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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2030년 42.5% 감축" 脫탄소 시계 더 빨라졌다

■ 정부 '온실가스 목표' 산업계 마지노선보다 10%P 높여

획기적 감축기술 확보 쉽잖아

핵심산업 투자 발목 잡을수도





오는 2030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 규모를 지난 2018년 대비 최대 42.5%까지 줄이는 방안을 정부에서 검토한다. 산업 생산과 전력 생산에 차질이 없는 감축 비율을 32.5%로 산정하면서도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목표치를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온실가스를 감축할 획기적인 기술을 조기에 확보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탄소 중립을 밀어붙이면 반도체 등 핵심 산업의 신규 투자가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0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환경부와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는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설정하기 위한 회의를 최근 진행했다. 앞서 정부는 5년마다 NDC를 제출하도록 규정한 파리협정에 따라 2017년 배출량(7억 914만 톤) 대비 24.4%를 2030년까지 감축하겠다고 지난해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올 11월 유엔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6)를 앞두고 이보다 더 높은 목표치를 제출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번 회의에서 NDC를 확정할 탄소중립위원회에 두 가지 정부안을 내놓는 방안을 논의했다. 첫 번째 안은 2018년 대비 감축률을 32.5%, 37.5%, 42.5% 등 복수로 설정해 탄소중립위가 이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게 하는 안이다. 두 번째 안으로는 감축률 37.5%의 단일안을 제출하되 일정 비중의 오차 범위를 설정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다양한 안을 놓고 관계 부처 간 협의를 진행 중이며 정부의 최종안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인위적인 산업 생산량 감축이나 전력 수급 공백 없는 감축률을 32.5% 수준으로 추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보다 10%포인트 높은 최대 감축률을 밀어붙일 경우 주요 산업의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정부 내부에서는 최대치의 감축률을 달성하려면 탄소 배출을 통제하지 않았을 때보다 산업 생산이 10% 이상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관계 부처 간 협의 과정에서도 “반도체 공정의 경우 온실가스 감축 수단이 마땅치 않아 공장 증설 중단 등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환경 규제 발목에 신규 투자 차질 불가피

최다 배출 철강업은 '무탄소 공정' 수단 확보 못해

산발적 위치 신재생, 송배전 증설 어려워 먹통 우려

최다 배출 철강업 감축 역량 한계...반도체 정유화학 고통 분담 불가피





산업계는 오는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조정하려는 당정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당이 감축률 40%를 기준으로 제시한 데 이어 정부까지 보조를 맞추면서 탄소 감축 압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소 환원 제철 기법이나 탄소포집기술(CCU) 등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신기술은 일러야 2050년께나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단일 기준 최다 탄소 배출 업종인 철강업뿐 아니라 공정상 탄소 배출이 불가피한 반도체와 정유화학 업계 역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산업계에서는 “2050년 탄소 중립을 달성하는 일보다 NDC를 맞추는 게 더 어려울 것”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 현 수준의 생산량을 유지하는 것은 고사하고 공장 가동률을 인위적으로 낮춰야 할 판” 등의 우려가 나온다.

2030년 감축률을 산정할 때 기준점으로 삼는 지난 2018년의 국내 탄소 배출량은 7억 2,760만 톤이다. 현재 정부에서 논의되는 최대 감축률인 42.5%를 적용하면 2030년까지 줄여야 할 탄소 배출 총량은 3억 923톤으로 추산된다. 기존 감축률(24.4%)을 적용할 때보다 1억 3,169만 톤가량을 추가로 감축해야 하는데 이는 산업과 발전·수송 등 각 부문이 나눠 부담하게 된다.

추가 감축량을 현재 부문별 배출 비중에 따라 분담한다고 단순 가정하면 전체 배출량의 36%를 차지하는 산업 부문은 4,741만 톤만큼의 온실가스를 더 줄여야 한다. 탄소 배출이 많은 포스코(2019년 기준 8,148만 톤)나 현대제철(2,224만 톤) 등 대형 철강 업체의 공정 전반을 무탄소 공정으로 탈바꿈하면 맞출 수 있는 수치다. 하지만 무탄소 공정 기술인 수소 환원 제철 기법이 일러야 2050년에나 상용화할 것으로 전망돼 반도체나 정유화학·시멘트 등 여타 업종에서의 감축 압력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들 업종 역시 공정에서 배출된 탄소를 절감할 이렇다 할 수단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탄소 절감 기술로 CCU가 조명받고 있으나 상용화 시기를 가늠하기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탄소 배출 규제에 묶여 현 수준의 공장 가동률을 유지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정부는 2030년 최대 감축치가 적용될 경우 탄소 감축이 없었을 때와 비교해 10% 이상의 생산 차질 영향이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정부 논의 과정에서 반도체 공정에서 발생하는 가스를 감축할 방법이 없어 업체의 신규 투자가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올 5월 내놓은 ‘K반도체 전략’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올해 41조 8,000억 원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10년간 510조 원 이상을 투자할 예정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한편으로는 반도체 업체의 투자를 이끌어내겠다며 각종 정부 지원책을 내놓고 다른 편으로는 환경 규제로 업체의 발목을 잡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재생에너지 40% 확대...송배전 증설 어려워 먹통 우려

NDC 상향에 따라 산업 부문 이상으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발전 부문(전체 배출의 37%) 역시 탄소 배출을 크게 줄여야 한다. 정부 내부에서는 재생에너지발전단지를 대폭 늘려 2030년 20%로 설정했던 발전 비중을 최대 40%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하지만 재생에너지발전단지는 원자력발전이나 석탄발전과 달리 산발적으로 위치한 탓에 송배전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재생에너지단지는 땅값이 저렴한 전남과 전북에 편중돼 있는데 지역 내 산업단지 규모가 작아 경기나 경남 등 산업용 전력 수요가 많은 외부로 내보내야 해 전력망을 조기에 구축하기가 특히 어렵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올 1분기 누적 기준 지역별 신재생 전력망 접속 완료율은 전남과 전북이 각 63%, 72%로 이미 구축한 발전단지를 전력망에 연결하는 일도 버거운 실정이다. 핵심 전원인 석탄발전 비중을 줄였는데 정작 대체 전원인 재생에너지가 전력망에 연결되지 않으면 전력 수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발전 업계 관계자는 “발전단지를 대폭 늘리더라도 전력을 운반할 송배전망이 구축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며 “지역의 민원을 해결하는 데만 수년이 걸리는 터라 재생에너지 보급 속도전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추가 논의를 거쳐 최종안을 도출하면 탄소중립위원회는 이를 바탕으로 10월 내 감축 목표를 확정할 계획이다. 산업계에서는 정부가 복수의 감축률을 제출하면 위원회가 그 중 가장 도전적인 목표치를 선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위원회 내 산업계 인사가 10명 안팎에 그쳐 친정부 성향의 환경 단체나 전문가 의견이 우선 반영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여당에서 감축률이 40%는 넘어야 한다며 기준선을 제시한 터여서 산업계의 불안감은 특히 크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추세를 감안하면 탄소 감축은 불가피하다”면서도 “기술 발전 추이를 감안해 현실적인 목표치를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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