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소극행정도 부패”라는 기조에 따라 공무원 적극행정을 활성화하는 제도가 오는 27일부터 도입되는 가운데 정작 감사원의 ‘소극감사’에 대한 견제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최근 감사원에서 공공기관 내부고발자의 감사 제보를 현장 감사 없이 해당 기관이 제출한 자료만 참고하고, 심지어 담당 감사관이 사건이 종결된 후에야 관련 자료를 열람하는 등 소극감사 정황이 드러났다.
공공기관 내부고발자 A씨는 지난 2019년 4억 원이 넘는 수의계약이 부당하게 체결됐다는 의혹을 감사원에 제보했다. 이후 2020년 2월 감사원은 내부고발자 제보임에도 불구하고 현장 감사를 건너뛴 채 해당 기관이 제출한 자료만 검토하고 일주일 만에 ‘문제없음’이란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해당 기관이 상반된 결론을 도출한 2개의 법률검토보고서 가운데 기관에 유리한 보고서만 감사원에 제출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지난 2015년부터 기관의 법률 자문을 맡아온 법무법인 B사는 “경쟁입찰의 원칙을 위반해 수의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판단될 여지가 있다”고 경고했으나, 이후 해당 보고서는 기관 내부 결재등록시스템에서 누락됐다. 반면, 기관이 따로 110만원을 들여 새로운 자문을 의뢰한 법무법인 C사는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고 기술했다. 해당 부서의 부장은 C사 담당 변호사와 대학원 석·박사 과정 동문이며, 현재 동문회 총무를 맡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3월 담당 감사관은 제보자와의 통화에서 “기관에서 제출한 자료에도 문제가 없다”며 사건종결을 통보했다.
나아가 제보가 감사원 본원에서 지방사무소로 이첩되면서 중요한 자료가 누락되는 문제도 발생했다. A씨가 지난 2019년 9월 본원 감사관에게 제보한 수의계약 관련 과도한 계약금액 산정 정황 자료를 추가로 전달했으나, 담당 감사관은 사건이 종결된 지 1년 9개월이 지난 올해 6월에서야 이메일을 열람한 것으로 확인됐다. 애초에 지방사무소는 추가 자료를 전달받지 못한 채 감사를 진행한 것이다. 아울러 A씨는 지난해 2월 지방사무소로부터 본원에서 전달한 감사제보 서류에 자신의 ‘내부고발자’ 표시가 해제됐다는 연락을 받고 다급하게 정정을 요청해야 했다.
이후 사건종결 한 달 만에 A씨 부서의 부장은 인사위원회 위원으로 승진했고, 실장은 감사실장으로 전보됐다. 반면 A씨는 제보 사실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이메일 감시, 자리격리, 업무 배제에 이어 인사평가에서 최하위 점수를 받았다. A씨는 “최후의 수단으로 감사원에 제보했는데 이렇게 허술하게 끝날 줄 몰랐다”며 “이런 상황에서 도대체 누가 내부고발을 감수하겠느냐”고 지적했다. 한편, 감사원 관계자는 “제보가 다양하기 때문에 사안에 따라 현장을 방문하기도 하고, 자료를 받기도 한다”며 “감사원은 제보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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