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운전을 하다 대만인 유학생을 치어 숨지게 한 상습 음주 운전자가 7일 항소심에서 선처를 호소했다.
김모(52·남)씨는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2부(원정숙 이관형 최병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서 "고인과 유족께 이루 말할 수 없는 죄책감과 미안함을 느낀다"며 "내 어리석은 잘못으로 함께 고통받아야 할 가족을 생각하면 가슴이 무겁다"고 말했다. 변호인도 최후 변론에서 "피고인은 수사 과정에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범행을 자백하고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재판부는 이날 재판을 마무리하고 다음 달 25일을 선고 기일로 지정했다.
반면 검찰과 피해자 측 대리인은 재판부에 항소를 기각해줄 것을 요청했다. 특히 피해자 측 대리인은 "유족이 사건 초기부터 합의할 뜻이 없다고 명백히 밝혔는데도 피고인의 배우자가 직접 대만 현지를 찾아갔다"며 "명백한 2차 가해"라고 지적했다.
김씨는 지난해 11월 6일 서울 강남구의 도로에서 술에 취한 채 제한속도를 초과해 차를 운전하다가 신호를 위반하고 횡단보도를 건너던 대만인 유학생 쩡이린(28)씨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 등)를 받는다.
이 사건은 유족이 청와대에 음주운전 처벌 강화를 촉구하는 청원을 올리고 이를 대만 언론이 보도하면서 알려졌다. 청원은 닷새 만에 20만명 넘는 동의를 받았다.
김씨는 1심에서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왼쪽 눈에 착용한 렌즈가 순간적으로 옆으로 돌아갔으며 오른쪽 눈은 각막 이식 수술을 받아 렌즈를 착용하지 못한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검찰의 구형량(징역 6년)보다 무거운 징역 8년을 선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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