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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교 칼럼] 코로나 백신 특허 면제 가능할까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원천기술 獨 반대로 합의 불가능한데

美, 특허면제 WTO논의 참여 발표는

中·러 견제위한 전략팀 생색내기 불과

더이상 진전된 입장취할 가능성 낮아





지난달 영국 콘월에서 개최된 주요 7개국(G7) 정상 회의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완전하게 국제 질서에 복귀했음’을 망설임 없이 언급했다. ‘트럼프식 고립주의’에서 벗어나 동맹국과 함께 국제 질서를 재편해 나간다는 바이든의 대선 공약을 실천한 것이다.

국제사회에 미국의 리더십을 보여주기 위한 ‘깜짝 발표’도 있었다. 영국 도착 직후 바이든 대통령은 5억 회 분량의 코로나 백신을 외국에 제공할 것임을 밝혀 주목을 받았다. 이에 앞서 지난 5월에는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코로나19 백신 특허 면제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논의에 참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백신 국가주의를 추구하던 미국이 인도주의로 전환한 것인가 하는 의문과 함께 코로나 백신 특허 면제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특허 면제 제안은 2020년 10월 인도와 남아프라카공화국이 WTO에 제안서(IP/C/W/669)를 제출했지만 진전이 없었다. 그러나 타이 USTR 대표가 WTO 코로나 특허 면제 협상을 지지한다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상황이 급진전되는 듯했다. 일각에서는 오는 11월 말로 예정된 WTO 각료회의에서 소기의 성과 도출이 가능할 것이란 낙관적인 견해도 나온다.

전통적으로 지식재산권 보호 규범은 선진국과 개도국 간 입장이 가장 극명하게 엇갈리는 분야다. 특허 제도에 기반한 독점권 부여에 반대하며 지식은 공유돼야 한다는 주장과 특허는 인류에게 필요한 과학기술 발전에 대한 투자를 유도하는 합리적인 인센티브라는 입장 사이에 간극이 너무 크다. WTO에서도 100여 개 최빈국과 개도국은 인도와 남아공의 백신 관련 지식재산권협정(TRIPs) 조항 면제를 지지하고 있지만 선진국들은 반대한다.

지지론자들은 특허만 면제되면 싼값에 백신을 구입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반대론자들은 백신은 복제약처럼 찍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새로운 방식(mRNA·메신저 리보핵산)의 백신 생산 기술은 특허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수십 단계의 바이오 배양 등 첨단 노하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생산 차질이 빚어지는 것은 280여 개의 원재료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며, 설비·원재료 등의 요건이 충족되면 지금의 WTO 규정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WTO는 특허권자의 권리를 인정하면서도 전염병 등 비상 상황에 처한 국가가 특허권자와 협의 절차를 거쳐 특허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강제실시권을 두고 있다. 또 2017년 특허 보호 유연성 규정도 도입됐다. 유연성은 특허권자의 승인을 받은 복제약을 제3국에 수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규정이다. 이 경우 제3국은 로열티 등 특허 관련 부담을 지지 않아도 된다.

유연성 규정은 인도산 에이즈(HIV/AIDS) 복제약을 남아공에 수출하면서 제기된 특허료 문제로 논의가 시작됐다. 이번 백신 특허 면제 안건도 인도와 남아공이 공동 제안한 것으로, 어떤 형태든 특허료를 면제해 달라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의 TRIPs는 미국 주도로 만들어진 것이다. WTO에서 중요 안건은 164개 전 회원국이 만장일치로 합의해야 한다. mRNA 백신의 원천 기술을 개발한 독일은 분명히 반대해왔고, WTO에서 채택되지 않을 것이란 점을 미국이 모를 리 없다.

바이든 행정부는 대중국 정책에서 기술 안보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mRNA 방식은 코로나 백신에만 한정되지 않고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새로운 질환이나 질병 치료를 선도할 수 있는 기술이기에 미국은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백신 해외 공급과 특허 면제 협상 참여는 버니 샌더스, 엘리자베스 워런 등 미 민주당 내 진보 성향 정치인들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중국과 러시아의 백신 외교 공세에 대응하는 외교적 효과를 크게 높이는 성과를 올렸다. 하지만 미국이 더 이상 진전된 입장을 취할 가능성은 낮다.

결국 특허 면제 협상 참여 발표는 WTO에서 합의될 수 없다는 점을 확신한 바이든 외교전략팀의 외교적 선점 및 정치적 생색내기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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