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공모주 시장을 달굴 ‘빅4’가 모두 청약 일정과 예상 몸값을 확정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공모가와 예상 수익률로 옮겨가고 있다. 오는 8~9일 SD바이오센서(이하 SD바이오)를 시작으로 이달 말부터 카카오뱅크, 크래프톤, 카카오페이가 일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청약을 실시한다. 카카오뱅크와 SD바이오센서는 장외 가격보다 30~50%가량 저렴해 공모 가격에 주식을 받으면 수익이 예상되지만 크래프톤은 공모가 상단이 장외가에 근접한 수준이다. 카카오페이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상장되는 생활금융 플랫폼 핀테크 업체여서 공모가 적정성에 대한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5일 38커뮤니케이션에 따르면 장외에서 카카오뱅크의 주가가 주당 8만 원선에 거래되고 있다. 한때 10만 원을 넘었으나 최근 조정을 받았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희망 공모가 밴드가 3만 3,000~3만 9,000원이다. 기관투자가 수요 조사에서 밴드 상단에 결정된다 하더라도 공모가 대비 두 배가량에 시세가 형성돼 있는 셈이다.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뱅크는 시장에서 예상한 범위에서 공모 가격이 나왔다”며 “시장 친화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물론 카카오뱅크도 기존 은행주에 비해서는 결코 적지 않은 몸값이다. 카카오뱅크의 시총은 공모가 상단 기준 18조 5,289억 원으로 KB금융 22조 4,536억 원과 신한지주 20조 5,607억 원에 맞먹는다. 그러나 기존 금융사와는 다른 강력한 플랫폼과 성장성을 갖췄다는 점에서 다른 밸류에이션 잣대를 충분히 적용받을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SD바이오는 공모가를 대폭 낮추면서 청약 부담을 덜었다. 당초 6만 8,000~8만 5,000원이었던 공모가 밴드를 4만 5,000~5만 2,000원으로 떨어뜨렸다. 또 최근 코로나19의 델타 변이 확산세로 인해 장외 가격이 주당 7만 원을 웃돌고 있다는 점에서 상단에서 공모 가격이 책정돼도 상승 여력은 있다는 평가다. 한 공모주 투자 전문가는 “씨젠보다 영업이익 규모나 이익률 면에서 우위에 있기 때문에 그 이상의 몸값을 쳐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 투자자문사 대표는 “‘코로나 로또’를 맞은 회사로 당장 내년 매출부터 걱정된다”며 “공모 예정 빅4 중 가장 우려되는 회사”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크래프톤과 카카오페이의 공모 가격에 대해서는 반응이 엇갈린다. 크래프톤은 공모 가격을 낮췄지만 약 10% 선에 불과해 시장의 기대보다 못했다는 평가다. 비교 대상 기업에서 디즈니 등을 제외했지만 여전히 주가수익배율(PER) 30배 이상을 기준으로 공모가를 책정했다는 점에서 부담스럽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 외국계 증권사의 관계자는 “배틀그라운드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원게임’ 리스크가 여전하다”며 “반면 하반기로 갈수록 실적이 개선될 엔씨소프트에 비해 비싸다는 평가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메리츠증권의 경우 적정 주가를 72만 원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카카오페이 몸값은 논쟁의 대상이다. 기존에 없던 생활금융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성장성이 무궁무진하지만 여전히 적자 상태의 기업에 12조 원의 가치를 줄 수 있느냐는 논란이다. 성장률 조정 기업가치 대비 매출액(Growth-adjusted EV/Sales)을 기준으로 공모가를 책정했다. 이때 비교 대상으로 삼은 기업이 미국의 페이팔·스퀘어, 브라질의 팍세구로라는 핀테크 업체다. 글로벌 기업인 비자나 스퀘어를 대상으로 삼은 데다 크래프톤의 정정 전 신고서와 마찬가지로 올해 1분기 매출액을 단순히 4배로 늘려 연환산 매출액을 산정한 것 역시 도마에 오를 수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 ‘카카오’라는 브랜드에 개인투자자들이 몰릴 것”이라면서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점에서 변동성이 클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카카오뱅크도 상장 첫날 ‘따상(공모가 대비 160%)’을 가기는 힘들 수 있어 이제는 과거와는 달라진 청약 시장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최 연구원은 “소규모 코스닥 기업이라면 모를까 조 단위 회사가 첫날 상장 첫날 160%가 오르는 기현상은 더 이상 발생하기 힘들다”며 “SK바이오사이언스 등이 예외적이었다”고 말했다. 한 투자자문사 대표는 “상장 초기 ‘대박’은 아니어도 물량을 소화할 수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공모가 책정 비교 그룹 회사들이 미국의 성장주들이어서 고평가 부담을 떨치기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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