도 꺼내 들고 있다.
野 일부 “어떤 국가 만들지 모르는데…”
“尹, 미래비전 선명해야 몸 던져 방어”
스스로 위기 극복 땐 ‘대체불가’ 전망도
“尹, 미래비전 선명해야 몸 던져 방어”
스스로 위기 극복 땐 ‘대체불가’ 전망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윤 전 총장의 처가 리스크와 관련해 “대한민국은 연좌제를 하지 않는 나라”라며 방어에 나섰다. 그럼에도 당 일각은 불안감에 휩싸이고 있다. 야권 유력 대선 주자가 당 밖에서 상처를 받고 낙마할 경우 대안 마련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간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야권에서 윤 전 총장을 제외하면 이 지사와 양자대결에서 이긴 후보는 없다. 당 일각에서 나오는 윤 전 총장의 조기 입당 주장도 이런 상황이 감안됐다. 윤 전 총장이 제1 야당의 조직력과 화력을 이용해 근거 없는 의혹 제기에 맞설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윤 전 총장은 조기 입당에 재차 선을 그었다. 전날 윤 전 총장은 권영세 국민의힘 대외협력위원장과 회동 자리에서 “당의 상황을 아는 것도 필요하다”며 민생투어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다시 밝혔다.
윤 전 총장의 이 같은 태도에 당 일부 의원들이 등을 돌리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의원들이 당 소속이 아닌 윤 전 총장을 지원했다 낙마하면 난처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더욱이 중진들 사이에서는 경우 지난 29일 윤 전 총장이 내놓은 정치선언문에 미래비전이 없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윤 전 총장이 내놓은 선언문에는 경제와 외교안보, 사회, 교육 등 대한민국을 어떤 국가로 만들겠다는 비전이 없다”며 “그가 어떤 국가를 만들고 그 속에서 우리 정치인들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 지 확신이 서야 지원이라도 할 것이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윤 전 총장 측은 곧 미래비전을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윤 전 총장 측 관계자는 “경제 등 주요 정책과 관련해서 비전을 준비하고 있다”며 “분야별로 발표할지, 한 번에 발표할지는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윤 전 총장이 자체 역량만으로 ‘처가 리스크’를 극복하면 대체 불가능한 대선주자가 될 것이라는 판단도 나온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처가 의혹의 핵심은 윤 전 총장이 관여했느냐 안 했느냐인데 이미 청문회 과정에서 관여한 적이 없는 것으로 결론났다”며 “처가 의혹만 넘어서면 야권에서 경쟁할 후보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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