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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워스] 숫자로 매길 수 없는 '목숨 값'

9·11 피해자 보상기금 위원장의

유족 협상과정서 고뇌·좌절 그려

영화 ‘워스’ 스틸컷./사진제공=미디어소프트필름




2001년 9월 11일, 미국 세계무역센터와 펜타곤을 겨냥한 비행기 테러가 발생했다. 세계무역센터 두 동이 화염에 휩싸인 채 무너져 내렸고, 미국 안보의 심장 펜타곤 역시 크게 파손됐다. 미국은 물론 전 세계가 경악했다.

사건 발생 직후 미국 정부는 빠르게 사태를 수습해 나갔다. 국가 안보를 강화하고 금융 시장 정상화에 나섰다. 대대적인 정책을 신속히 내놓는 일은 상대적으로 쉬운 편이었다. 진짜 어려운 일은 테러 피해자의 가족과 마주하는 일이었다. 아들을 잃은 한 여성은 이런 말을 남겼다. “신께도 화가 나고 이런 일이 있게 한 나라에도 화가 납니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내 새끼가 그 놈들 때문에 산 채로 불에 탔어요. 시신마저 못 찾았죠. 손톱 하나 못 찾았는데 어찌 살아갈 수 있겠어요? 그걸 어찌 돈으로 계산합니까?”

그래도 누군 가는 해야 할 일이다. 미국 정부와 의회가 전면에 나서길 주저하며 머리를 싸맬 때, 한 법조인이 피해자 보상 업무를 자신이 맡겠다고 손을 들었다. 로버트 케네디 민주당 상원의원의 수석 보좌관 출신인 케네스 파인버그(마이클 키튼 분) 변호사다.



영화 ‘워스’ 스틸컷./사진제공=미디어소프트필름


오는 21일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개봉하는 영화 ‘워스(What is life worth)’는 9.11 피해자 보상기금 특별위원장을 자처했던 파인버그의 실화를 다룬 작품이다. 파인버그도 처음에는 다른 변호사들처럼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계산’하려 한다. 생전 소득 수준, 혼인 여부, 가족 구성원 규모 등을 기준으로 보상 금액 지급 기준을 마련한 그는 25개월 안에 전체 피해자 가족의 80% 동의를 확보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일은 쉽게 진행되지 않는다. 선의에서 무보수로 맡은 일이었지만 오히려 불신과 비난을 받기도 한다. 파인버그의 일은 그가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나 하나 들으면서 조금씩 풀리기 시작한다. 그는 목숨 값을 숫자로 치환하는 일보다 공감이 먼저였음을 깨닫는다.

파인버그 역을 맡은 마이클 키튼의 연기는 명불허전이다. 이성과 감성 사이에서 고뇌와 좌절을 거듭하는 연기는 보는 이의 어깨마저 무겁게 만든다. 영화는 9.11 테러 피해자 이야기를 다루지만 영화가 던지는 질문은 더 근원적이고 보편적이다. 수 차례의 대형 사고를 겪으면서 남겨진 가족들이 울부짖는 모습을 지켜봐 온 한국 관객들에게는 더 와 닿는 작품일 수 있다. 러닝타임 1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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