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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기후위기, 성실성과 연대의식

박광석 기상청장

박광석 기상청장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가 다시 조명받고 있다. 1947년 발간된 이 소설은 알제리 북부 해안의 작은 도시 오랑을 배경으로 한다. 오랑에서 갑작스럽게 페스트가 발생하면서 도시는 외부와 단절되고 시민들은 고립된다. 소설은 모두에게 닥친 피할 수 없는 재난적 운명 앞에서 인간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소설 속 주인공인 의사 ‘리유’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자원 보건대를 꾸리고 사람들을 돕는다. 그의 행동을 영웅적인 연극이라고 비판하는 ‘랑베르’에게 리유는 답한다. “이 모든 일은 영웅주의와는 관계가 없습니다. 그것은 단지 성실성의 문제입니다”라고. 그리고 그는 페스트라는 거대한 위기의 한복판에서 성실하게 맡은 직분을 완수함으로써 대항해 나간다.

지난 주 서유럽 독일에서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180여 명이 사망했다. 대서양 건너 북미에서는 50℃를 넘나드는 폭염이 이어지면서 대지가 타들어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기후위기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폭염과 폭우를 통해 인류는 대자연의 경고를 온몸으로 실감하고 있다. 2050년, 2080년을 전제한다 해도 상황을 낙관할 수 없다. 지금의 기후위기는 한 개체로서 인간의 생을 넘어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위기가 될 것이 자명하다. 인류라는 종에게 이토록 보편적이고 지속적인 위협은 이제껏 없었다.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이 거대한 위협에도 인간의 성실성이 답이 될 수 있을까?

기후위기에 있어 우리 모두가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다. 인간만이 이를 멈출 수 있다. 해답은 이미 알려져 있다. 온실가스를 대폭 줄이고 더 선제적인 적응 대책을 추진해야 한다. 문제는‘어떻게’다. 어떻게 온실가스를 줄이느냐와 함께 어떻게 협력하느냐를 동시에 짚어야 한다. 전 지구적인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전 인류의 집합적 노력이 절실하다. 국제적인 협력뿐만이 아니라 국내에서도 정부는 물론 개인의 참여와 기업들의 노력이 한데 어우러져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를 위한 연대의식을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

리유의 조력자인 ‘타루’는 페스트를 통해 다른 이들과 함께 싸워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고 말한다. 혼란과 위기 속에서 마음의 평화를 위해 걸어야 할 길이 어떤 것인지 묻는 질문에 그는 “물론, 그건 공감”이라고 답한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개개인의 행동을 지속시킬 수 있는 힘은 결국 공동체 속의 공감과 연대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성실한 노력이 모여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모두가 서로의 성실한 노력에 대한 감사와 희망을 공감할 때 변화를 지속시켜 나갈 수 있다. 리유는 소설의 말미에 ‘인간에게는 경멸해야 할 것보다는 찬양해야 할 것이 더 많다는 사실만이라도 말해 두기 위해서’ 이 글을 썼다고 말한다. 성실한 자세와 적극적인 연대의식으로 기후위기에 적극 대응할 때다. 늦었지만, 너무 늦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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