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야권 대선 경선과 관련해 11월에 여론조사 방식으로 후보를 단일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8월 대선 경선 버스 출발 일정을 거듭 밝히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일정에 맞춰 입당하라고 압박하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는 정반대의 입장이다. 김 전 위원장은 윤 전 총장의 제의가 오면 “만나겠다”고 하며 연대의 가능성도 열어놨다. 4·7재보궐선거를 대승으로 이끈 김 전 위원장이 야권 유력 대선주자인 윤 전 총장에 유리한 발언을 쏟아냈다. 윤 전 총장과 제1 야당인 국민의힘의 샅바 싸움이 더 거세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보도된 한 월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윤 전 총장이 입당을 미룰수록 1초마다 손해라고 말했다’는 질의에 “1초 마다 손해 보는 건 본인의 입장”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김 전 위원장은 야권 단일 후보 선출 방식에 대해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단일화했던 행태를 취하는 게 공평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단일화 시기에 대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결정 시기가 11월 9일이라고 하지 않느냐. 그 전후가 되겠지”라고 덧붙였다.
당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100% 여론조사 방식으로 경쟁력과 적합도를 조사해 단일화했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룰은 현재 당원 50%, 일반시민 여론조사 50% 방식이다. 국민의힘은 이날 대선경선 준비위를 발족하고 8월 대선경선을 위한 일정 조율에 돌입했다. 그런데 김 전 위원장이 11월을 전후해 100% 여론조사 방식을 통해 야권 단일화를 해야 한다며 다른 주장을 내놨다.
김 전 위원장은 윤 전 총장의 장모가 징역형을 받고 법정에서 구속된 논란에 대해서는 “장모가 출마하는 것도 아닌데 영향을 끼칠 일이 뭐가 있겠느냐”고 선을 그었다.
김 전 위원장은 윤 전 총장과 이른바 ‘미군 점령군·친일파 합작 건국’을 두고 역사 논쟁을 벌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한반도에 있는 일본군을 항복시키기 위해 (미군이) 점령했다는 사실 자체만 놓고 보면 점령군이라는 얘기를 할 수도 있다”면서 “그러나 미군과 친일파가 마치 합작해서 대한민국 정부를 수립한 것처럼 (이 지사가) 얘기하는데,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인식 자체가 부족한 거다. 잘못된 판단을 하는 거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한민국 초대 내각에 친일파가 하나도 없다. 내 책(‘김종인, 대화’)에도 써놨지만 초대 내각, 초대 3부 요인을 다 헤아려 봐도 친일파라고 말할 사람이 없다. (이 지사가) 역사 공부를 제대로 못한 거지. 1980년대 소위 말하는 주사파가 얘기하는 식으로 대한민국 정부는 마치 태어나지 말았어야 한다는 식의 왜곡된 역사관을 슬쩍 인용해본 거지”라고 꼬집었다.
역사 논쟁에 뛰어든 윤 전 총장이 옳은 판단을 했다는 평가도 내렸다. 그는 “역사논쟁에 뛰어든 게 아니라 옳고 그름을 분명하게 얘기한 것”이라며 “(오히려) 의사표시를 안 하면 비겁한 거지”라고 말했다.
한편 김 전 위원장은 윤 전 총장 측에서 회동을 제안할 경우 만나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김 전 위원장은 “사람 만나는 데 내가 무슨 대단한 고자세를 취하는 사람이 아니다. 만나자고 하면 만나서 통상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거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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