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입당을 두고 본격적인 힘 싸움을 할 조짐이다. 윤 전 총장은 입당보다 민심 경청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지난 6일부터 민생 행보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이 와중에 8월 말을 입당 마감시한으로 제시했다. 윤 전 총장이 입당을 늦출 경우 예정대로 ‘8월 대선 경선 버스’를 출발시킨다는 방침이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지난 6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윤석열 전 총장은) 제로베이스에서 입당 문제를 다시 한 번 생각을 해봐야 된다. 가급적 빨리 입당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상황이) 조금 달라진 게 우리 당에 대선주자가 무려 10명이 넘어가고 있다. 컷오프 때문에 대선 경선이 후보 경선이 아무래도 당겨질 수밖에 없다. 컷오프 전에 들어와야 된다”고 밝혔다.
김 최고위원은 앞서 “늦어도 9월 초까지 입당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대선 경선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며 조기 입당을 종용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준석 대표도 언론을 통해 “컷오프 일정을 고려했을 때 제가 말한 시점인 8월 말쯤에는 버스 문을 닫아야 되는 거 아니냐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에 맞춰 국민의힘 지도부는 오는 8일 대선경선준비위원회를 가동할 예정이다. 경선준비위가 발족하면 대선경선 일정의 구체적 시간표부터 마련할 가능성이 크다. 윤 전 총장이 입당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입당 마감시한의 날짜까지 제시되는 셈이다. 당내에서도 입당을 압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태호 의원은 전날 “밖으로만 돌지 말고 차라리 입당 조건을 제시하라”고 했고, 이날도 당 소속 초선의원 모임 강연에 나서 “들어오셔서 자기 검증을 받는 것을 두려워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이 윤 전 총장의 조속한 입당을 강조하는 배경에는 더불어민주당의 상황과도 맞물려 있다. 민주당이 대선경선을 시작하면서 대권주자들이 구체적인 정책 대안을 쏟아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특정 정책들이 화두가 되며 국민적인 관심도 높아지는 상황이다. 그런데 야권 1위 대선주자인 윤 전 총장은 아직 구체적인 미래비전 없이 민심을 경청하는 행보를 걷는 중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준비가 안 됐다”는 여론이 형성될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더욱이 윤 전 총장이 지지율이 흔들린 후에 하는 입당하기보다는 국민적 지지가 견고할 때 입당해야 당내 기반도 마련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우리 당이 이준석 대표가 되고 나서 윤 전 총장도 할 수 없는 외연확장의 기반이 마련된 상황”이라며 “꼭 밖에서 경청할 필요없이 이 대표 체제에서 중도와 진보 인사들을 만나며 민심을 경청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윤 전 총장의 발언과 민생 행보에는 디테일이 상당히 떨어져 있고 시간이 갈수록 준비가 안 됐다는 평가가 나올 것”이라며 “대선 경험이 많고 조직 역량이 있는 우리 당에 빨리 입당해서 체계적인 조언을 듣고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윤 전 총장은 민생 행보 이틀째인 이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서울 종로구 중식당에서 회동한다. 두 사람은 야권 통합에 대한 논의를 주고받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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