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유행의 영향으로 지난해 세계 기아 인구가 7억 명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5년 동안 가장 높은 수치다.
12일(현지 시간) 유엔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아 인구는 전년 대비 18% 증가한 7억 6,800만 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2005년 8억 1,100만 명을 기록한 뒤 1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기아 인구는 2008년 이후 줄곧 큰 변동 없이 6억 명대를 기록하다 지난해 크게 늘었다.
코로나19 대유행이 기아 급증의 원인으로 꼽힌다. 코로나19로 아시아·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의 가계 소득이 크게 감소했고 이에 따라 식량을 제때 구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유엔은 “굶주리지는 않았지만 ‘적합한 영양 상태’에 도달하지 못한 이들까지 합하면 숫자는 세계 인구 3분의 1인 24억 명이나 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기아 인구 가운데 아시아의 비중이 4억 1,800만 명으로 가장 높았으며 이후 아프리카(2억 8,160만 명), 중남미(5,970만 명) 순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앞으로 상황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올 2분기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년 전보다 34% 급등했다. 식량 가격이 치솟으면서 기아 문제 해결도 더 어려워질 수 있다. 데이비드 비즐리 세계식량계획(WFP) 이사는 “이런 추세라면 2030년 기아를 해소하겠다는 목표 실현은 꿈도 꾸기 어렵다”며 “세계 식량 공급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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