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귀화 요청을 뿌리치고 태극마크를 단 재일교포 3세 유도선수 안창림(KH그룹 필룩스)이 혈투 끝에 16강에 올랐다.
세계랭킹 4위 안창림은 26일 도쿄 일본무도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유도 남자 73㎏급 32강전 파비오 바실(이탈리아·14위)과 경기에서 골든스코어(연장전) 승부 끝에 안다리후리기 절반승을 거뒀다. 정규시간 4분 동안 승부를 보지 못한 안창림은 골든스코어에서도 좀처럼 공격을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골든스코어 4분 33초에 상대방 하체를 공략해 천금 같은 절반을 빼앗았다.
안창림과 32강에서 맞붙은 바실은 지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남자 유도 66㎏급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강호다. 그는 당시 우승 후보로 꼽혔던 안바울(남양주시청)을 꺾고 우승했다. 그는 이번 대회에선 한 체급을 올려 73㎏급에 출전했으나 결국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도쿄올림픽은 안창림에게 의미 있는 무대다. 그는 일본에서 나고 자란 재일교포 3세다. 쓰쿠바대학 2학년이었던 2013년 일본무도관에서 열린 전일본학생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며 일본 유도의 차세대 에이스 재목감으로 꼽혔다. 이때 일본 유도연맹은 안창림에게 귀화 요청을 했지만, 안창림은 한국 국적을 버리지 않고 2014년 한국으로 건너와 태극마크를 달았다.
일본무도관은 일본 유도의 성지라 불리는 의미 있는 장소다. 안창림 역시 올림픽을 앞두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무도관은 전국대회 첫 우승을 한 장소”라며 “꼭 금메달을 따서 애국가를 듣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안창림이 일본무도관 가장 높은 곳에 태극기를 게양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한편 안창림이 상대 전적 6전 6패를 기록 중인 오노 쇼헤이(일본·13위) 역시 16강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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