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교과서에서 봤던 그림인데"…국보급 '이건희 컬렉션' 135점 국민과 첫 만남

국립중앙박물관·국립현대미술관 두곳서 동시 개막

인왕제색도·천수관음보살도 등 국보급 문화재부터

김환기·백남순·장욱진·천경자…근대미술 명작까지

회차당 관람 인원 제한에 예매 '하늘 별 따기' 치열


안개로 자욱한 산중에는 곳곳에 계곡물이 넘쳐흐르고, 그 아래 소나무에 둘러싸인 기와집 한 채가 자리하고 있다. 신미년(1751년) 7월 말경 긴 장맛비가 갠 후 인왕산의 풍경이다. 가로 138㎝, 세로 79.2㎝의 화폭 속에는 범바위부터, 수성동 계곡, 한양성곽 등 인왕산 구석구석이 섬세하게 표현됐다. 겸제 정선(1676~1759)의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인왕제색도(국보 제216호)다.

인왕제색도를 비롯해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평생에 걸쳐 모았던 ‘이건희 컬렉션’ 중 주요 작품이 21일부터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동시에 열리는 특별전을 통해 일반 국민들에게 공개된다.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은 총 135점으로, 이건희 회장의 유족이 지난 4월 국가에 기증한 총 2만3,181점의 작품 수 가운데 극히 일부이다. 하지만 국민적 관심사가 높은 작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 데다 코로나 19 확산 방지를 위해 회차당 관람 인원을 제한하고 있어 1차 예약분은 이미 매진된 상태다. 양 기관은 향후 다양한 주제로 기증작을 소개하는 전시를 여는 한편 기증 1주년이 되는 내년 4월에는 하나의 공간에서 특별전을 열 계획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위대한 문화유산을 함께 누리다?이건희 회장 기증 명품전’
인왕제색도, 추성부도 등 국보급 문화재 수두룩


20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위대한 문화유산을 함께 누리다 - 고 이건희 회장 기증 명품전' 언론 공개회에서 참석자들이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를 살펴보고 있다./연합뉴스




국립중앙박물관은 ‘위대한 문화유산을 함께 누리다?이건희 회장 기증 명품전’ 개막을 앞두고 20일 인왕제색도를 비롯한 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품 45건, 77점을 언론에 사전 공개했다. 전시는 이 회장 유족이 기증한 9,797건, 2만1,600여점 가운데 시대와 분야를 대표하는 작품들로 꾸며졌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단연 인왕제색도다. 인왕산 자락에서 태어난 정선이 말년에 자신이 평생 봐오던 인왕산 구석구석을 호쾌한 필치로 담아낸 작품이다. 인왕제색도는 1970년대 이건희 회장이 구입한 뒤 50년 가까이 소장해 온 대표 컬렉션이다. 그동안 호암미술관과 리움미술관에서 유료 전시를 통해 일부에만 공개되던 작품으로 일반에 무료로 공개되기는 1992년 국립중앙박물관이 대여 전시를 한 이후 20여년 만이다.

전시장에서는 인왕제색도에 그려진 인왕산 명소와 평소 보기 힘든 비가 개는 인왕산 풍경을 담은 영상 '인왕산을 거닐다'를 대형 화면으로 만나볼 수 있다.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위대한 문화유산을 함께 누리다 - 고 이건희 회장 기증 명품전'에 전시된 백자 청화 대나무무늬 각병(사진 왼쪽)과 백자 청화 산수무늬 병./연합뉴스


청동기시대 토기로 산화철을 발라서 붉은 광택이 아름다운 '붉은 간토기'와 초기철기시대 청동기로 당시 권력을 상징하는 '청동 방울(국보 제776호)', 조선 백자로 넉넉한 기형과 문양이 조화로운 '백자 청화 산수무늬 병(보물 제1390호)'은 당대 최고의 기술과 디자인을 보여주는 명품이다. 또 세종 대의 한글 창제 노력과 결실을 보여주는 '석보상절 권11(보물 제523-3호)' 등도 이번 전시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이외에 삼국시대 금동불의 섬세함을 보여주는 '일광삼존상(국보 제134호)'와 글씨와 그림이 빼어난 고려 사경 '대방광불화엄경보현행원품(국보 제235호)', 현존하는 유일의 '천수관음보살도(보물 제2015호)', 단원 김홍도가 말년에 그린 '추성부도(보물 제1393호)' 등 국보와 보물만 28건에 달한다.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이건희 회장의 철학과 전통 문화유산 컬렉션의 성격을 보여주는 대표작을 소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며 "이건희 회장의 컬렉션은 기술 혁신과 디자인을 중시한 기증자의 경영 철학과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9월 26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
백남순·김환기·이중섭…근대미술작 3개 주제로


백남순 ‘낙원’(1936년경)/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전시관에 들어서면 정면에 세로 173cm, 가로 372cm의 8폭 병풍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곳곳에 넘실대는 강과 바다, 산 사이로 사람들이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다. 서양의 이상향 아르카디아와 동양의 무릉도원이 뒤섞인 듯한 풍경이다. 1세대 여성 작가 백남순(1904~1994)이 1936년 경 완성한 ‘낙원’은 동서양의 도상이 혼합된 독특한 그림이다. 서양화를 공부한 백남순은 소재와 기법 면에서 동서양의 전통을 융합하고 변형하고자 하는 고민을 이 작품에 오롯이 녹여냈다. 1981년 세상에 알려진 이 작품은 해방 전 제작된 백남순의 그림 중 유일하게 남아있다.

국립현대미술관(MMCA)의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에서는 기증작 1,488점 중 한국인이 사랑하는 작가 34명의 주요 작품 58점을 먼저 선보인다. 전시는 192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제작된 작품을 주축으로 △수용과 변화 △개성의 발현 △정착과 모색 세 개의 주제로 나누어 소개한다.

‘수용과 변화’에서는 일제 강점기 새로운 문물의 유입과 함께 변화를 맞이한 미술계를 중심으로 조선의 전통 서화의 변화를 주로 다룬다. 백남순의 ‘낙원’, 이상범의 ‘무릉도원’(1922) 등을 통해 동서양 회화의 특징이 서로 융합하며 변모해 가는 과정을 감상할 수 있다.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언론 설명회가 열린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참석자가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1950년대)를 관람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개성의 발현’은 1945년 광복과 1950년 한국전쟁으로 이어지는 격동의 시기 예술혼을 불태운 김환기, 유영국, 박수근, 이중섭 등 작가들의 파란만장한 삶과 그들의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들여다본다. 세로 281.5cm 가로 567cm의 초대형 캔버스를 채운 김환기(1913~1974)의 ‘여인들과 항아리’(1950년대)는 단연 이번 전시의 메인이다. 파스텔 톤 배경 위로 단순화된 나무와 항아리를 이거나 안은 여인, 백자 항아리와 학 등 작가가 1950년대까지 즐겨 사용했던 모티브들이 등장한다. 작품 전반에 흐르는 비대칭의 자연스러운 선들에서 조선 달항아리를 향한 작가의 애정이 묻어 나온다.

장욱진 ‘공기놀이’(1938)/사진=국립현대미술관


나란히 걸린 장욱진(1918~1990)의 ‘공기놀이’(1938)와 박상옥(1915~1968)의 ‘유동’(1940)도 의미 있는 스토리를 품고 있다. 공기놀이는 장욱진의 대표 초기작으로 그의 서울 내수동 집을 배경으로 시중 들던 여인들이 노는 모습을 그렸다. 이 작품은 옆에 걸린 박상옥의 작품과 구도가 매우 유사한데, 실제로 박상옥은 장욱진의 공기놀이를 좋아해 오랫동안 소장하고 있었다고 한다. 박상옥 사후 유족이 발견해 장욱진의 확인을 받아 서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착과 모색’에서는 전후 복구 시기 국내외에 정착해 한국 미술을 더욱 다채롭게 만든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한다. 김흥수(1919~2014)의 ‘한국의 여인들’(1959)을 비롯해 남관, 이응노, 문신, 박생광, 천경자 등이 구축한 고유한 조형 세계를 만나볼 수 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박미화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원은 “워낙 기증된 작품이 다양해 주제를 정해 이야기를 만들고 전시를 꾸미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며 “대중의 관심이 많고, 컬렉터의 수집 의도를 엿볼 수 있는 대표 작품으로 첫 번째 전시를 꾸몄다”고 설명했다. 내년 3월 13일까지.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