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자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4차 대유행에 돌입하면서 비수도권에도 비상이 걸렸다. 여름 휴가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상대적으로 거리두기 단계가 느슨한 비수도권으로 휴가를 떠나는 원정 피서객이 몰리며 풍선 효과가 현실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지자체들이 뒤늦게 거리두기 단계를 격상하며 대응에 나섰지만 역부족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따르면 강원 삼척과 속초, 강릉, 서해안 일대 펜션은 주말 예약이 대부분 꽉 찼다. 특히 다른 사람과 마주치지 않고 오롯이 가족들과 휴양을 보낼 수 있는 독채 펜션의 경우 숙박료가 1박에 40만~50만원대에 달하지만 공실을 찾기 힘들 정도로 예약이 완료됐다.
강원 삼척시 근덕면에 위치한 A 펜션 관계자는 “아무래도 투숙객들이 코로나19 우려로 다른 사람들과 마주치는 것을 꺼려하기 때문에 리조트보다 독채 펜션을 많이 찾는 분위기”이라며 “리조트 예약을 취소하고 펜션으로 변경하는 관광객이 많다”고 말했다.
수도권 피서객이 몰리면서 현지 주민들의 공포감도 커지고 있다. 강원 속초시 조양동에 살고 있는 초등학교 교사 이모(39) 씨는 “숙박업이나 관광업을 하는 분들에게는 죄송한 얘기지만 수도권에서 오는 관광객들이 별로 달갑지가 않다”며 “차라리 전국적으로 2주 간 방역단계를 최고 수위로 끌어올려서 확진 추세를 잠재우는 게 더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거리두기 4단계로 인한 특수를 누리고 있는 해수욕장도 마냥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피서객과 관광객이 대거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방역 대책을 고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부터 8월 사이 683만명이 방문한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은 오후 6시부터 오전 6시까지 취식과 음주를 금지하고 4인까지만 모일 수 있도록 집합금지 조치를 강화했다.
인근 울산도 사정이 비슷하다. 울산은 4월과 5월 하루 평균 20명대를 넘어섰던 코로나19 확진자가 6월 8.2명으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7월 들어 다시 집단감염이 발생하며 최근 20~30명대의 확진자가 발생했하고 있다. 울산 울주군에서 팬션을 운영하는 한 주민은 “서울 손님들이 ‘안전한 곳으로 피난 왔다’고 말하는데 우리 입장은 그게 아니다“며 ”지역에서 확진자가 한 명이라도 나오면 여름 장사는 끝나기 때문에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전남에서도 일부 해수욕장이 문을 열고 본격 운영에 들어갔지만 최근 타 지역에서 발생한 감염이 확산되면서 긴장의 끈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전남도는 지난 9일 고흥 남열해수욕장 등 10개 해수욕장을 시작으로 다음달 29일 폐장하는 보성 율포해수욕장까지 올해 56개의 해수욕장을 운영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비수도권으로 피서객들이 몰리자 전국 지자체는 부랴부랴 거리두기 상향에 나섰다. 이날 대구와, 광주, 강원, 충북은 거리두기 단계를 2단계로 상향했고 앞서 2단계로 상향했던 대전을 비롯한 일부 지자체들도 지자체도 집합금지 인원을 4인 이하로 강화하는 등 추가적인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하지만 이미 수도권발 확산이 전국으로 퍼지고 있는 상황에서 뒤늦은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수도권의 확산세는 비수도권으로 옮겨가고 있다. 지난 7일부터 일주일 간 하루 평균 확진자 수는 1,199명(국내 발생 기준)으로 수도권이 전체의 72.4%인 794명을 차지했다. 수도권 확진자는 지난 7일부터 닷새 연속 900명대를 나타냈으나 최근 이틀 간은 700명대로 떨어졌다.
대신 비수도권 지역의 확진자 비중이 커지는 추세다. 전체 국내 발생 확진자 중 비수도권 비중은 27.6%로 닷새 연속 20% 이상을 나타내 30%에 육박하고 있다. 방역당국은 주말 효과가 걷히는 14일부터는 확진자 수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전국 각 지역에 적용할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와 방역 조치를 발표할 계획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해수욕장 방역대책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수도권 확산세가 심각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8월에는 부산 5개 해수욕장 일원에서 부산바다축제와 부산국제록페스티벌 등의 축제가 열릴 예정인데 확진자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