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오는 23일 개막하는 도쿄올림픽에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할 수 있다는 일본 언론 보도와 관련해 정상회담은 일본이 먼저 제안해야 한다고 공을 넘겼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중국 견제를 위한 한미일 동맹 강화를 연일 강조하는 가운데 한일 관계가 여전히 평행선만 달리면서 관계 회복을 위한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박 수석은 7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도쿄올림픽 개막식에 문 대통령이 참석하는 문제를 검토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자 “평화 올림픽에 가는 것은 검토하고 말고 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기왕 가면 한일 간 정상회담이 열렸으면 좋겠고 거기에서 갈등이 풀리는 성과도 있으면 좋겠다는 게 모든 사람이 바라는 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입장을 일본도 잘 알고 있을 것인데 일본 정부가 개최국이니까 ‘정상회담 하자’고 답을 주는 게 맞지 않겠느나”며 “상식적으로 그게 당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수석은 ‘일본 정부가 한일 정상회담 메시지를 전혀 보내지 않고 있다는 얘기냐’는 질문에 “정확히 확인할 수 없지만 현재 상황을 보면 국민들은 그렇게 이해하시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우회적으로 인정했다. 그는 또 ‘일본 정부 관계자가 장난치고 있다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는 “우리 국민들도 그런 생각을 할 것”이라며 부인하지 않았다. 박 수석은 “일본은 세계 질서의 지도국으로서 품격 있는 외교에 임해야 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앞서 일본 산케이신문은 지난 6일 문 대통령이 최근 일본 정부에 방일 의향을 전달했다며 “문 대통령의 방일이 실현된다면 스가 요시히데 총리는 취임 이후 첫 대면 한일 정상회담을 실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박 수석의 이날 발언은 한일 관계가 여전히 경색 국면에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일 정상회담 가능성을 두고 “마지막까지 열린 자세로 임하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지만 실상 양국의 반일·반한 감정 때문에 구체적인 논의까지는 오가지 못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지난달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과정에서 스가 총리와 처음으로 조우했지만 짧은 인사만 나누는 데 그쳤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한 달 전인 당시에도 지금과 똑같이 ‘우리는 일본과의 대화에 항상 열려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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