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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팁 :CAR-T 세포 ]암세포 잡는 '개량 T세포'...치료효과 커 활성화 기대

김석진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 환자들에 좋은 효과

국내서 다발 골수종 등 대상으로 임상도 진행

김석진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사진제공=삼성서울병원




우리 몸의 혈액에 있는 백혈구 성분 중 하나인 림프구에는 B세포와 T세포가 있다. 이들은 모두 우리 몸의 면역 반응에 관여하며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병원체로부터 우리 몸을 지켜주는 역할을 한다.

암은 후천적으로 발생하는 질환이기에 원래는 우리 몸에 존재하지 않는, 일종의 외부 병원체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몸의 면역 체계는 암이 발생하면 이를 제거하기 위해 림프구가 공격을 하도록 한다. 결과적으로 암 세포가 소멸될 수 있다.

하지만 암 세포는 기본적으로 우리 몸을 구성하는 정상 세포에서 발생한 것이다 보니 이런 면역 체계의 공격으로부터 회피해 살아남는 것이 가능하다. 계속 증식해서 눈에 보이는 혹을 만들고 증상을 일으키고 장기의 기능을 떨어뜨리면 환자들은 이로 인해 고통을 받다 결국에는 사망에 이르게 된다.

그렇다면 ‘만약에 우리 몸에 존재하는 T세포가 암 세포를 좀더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면 그 어떤 치료보다도 더 효과적으로 암을 치료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이 목적으로 환자 자신의 T세포를 추출해서 특정 암세포를 인지하는 능력을 증진시키고 활발한 면역 반응이 일어나도록 해 암 세포를 효과적으로 제거하도록 개량된 T세포를 만들게 된 것이 바로 CAR-T 세포이다. CAR-T의 CAR는 키메릭 항원 수용체(Chimeric Antigen Receptor)의 약자로서 ‘키메라’란 단어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머리는 사자, 몸통은 염소, 꼬리는 뱀으로 이뤄진 괴물에서 나온 말이다.

T세포 표면에 특정 암 세포의 표면에 있는 항원을 인지할 수 있는 수용체를 붙이고 이 수용체에 암 세포 항원이 결합을 하면 세포 내부로 자극이 전달되어 T세포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만든 합성 세포이라는 의미로 CAR-T 세포라고 명명하게 됐다.

이번에 국내에서 사용이 승인된 CAR-T 세포는 B세포의 항원인 CD19와 결합할 수 있는 수용체가 세포 표면에 발현돼 있어 B세포에서 기원한 혈액암 중 하나인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의 치료제로 사용될 수 있다. 또 소아 혈액암 환자 들 중 B세포 기원의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치료에도 이용 가능하다.

CAR-T 세포를 만드는 과정은 첫 번째 단계로 환자의 혈액 속에 돌아다니는 백혈구 들 중에서 림프구를 모으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 림프구들 속에 T세포가 다량 들어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을 우리는 림프구를 채집하는 과정이라고 하는 데 곁에서 보면 마치 혈액 투석을 하는 모습과 비슷하다. 우리 몸에서 나온 혈액 속에서 림프구를 주로 채집하고 나머지는 다시 몸 안으로 돌려보내주기 때문에 몸에 무리가 가거나 부담을 주지는 않는다. 보통 하루나 이틀 정도만 하고 대개 소요되는 시간은 2~3시간 정도이다.

이렇게 해서 채집된 림프구는 약을 만드는 원료와 같기 때문에 완전한 모습의 치료제가 되기 전에 처리 과정이 필요하다. 먼저 CAR-T 세포의 특징인 암 세포 표면의 항원을 인지하는 수용체와 T세포를 활성화시키는 인자를 바이러스 벡터를 이용해 채집한 T세포에 들어가도록 한다. 이 T세포들을 인공적으로 배양해 그 숫자를 증폭시킨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CAR-T 세포가 완성되는 데에는 대략 2~3주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환자에게 주입되기 전까지는 초저온 냉동된 상태로 보관된다.

우리가 공장에서 화학약품을 생산을 해도 그 제품이 출하되기 전에 안전한지를 검사하는 것처럼 완성된 CAR-T 세포도 품질과 안전성에 대한 검사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 모든 과정을 마치게 되면 비로소 환자의 몸에 주입이 가능한 CAR-T 세포가 되는 것이다.

자료 제공=삼성서울병원


이렇게 완성된 CAR-T 세포 치료를 받기 위해서 환자도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은 혈액암 환자들이 많이 받게 되는 조혈모세포 이식 과정과 비슷하다.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기 전에 항암치료를 5~6일 정도 받는 것처럼 CAR-T 세포 치료를 받기 전에도 우리 몸에 존재하는 정상 림프구를 제거하기 위해 3~4일 정도 항암 치료를 받는다. 이유는 몸에 있는 일반적인 림프구들이 충분히 제거된 상태에서 CAR-T세포가 우리 몸에 들어와야 훨씬 효과적으로 암세포와 싸울 수 있고 또 오랫동안 몸 안에 머물면서 암 세포들을 죽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항암 치료 과정은 조혈모세포 이식 하기 전에 받는 치료보다는 훨씬 강도가 덜하고 기간도 짧기 때문에 크게 어렵지 않게 받을 수 있다. 또 조혈모세포 이식과는 달리 무균실에 입원할 필요도 없이 그냥 일반 병실에서 치료 받으면 된다.



과정이 끝나면 냉동되었던 CAR-T 세포를 병실로 갖고 와서 바로 병동에서 해동하는 과정을 거친 후 정맥 주사로 주입하게 된다. 주입 시간은 아주 짧고 이렇게 되면 CAR-T 세포 치료의 과정은 모두 끝난다.

그렇다면 어떤 종양의 치료에 CAR-T 세포가 이용될 수 있을까. 사실 어떤 종양에서 이 CAR-T 세포가 치료제로 이용될 수 있느냐는 어떤 암 세포의 항원을 인지할 수 있도록 CAR-T 세포를 제조하는 것에 따라 결정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현재 많은 연구자들이 여러가지 암 세포 표면에 존재하는 항원을 인지하는 CAR-T 세포를 개발하고 있어서 앞으로 CAR-T 세포 치료가 가능한 암의 종류는 많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B세포 림프종의 항원인 CD19를 겨냥하는 CAR-T 세포가 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재발성 또는 불응성의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 성인 환자들과 역시 치료에 실패한 급성 B림프구성 백혈병 소아 환자들이 대상이 된다.

물론 현재는 도입 초기이고 비용이 고가이고 보험 적용이 안되어서 본인 부담으로 치료를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안타까운 부분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재발성 또는 불응성의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이나 다발 골수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도 진행되고 있어서 앞으로 CAR-T세포 치료는 더욱 활발하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해 볼 수 있겠다.

CAR-T 세포 치료는 현재 해외에서 축적된 결과에 의하면 반복적으로 재발하고 치료 방법이 부재한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 환자들에서 이전의 구제 항암 치료보다 훨씬 우수한 치료효과를 보이고 있다. 앞으로 많은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모든 치료가 그러하듯이 CAR-T 세포 치료를 받은 후에도 다시 재발할 수도 있고 CAR-T 세포 치료에도 반응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리고 CAR-T 세포가 우리 몸에 들어와서 암 세포와 싸우는 과정 중에서 여러가지 부작용들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부작용들이 그동안 전통적으로 해오던 항암 치료제의 부작용보다는 일반적으로 덜하다고 얘기할 수는 있지만 그래도 일종의 심한 면역 반응이 나타면서 고열이 발생하고 심한 경우에는 혈압 저하, 쇼크 상태 등과 같은 심각한 상황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그리고 신경계에 작용해서 심각한 신경학적 이상을 일으킬 수도 있으며 감염 등의 합병증이 유발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같은 부작용에 대한 치료가 CAR-T 세포 치료를 처음 시도하던 시절보다는 훨씬 더 발전하였기 때문에 지금은 이전보다는 부작용을 보다 효과적이고 적절하게 관리가 가능한 시대로 가고 있다.

사실 이미 CAR-T세포 치료가 활발히 이용되고 있는 다른 나라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시작이 많이 늦은 감이 있다. 하지만 시작이 반이라고 앞으로 적극적으로 열심히 이 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는 환자들에게 적용한다면 우리나라에서도 CAR-T 세포 치료는 빠르게 자리를 잡아나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 바이다. /김석진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자료 제공=삼성서울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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